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의 ‘보통교부세 패널티’가 지방자치단체의 단순 통계 기입 오류로 이어지며 수십억 원대 삭감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15일 “2025년 보통교부세 산정 과정에서 통계목 기입 오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다수의 지자체가 부당한 재정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보통교부세 재산정을 촉구했다.
용 의원에 따르면 행안부는 2023년부터 기존 단일 복지 지출 항목(301-01)을 국고보조(301-01), 취약계층 지원(301-02), 보편복지 지출(301-03)로 세분화했다. 301-03으로 분류된 지출액이 동종 지자체 평균보다 많을 경우, 해당 비율만큼 교부세에서 패널티를 부과하는 제도도 함께 도입됐다.
그러나 이 제도의 첫 적용인 2025년 보통교부세 산정에서 일부 지자체가 지출 항목을 잘못 기재하는 바람에 수억에서 수십억 원대의 예산 삭감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양시·연천군, 수십억 원 삭감… 지자체 “같은 사업 했는데 억울”
실제 경기 고양시는 약 18억6천만 원, 안성시는 18억3천만 원의 패널티를 부과받았다. 군 단위에서는 연천군이 32억3천만 원으로 가장 큰 삭감 피해를 입었다. 특히 연천군은 기초연금 등 국고보조사업(301-01)에 해당하는 예산을 보편복지 항목(301-03)으로 잘못 분류해 패널티 규모가 커졌다.
한 지자체 예산 담당자는 “전국 지자체가 유사한 사업을 추진했지만 통계 기입 실수만으로 큰 손해를 본 셈”이라며 “행안부의 일방적 기준 적용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일부 지자체는 행안부에 공식적으로 시정을 요청할 방침이다. 그러나 행안부는 “예산편성 기준 개정 시 설명회를 열고 지자체의 의견을 반영했다”며 “세부 사업까지는 파악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통계목 기준 바뀌자 현금성 복지 예산 대폭 감소
이 제도의 영향으로 2024년 예산에서는 현금성 복지(301-03) 예산 비중이 전년 대비 급락했다. 2023년 전체 복지 지출의 7.2%였던 301-03 비중은 2024년 1.7%까지 줄었다. 전체 157개 지자체 중 절반가량인 74곳은 아예 이 항목을 편성하지 않았다.
용 의원은 “지자체가 복지정책을 추진했다는 이유로 보통교부세가 삭감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현금성 복지 항목에 대한 패널티 제도는 실효성이 없을 뿐 아니라 보편복지 자체를 위축시키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행안부는 제도 시행 초기 발생한 기입 오류를 면밀히 재검토하고, 2025년 보통교부세를 재산정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복지 항목 분류 자체를 폐지해 지자체의 정책 자율성과 복지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EST 뉴스
-
DB그룹 경영권 향방 중대 고비…김남호 명예회장, 법률 자문 검토
DB그룹 2세인 김남호 명예회장이 두 달 전 회장직에서 물러난 데 이어 내년 3월 사내이사직까지 내려놓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본격적인 대응에 나설지 주목된다. 김남호 DB그룹 명예회장 사진=DB그룹 제공/연합 지난 6월 27일, DB그룹은 돌연 ... -
“출산 후 수혈 못 해 아내를 잃었다”…영주 A 병원 예고된 인재
지난 7월, 경북 영주시의 분만취약지 지원병원에서 출산 직후 산모가 과다출혈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병원은 매년 수억 원의 국비·지방비를 지원받는 지역응급의료기관이었지만, 정작 응급 상황에서 사용 가능한 혈액조차 확보하지 못해 비극을 막지 못했다. 이 사고는 한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제도적 허점... -
대한전선-LS전선 해저케이블 분쟁, 1년 넘긴 수사와 재계 파장
LS전선 동해공장 전경 사진=LS전선 제공 대한전선과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의혹을 놓고 진행 중인 경찰 수사가 1년을 넘겼다. 비공개 영업비밀 침해 사건 특성상 혐의 입증이 까다로워 수사가 지연되는 가운데, 이번 사안이 국내 해저케이블 산업 주도권과 재계 구도에 ... -
“유기견 보호소를 ‘실험동물 창고’로…휴벳 사태 전모
전북 익산에 본사를 둔 동물용 의약품 개발사 휴벳과 이 회사가 운영·연계한 동물병원 및 보호소들이 연달아 동물 학대·관리 부실 의혹에 휩싸이고 있다. 정읍 보호소 유기견 안락사 후 카데바(해부 실습용 사체) 사용, 군산 보호센터의 실험 비글 위탁 관리, 돼지 사체 급여 논란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한 기업과 그와 ... -
“티웨이보단 나을줄 알았다…분노의 대한항공 결항기”
지난해 티웨이항공이 이른바 ‘항공기 바꿔치기’가 항공업계의 역대급 결항 사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가운데, 당시 사건을 뺨치는 사태가 발생했다. 심지어 LCC가 아니라 FSC인 대한항공이라는 점에서 승객들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 사진=연합뉴스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
ITX 열차 10대 중 7대 ‘미납’… 고의 지연 업체, 입찰 제한 추진
노후 무궁화호 대체를 위해 도입 중인 ITX-마음 열차가 계약 물량의 3분의 2 이상 납품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계약을 따낸 업체의 반복적인 지연에도 실질적인 제재 수단이 없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준호 의원(더불어민주당·광주 북구갑)이 한국철도공사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