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납품·보수·검증까지 ‘1인 3역’… 견제장치 없는 구조적 문제
한수원이 최근 10년간 원전 핵심 부품인 원자로헤드(reactor head) 결함으로 반복적인 보수와 교체를 거듭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유일의 제작사인 두산에너빌리티가 납품부터 보수, 안전성 검증까지 도맡아 진행하면서 ‘셀프 검증’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조인철 의원(광주 서구갑·더불어민주당)이 30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빛원전에서 지난 13년간 원자로헤드 결함과 용접 이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한 사실이 확인됐다.
‘원자로헤드’는 핵분열이 일어나는 원자로 상부를 덮는 두꺼운 강철 뚜껑으로, 내부에는 제어봉이 드나드는 관통관이 설치돼 있다.
이 부품에 결함이 생기면 냉각재 누출이나 방사능 유출 등 중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1995년부터 한빛·한울 등 주요 원전에 원자로헤드를 납품해왔다. 현재 한수원으로부터 해당 부품 제작 자격을 보유한 국내 기업은 두산이 유일하다.
문제는 이 독점 구조 속에서 결함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같은 업체가 계속 공급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빛 3호기는 2012년 두산이 납품한 헤드에서 관통관 6곳 균열이 발견됐다. 이후 기존 재질(알로이 600)이 고온·고압 환경에서 부식에 취약하다는 이유로, 2015년 강화 재질(알로이 690)로 교체됐다.
그러나 2020년 한빛 5호기에서도 용접부 결함이 또 발생했다. 더구나 당시 시공사인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이 잘못된 재질(스테인리스)로 용접하고도 정상 시공으로 허위 보고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올해 7월 두산이 새로 제작한 원자로헤드를 다시 교체했지만, 가동 직전 관통관에서 냉각재가 새는 1㎜ 구멍이 또 발견됐다. 결함을 해결하겠다며 교체했는데, 새 제품에서 다시 구멍이 난 셈이다.
1980년대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납품한 한빛 1·2호기 헤드는 같은 알로이 600 재질임에도 40년째 교체 없이 사용 중이다. 국산화 이후 오히려 품질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조 의원이 확보한 한수원 내부 자료에 따르면, 원자로헤드의 수리와 안전성 검증 또한 납품업체인 두산이 주관해왔다.
2020년에는 ‘한빛 5호기 원자로헤드 용접부 건전성 확인’을, 2025년에는 ‘결함부 화학 분석’을 두산이 직접 수행했다. 즉, 납품-점검-검증의 전 과정이 한 회사 손에서 이뤄진 구조다.
조인철 의원은 “기술의 국산화는 긍정적이지만, 특정 기업 의존 구조는 위험하다”며 “원전 핵심부품의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제3기관 중심의 안전성 평가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결함이 10년 넘게 반복되고 있음에도 근본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한수원은 재발 방지를 위한 전면 점검과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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