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자본의 낙하산 차단 취지지만, 민간방송 ‘경영권 침해’ 반발도
민영 방송의 보도책임자에 대한 ‘임명동의제’ 법제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보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제도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취지지만, 방송사 내부는 물론 대주주 측에서는 "경영 자율성 침해"라는 반발이 나오며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은 지난 7일 국회 과방위를 통과했으며, 오는 8월 4일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는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노총의 방송 장악"이라고 반발하며 필리버스터를 예고했다.
핵심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이다. 사장 선임 과정에서 시민 참여를 확대하고, 보도책임자 선임 시 구성원의 동의를 얻도록 명시했다. 구체적으로는 KBS·MBC·EBS 등 공영방송뿐 아니라 YTN·연합뉴스TV 등 보도전문채널의 보도 책임자를 임명할 때 보도 분야 직원 과반수 동의를 얻어야 하며, 편성위원회 운영도 의무화하도록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법 적용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특히 SBS나 지역 민영방송 등 사유화 우려가 높은 방송사가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사실상 ‘선택적 개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보도 기능을 수행하는 방송사업자 전체에 법적 기준이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SBS는 2017년 박근혜 정부 시절 ‘보도지침’ 파문 이후 편성·보도 책임자 임명동의제를 노사합의로 도입했으나, 2021년 사측이 해당 제도를 사실상 폐기한 바 있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는 “무단협 사태가 반복되는 현실에서, 임명동의제를 법제화해 지속가능한 보도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YTN 역시 최근 김백 사장의 극우 단체 취재 지시 논란을 둘러싸고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사장이 보도본부장을 건너뛰고 지방취재본부에 직접 취재 지시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노조는 “편성 규약과 공정방송 협약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노사 공방이 진행 중이다.
이런 일련의 사례들은 낙하산 인사와 외부 간섭으로부터 보도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방증한다. 이에 따라 개정안에는 보도책임자 임명 시 동의 절차 미이행에 대해 최대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재허가·승인 심사와 연계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결국 이번 논의는 ‘민간영역으로 볼 것인가,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매체로 볼 것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김소형 방송콘텐츠특별위원회 미디어공공성분과장은 “종편을 포함한 민영방송 역시 막대한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만큼, 공적 책임을 외면해선 안 된다”며 “지속가능한 언론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임명동의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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