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1-09-17(금)
 

사회가 점점 고도화되면서 전문가와 권위자들이 한번 뱉는 멘트는 이슈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반면 이들로부터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사과는 좀처럼 듣기 어렵다.


한 번의 사과로 그동안 자신이 쌓아 올린 권위가 무너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커서 일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과는 용기 있는 사람들만이 할 수 있다. 상대가 자신보다 아래인 경우나 대중 앞에서의 사과는 마치 자존심을 상하는 것으로 오해해 주저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6년점쯤 가수 유희열이 모 프로그램에서 오디션 참가자에게 혹평을 했다가 바로 사과하는 장면을 우연히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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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방송됐던 SBS ‘K팝 스타 5’라는 프로그램에서 유희열이 참가자에게 사과를 하고 있다.

 

평소 우스갯소리를 즐겨 하는 유희열이었지만 그 이후 필자에게는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라는 존경심을 갖게 됐다.


기억을 되살려 찾아보니 2015년 방송됐던 SBS ‘K팝 스타 5’라는 프로그램이었다. JYP 박진영 대표와 YG 양현석 회장, 안테나 뮤직의 유희열 대표가 캐스팅 업체 사장 자격과 심사위원 자격으로 갖은 독설을 내뱉는 것이 놀라운 참가자의 가창력과 더불어 또 다른 재미 요소였던 기억이다.


당시 수많은 톱스타를 발굴해 키워낸 박진영 대표나 양현석 회장의 독설은 상업성을 바탕으로 한 엔터 사업 분야에서 가히 독보적이어서 참가자가 울든 말든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처지였다.


안테나 뮤직의 유희열 대표는 한 오디션 참가자가 자작곡으로 써온 ‘어항’이라는 노래 가사에 대해 난해하다면서 혹평을 했다.


하지만 차주 방송에서 유희열은 “제가 잘못한 것 같네요, 오히려 OO 양의 생각이 맞는 것 같네요, 내 눈이 어항이었어요”라면서 자신의 잘못을 해당 참가자와 방송을 보고 있을 대중 앞에서 겸허하게 사과했다.


자신의 위치와 권위와 지식으로 얼마든지 변명을 끌어올 수도 있었지만 사과를 택한 유희열이란 인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되레 깊은 존경을 표했다.


이후 수년이 흘러 유희열은 여전히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을 하고 있지만 경솔한 독설을 내뱉는 모습은 찾아보질 못했다.


최근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사과문이 나오면서 유시민 이사장과 유희열 대표가 잠깐 오버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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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이사장 유튜브 방송 캡처화면 사진출처=노무현재단 홈페이지

 

물론 그들의 사과가 즉시 사과와 1년의 유예 속에 사과라는 시간차 개념에서 오는 차이가 있겠지만 그 진정성까지 의심할 필요는 없겠다.


유 이사장은 검찰이 자신의 계좌를 사찰한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입증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검찰에게 피해를 입혔다면서 자신의 실수와 반성을 문서화하는 용기를 보여줬다.


유시민 이사장의 날카롭다 못해 다소 경박하게 보일 정도였던 그의 멘트로 상처를 입은 측은 여전히 그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하다.


하지만 사과하고 반성할 수 있는 유시민 이사장의 모습은 사과에 인색한 우리 사회의 또 다른 귀감이다.


신이 아닌 이상 항상 옳은 생각 바른말만 하는 인간은 없다. 근래 보기 드문 자발적 사과와 그 용기에 대해 용서하고 인정하는 또 다른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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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하는 용기와 사과받을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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