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우화산(九華山) → 황산(黃山) → 후이저우(徽州)
지리나 문화, 역사 등등으로 봤을 때 안후이는 참 신비한 성(省)이다. 성의 남중부는 중국의 대표 강인 창지앙이 관통하고 있고, 북중부는 화이허(淮河)가 관통한다.
남북 450km 사이에 거대한 강이 두 개나 관통하고, 거기에 남쪽에는 지우화산이 황산 같이 제법 큰 줄기의 산이 있는데 한 성이다. 화이허는 과거 '귤이 회수(淮水)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의 바로 그 회수다.

사실 필자가 안후이를 돌아본 여정도 이런 지형처럼 갈기갈기 찢겨 있다. 남부에 있는 황산 인근은 유명한 산이라 일찍 여행을 했고 이후에도 다섯 차례 정도 여행했다.
반면에 허페이(合肥)나 펑푸(蚌埠)는 수년전 화이허 대홍수 때 취재차 들렀다. 북서부의 보저우(뛰州)는 지난해 최우석 삼성 부회장님과 삼국지 답사를 위해 들렀으니 지형만큼이나 내 방문 역사도 다양하다.
사실 삼국지의 배경이 되던 시기에도 안후이의 북쪽은 조조가 장악하던 위(魏)나라 지역이다. 이 지역은 쉽게 보면 초반기에 유비가 잠시 머물던 쉬저우(徐州)의 영역인데, 유비는 장비의 음주로 이곳을 여포에 빼앗기고 곧 조조가 이곳을 장악한다.
반면에 창지앙은 원술의 땅이었다가 후에 손권이 찾아서 오(吳)나라의 땅으로 삼는 지역이다. 역사만큼이나 여행지도 천양천색인 만큼 안후이는 그 점을 감안하고 여행해야 한다. 큰 여행지는 황산, 지우화산밖에 없지만 다양한 문화의 교차지답게 다양한 문화를 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안후이의 행정 성도는 허페이지만 여행의 도시는 황산이다. “오악(五岳)을 보고 난 후엔 다른 산이 보이지 않지만, 황산을 보고 난 후엔 오악조차 보이지 않는다(五岳歸來不看山, 黃山歸來不看岳)”, “황산을 보지 않고 천하의 아름다움을 말하지 말라” 등 황산에 대한 미사여구는 끝이 없다.
하지만 황산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황산의 아래 마을들에서 수천년간 자라난 중국 인문학의 향기다.
이 지역 여행은 안후이성 중부에 자리한 지우화산에서 시작한다. 지우화산은 신라 스님 김교각 스님을 모신 중국 4대 불교 명산 가운데 하나다.
실크로드를 통해 각고의 노력으로 들어온 중국 불교의 소문을 듣고 신라의 많은 이들이 중국에 몰려든다. 그 가운데는 혜초와 같이 다시 경전의 탄생지인 인도로 간 이들도 있지만 많은 이들은 현장(玄裝 602 ~ 664) 등이 가져온 경전을 연구하고, 스스로 불교를 이해하는 데 집중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김교각(696~794) 스님이다. 구화산 대부분의 명소는 김교각 스님과 인연이 있다. 왕자의 신분을 버리고 혈혈단신 중원을 다니다가 지우화산에 이르러 전설이 되어버린 그를 느끼면서 다니는 여행은 독특한 감상을 줄 것이다.
황산은 앞서 말했듯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산이다. 황산은 안후이성의 동남부에 자리하고 있다. 여행자들이 보통 들르는 광밍딩에서 즈광거까지의 코스도 2일 여행 코스로는 최적이지만 시하이따샤쿠, 톈두펑 등의 산 위 명소와 페이추이쿠 등 산 아래 명소를 가진 천하 명산이다.
황산의 장점은 사계절 다양한 느낌이 있고,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산 아래에서 도화와 유채꽃이 피고 찻잎을 따는 봄은 신춘을 느끼는 최고의 명소다.
여름은 나무들의 울울함 속에서 더위를 피하는 적소다. 가을은 산 아래 나무들이 독특한 색을 뿜어내고, 겨울은 황산송과 대나무들에 설화가 깃든다. 특히 겨울에는 황산의 명물인 운해를 더욱 쉽게 만날 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황산의 아래에는 홍춘, 시티, 툰시, 시셴 등의 수백 년 전통의 옛 도시들이 자리하고 있다. 흔히 후이저우(徽州)로 불리는 황산 아래 마을은 지앙시 성에 속하지만 역시 후이저우의 일부인 우셴(등縣)을 비롯해 황산 아래 포진한 많은 마을을 말한다.

이 마을들은 중국 지성의 산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과거 합격자의 3분의 1에 달하는 이들이 이곳 마을의 합작 결과였고, 호설암 등은 독특한 장사 수완으로 중국 장사의 최고봉을 이뤘다.
이름하여 휘상(徽商)이라 불리는 이들은 화동뿐만 아니라 중앙에 다양한 문화를 알려줬다. 베이징 덕으로 불리는 오리요리나 경극으로 불리는 전통 공연의 뿌리도 이곳이다. 이 때문에 후이저우 문화는 티베트학, 돈황학과 더불어 중국 3대 지역학으로 꼽히고 있다.
글/사진= 조창완 여행 작가, 중국자본시장연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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