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제정을 두고 찬성과 반대 두 목소리가 충돌했다. 간호사들은 '간호법' 제정을 촉구했지만, 의사와 간호조무사들은 간호법안을 철회하라며 거리로 나왔다. 찬반의 핵심쟁점은 '누구를 위한 법'이냐지만, 서로의 입장은 정반대다.
특히, 간호조무사들은 의사협회와 연대하며 '간호법' 제정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 등은 "간호법은 간호사만의 이익실현을 대변하는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안상준 의협 공보이사는 “간호법은 전체 보건의료의 발전이 아닌 간호사의 권리와 이익에만 국한돼 있다"고 지적했다.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는 단체는 일단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계가 개정을 통해 조금씩 권한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함수연 한국여자의사회 사업이사는 “간호사 뿐 아니라 모든 보건의료인들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기존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을 통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한간호협회(간협)는 "간호법은 초고령 사회 진입, 만성질환 증가에 따른 간호인력 수요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대유행에 대비하고 살인적인 노동강도와 불법진료로부터 간호사와 환자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해 결국 국민의 건강을 위한 법"이라고 재정을 촉구했다.
간호 면허 소지자는 46만 명, 하지만, 실제 활동 간호사는 절반 수준으로 높은 업무 강도와 열악한 근무 환경 때문에 평균 근속 기간은 7년 5개월에 불과하다. 이에 간호법을 통해 처우를 개선하고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면 의료 서비스 질이 나아질 수 있다는 논리다.
찬반 논란이 일어나는 이유 중 또 하나는 간호법 제정안에 명시된 '지역사회'라는 표현이다. 간호사들은 의료법에서 간호법을 분리해 제정하고, '간호 행위'와 '활동 공간'을 새로 정해야 한다면서 간호 활동 공간을 의료기관에서 지역사회로 확대했다.
지난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간호법 조정안(간호법 대안)에 따르면 '간호법은 모든 국민은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의료의 질 향상과 환자안전을 도모해 국민의 건강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의협 등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는 측은 "간호사의 의료기관 밖에서의 업무영역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국민 건강을 위협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병원이 힘들다는 이유로 의사가 없는 곳에서 간호사가 활동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입을 것이라는게 간호법을 반대하는 목소리다.
반면 간협은 "2026년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고령인구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민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체계 구축을 위한 간호·돌봄 인력과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대응을 위한 숙련된 간호사 양성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반박했다.
논란의 요소는 하나 더 있다. 간호사의 '단독개원 가능 여부'다. 현행 의료법상 간호사의 업무범위는 '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새 간호법안에는 보건의료단체 간 갈등의 핵이었던 간호사 업무범위가 '의료법에 따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 '환자의 간호요구에 대한 관찰, 자료수집, 간호판단 및 요양을 위한 간호', '간호 요구자에 대한 교육·상담 및 건강증진을 위한 활동의 기획과 수행,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건활동'이라고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다.
의협은 "간호법 제정을 통해 단독개원의 근거가 마련될 경우 간호사의 단독 의료행위로 국민건강이 위협받을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간호사협회는 "간호사의 단독개원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하면서 의협의 주장을 반박했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간호사는 의사나 치과의사, 한의사와 달리 의료기관 개설 권한이 없다.
간호법에는 의료기관 개설에 관한 규정이 없고 현행 의료법상 의료기관 개설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간호사의 의료기관 개설을 통한 진료는 불가능하다. 국가와 지방정부가 병원들에 간호인력 처우 개선에 필요한 지원을 할 경우 의사 입장에서는 손해볼 것이 없다는 게 간호사협회의 의견이다.
새로운 간호법안에 따르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간호사 등의 근무환경과 처우 개선을 통한 간호사 등의 장기근속 유도와 숙련된 인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고 그에 따른 지원을 하도록 하고, 간호사 등을 고용하는 각종 기관과 시설의 장은 간호사 등의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을 위해 필요한 지원을 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간호조무사는 왜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고 나섰을까? 새로운 간호법안에는 간호조무사가 간호사의 보조업무를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간호조무사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간호사 없이는 간호조무사가 일을 할 수 없는 것처럼 해석될 수 있다. 간호사 없는 기관에서는 간호조무사가 일할 수 없게 돼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간호조무사의 일자리 위협 주장에도 간호사협회는 반박한다. 간협은 "동네 병·의원급 의료기관에 간호사를 의무배치하게 되지만, 간호법에 의료법을 그대로 가져온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또 "'지역사회'라는 문구가 들어가 요양원 등 시설에 있는 간호조무사들이 간호사들로 대체돼 일자리를 위협받는다고 주장하지만, 애초 간호법에 있던 '간호법이 다른 법률에 우선한다'는 내용이 조정안에서 삭제돼 일자리를 위협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지난 17일 새로운 간호법안은 국회 소관 상임위를 통과했다. 이제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의결만을 남겨두고 있다. 간호법 제정을 주도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6일 법제사법위원회와 27일 본회의 의결을 거쳐 이달 내 간호법 제정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간호법안이 민주당의 당론으로 정해지면 '검수완박'처럼 다수당의 의결로 손쉽게 제정될 수 있다.
의협과 간호조무사 등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는 보건의료단체들은 "간호법이 국회를 최종 통과하면 대대적인 총궐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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