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은 이름이 자산이다”…토스·카카오페이 등, 수십건씩 출원
정부의 제도적 밑그림조차 완성되지 않은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둘러싸고, 금융권이 '상표 전쟁'에 먼저 불을 지폈다.
KB국민은행, 하나금융, 토스, 카카오페이 등 국내 주요 금융기업들이 최근 '원화(KRW)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를 잇달아 출원하며 상표권 선점 경쟁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 출원 건수는 지난해보다 30배 가까이 폭증했고, 'KRW' 문구가 포함된 상표만 500건을 넘어섰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아직 실체도 없는 서비스를 두고 업계가 일제히 '이름 찍기'에 나서는 까닭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그 배경에 ‘선출원주의’ 원칙과 상표권의 무형자산 가치, 방어적 전략이라는 세 가지 법적 논리가 자리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상표법은 '선출원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누가 먼저 사용했는지가 아니라, 누가 먼저 특허청에 출원했는지를 기준으로 상표권자가 결정된다.
헬프미 법률사무소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지금 수십만 원을 들여 상표를 등록해두는 것이, 수십억 원이 걸린 브랜드 변경이나 법적 분쟁에 휘말리는 위험을 줄이는 선제 조치”라며 “사실상 디지털 영토에 깃발을 먼저 꽂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출원 목적이 꼭 사용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이름뿐 아니라 비슷한 변형까지 통째로 출원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토스는 ‘TOSSKRW’ 외에도 ‘TKRW’, ‘토스코인’ 등 유사 상표 70여 건을 등록하며 타사의 진입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방어적 출원’ 전략을 구사했다. 이는 브랜드의 희석을 막고, 유사 서비스에 따른 소비자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이처럼 등록된 상표권은 단순한 이름이 아니다. 기업 재무제표상에 기재되는 무형자산이자, 매각하거나 라이선스로 활용할 수 있는 독점적 권리다.
헬프미 측은 “상표 하나가 수조 원 규모의 신규 사업 진출을 보장할 수 있다”며 “상표권 확보는 가장 효율적인 미래 투자”라고 했다.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이 같은 상표 경쟁은 단지 금융권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헬프미는 “앱 개발자나 온라인 쇼핑몰 창업자, 소상공인 모두에게 해당되는 문제”라며 “사업의 출발점이자 가장 확실한 방어 수단은 이름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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