정부가 저출산과 고령화, 유아 단계의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현재 만 6세에서 만 5세로 1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자 사립유치원과 일부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9일 초등학교 입락 연령을 낮추는 방안을 핵심으로 하는 새 정부 업무계획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업무보고 자리에서 "초중고 12학년제를 유지하되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교육부는 사회적 합의 이후 오는 2025년부터 조기 입학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학령이 낮아질 경우 2019년생부터 1년 일찍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된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초등 입학 연령은 '6세가 된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 3월 1일에 초등학교에 입학시켜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만 6세'가 된 다음해 3월, 한국 나이로 따지면 8세가 되는 해에 입학하는 것인데, 이를 1년 낮춰 7세에 입학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경우 2025년부터 1년 앞당기는 조기 입학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입학 연령이 낮아져도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 대학교 4학년인 6-3-3-4 학제는 그대로 유지된다.
입학 연령이 낮아질 경우 입학대상자가 갑자기 늘어나 교원 수급이나 학교 공간 등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4년동안 25%씩 입학 연도를 당기게 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행 첫해에 당초 입학 예정인 인원에 더해 1년 앞당겨 입학하는 인원까지 2개 학년에 해당하는 인원이 한꺼번에 학교에 들어갈 경우 현재의 교사 수, 교실 수 등으로는 감당이 안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4년간 25%씩 입학 연도를 당기게 되는 방안이 유력하다.
예를 들어 2025년부터 학제가 개편된다면 2025년 초등학교 입학생은 2018년 1월∼2019년 3월생이 되고 2026년에는 2019년 4월∼2020년 6월생, 2027년에는 2020년 7월∼2021년 9월생, 2028년에는 2021년 10월∼2022년 12월생이 될 수 있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당초 나왔던 안은 2년을 당겨 한꺼번에 바꾸는 것이었지만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며 "25% 정도씩이면 현재 시설에서 수용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부모들이 이에 동의할지는 다른 변수이지만, 선호도 조사까지 함께 포함해서 추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입학 연령을 낮추려는 정부의 목적은 저출산 고령화 및 유아 단계의 교육격차 해소다.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김으로써 영·유아 단계에서 국가가 책임지는 대상을 확대하고 출발선상의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한편, 결과적으로 졸업 시점도 1년 앞당겨 사회에 진출하는 입직 연령 또한 낮추는 효과가 있다.
정부는 학제 개편 방안을 마련하면서 학교 현장과 학부모,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현장 수요조사, 취학 현황과 기초조사, 취학연령 하향 등에 대한 지역별 수요조사, 학제 개편 실행을 위한 교원과 시설 등 교육인프라 현황 분석 등을 토대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올해 말에 학제 개편 관련 설문조사를 거쳐 2023년에 학제 개편 시안을 제시하고 2024년에는 확정해 일부 지역에서 시범 실시한 후 2025년에는 전국적으로 실시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낮추겠다는 교육부의 업무보고가 발표되자 사립유치원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한사협)는 지난 29일 입장문을 내고 "만 5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유아들의 발달 특성상 부적합한 교육환경, 교육과정, 교육활동 등으로 유아발달에 적합한 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며 "만 5세 유아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고 해서 발달수준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교육부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사협은 "현재도 유아교육기관은 저출산의 영향으로 원아수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원아 수 급감으로 매우 심각한 경영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폐원이 급증하게 되면 유아들은 오히려 교육받을 권리를 박탈당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유아교사의 실직사태가 급증해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낮추는 방안은 1990년대부터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거론돼 왔다. 노무현·이명박 정부에서도 저출산 대책으로 취학연령을 앞당기는 안을 검토했지만 큰 지지를 얻지 못했다.
각 시·도 교육청이 1990년대 후반 만 5세 아동의 조기입학을 허용했지만 자녀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할 것을 우려한 학부모의 신청이 저조했다. 집단 따돌림 등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2000년대 들어서는 오히려 취학의무 유예신청을 통해 자녀를 1년 늦게 학교에 들여보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초등학교 일찍 보내려고 하지 않는 이유로는 유아 발달단계에 적합하지 않은 초등학교 교육을 받는다면 학교 적응과 사교육 측면에서 적지 않은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또한, 초등학교 교사들의 업무 부담이 갑자기 늘어 교육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입학 연령을 낮출 경우 제도 측면에서도 초등교원 수급·양성 체제를 전면 개편하고, 교과과정을 손질하는 한편, 학교시설 기준 개정 등 적지 않은 준비가 필요하다.
취학 연령에 해당하는 아이들을 둔 학부모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2018∼2022학년도 출생아의 경우 다른 학년보다 많은 인원이 함께 입학하고 졸업하면서 20년 가까이 더 거센 입시경쟁과 취업경쟁을 겪을 수 있다.
교육부도 이런 우려를 고려한 듯 학제개편 등은 국가교육위원회와 함께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취학현황 등 기초조사, 취학연령 하향 등에 대한 지역별 수요조사, 교원·시설 등 교육인프라 현황 분석을 토대로 사회적 공감대를 마련하겠다"며 "대국민 토론회·공청회, 관계기관 간 협의·조정과 국가교육위원회의 집중 숙의 과정을 토대로 최종적인 합의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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