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국내에는 이색 택시가 서울 시내를 활보한 적이 있다. 이색 택시의 주인공은 흰색 지프차였고 덩치가 커 이목이 집중됐다. 당시 지프를 운전한 택시기사 정태성 씨는 승객이 탑승할 때 카페트를 깔아주는 등 다양한 이벤트와 서비스로 화제가 됐는데 이후 유명 강사로 변신했다.

정 씨가 운전했던 화제의 지프가 바로 지프 랭글러 루비콘이다. 시간은 흘렀지만 이색 택시로 눈길을 사로잡았던 지프 랭클러 루비콘 파워탑(이하 루비콘)을 지난 17일 실물로 만났다.
지프는 원래 미국 야전군용차다. 한때 남자들의 로망이기도 했다. 쌍용 코란도 역시 지프의 인기에서 비롯된 모델이기도 하다. 지프 랭글러 루비콘은 지프 차종 중에서도 지프 고유의 DNA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파워탑은 자동으로 차량 덮개를 개폐할 수 있다.

루비콘을 본 첫 인상은 다른 시승기 때와는 사뭇 달랐다. 시승 전 여러 기능들을 점검하던 중 말로 표현하기 힘든 묘한 압도적인 분위기에 휩싸였다. 일반적으로 시승차는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선팅 필름을 부착하지 않기 때문에 누군가의 시선이 머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헤드셋을 낀 한 청년이 차량 주위를 돌면서 '엄지 척'을 들어올렸다.

지프 루비콘은 부드럽고 안정된 승차감, 럭셔리 외장, 퍼포먼스, 연비 등을 강조하는 요즘 차들과는 비교 관점이 다르다. 편안함을 추구하기 보다는 저돌적으로 덤벼들었다가 깨지고 다시 도전하는 모험가에게 추천할만한 모델이다.

시승한 블루 루비콘은 외관과 함께 강한 직선의 이미지를 극대화하기에 충분했다. 언제라도 야전 차량으로 변신할 수 있게 좌우 옆문은 탈부착이 가능하다. 지프 루비콘은 '아웃도어'를 위해 제격이다.
하지만 편안함과 편리함은 뒷전이다. 탑승할 때 디딜만한 발받침 하나 없다. 그냥 다리를 높이 들어올려야 탈 수 있다. 대신 차체가 높아 주행 시 시야 확보는 유리하다. 안전 운전을 위해서라면 차폭 거리감을 빨리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차량에 탑승하고 난 뒤 가장 당황스러운 것은 변속레버다. 여느 차와 달리 루비콘은 변속레버가 두 개다. 둘 중 오른쪽 레버는 평소 주행에 필요한 레버이고 왼쪽 레버는 이륜 또는 사륜 등의 오프로드용 레버다.
루비콘에도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있다. 루비콘에게 정속 주행이 어떤 의미인지는 설명하기는 어렵다. 다만 차량 디스플레이 화면과 안드로이드 오토 기능은 무난하게 연동돼 활용하는데 편리하다. 차량 자체 내장된 내비게이션 사용은 '비추'다.
일반 도로 주행은 왼쪽의 이륜 모드로 레버를 조정하고 나서 운전하면 그나마 연비를 아낄 수 있다. 이때도 후륜에서 전달되는 힘이 등을 밀어주는 느낌으로 쭉쭉 전진하는데 아쉬움은 없다.
꿀렁꿀렁한 길은 4륜 오토 모드로 달릴 때 좋다. 네 바퀴에서 주는 파워가 탑승자에게 믿음을 준다.

하지만 요철을 통과할 때 전달받는 충격 흡수율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그저 오르고 넘고 밀고 나가는데 최적화된 차다.
할인 없는 7000만 원대의 고가 차량에도 꾸준히 마니아가 형성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루비콘은 거친 짐승남이다. 하지만 겉은 근육질로 단단해 보지지만 속내는 주변을 지켜주려는 마음. 무심한 듯 의외로 다정해지려고 노력형 마초의 매력이 고스란히 담겼다.

PS. 루비콘의 연료는 디젤이 아닌 휘발유 전용이다. 주행 요령만 잘 숙지한다면 주유 한 번에 서울에서 동해안 찍고 돌아오기에 충분히다.
BEST 뉴스
-
[단독] "LG전자, 직원 10명 중 4명 잘린다…초대형 희망퇴직"
LG전자가 대규모 감원에 돌입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LG전자 직원만 가입할 수 있는 폐쇄형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최근 이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담아 "기사화를 부탁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의 작성자는 LG전자 소속을 인증한 LG전자 직원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신빙성 있는 자료로 분석된다. ... -
DB그룹 경영권 향방 중대 고비…김남호 명예회장, 법률 자문 검토
DB그룹 2세인 김남호 명예회장이 두 달 전 회장직에서 물러난 데 이어 내년 3월 사내이사직까지 내려놓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본격적인 대응에 나설지 주목된다. 김남호 DB그룹 명예회장 사진=DB그룹 제공/연합 지난 6월 27일, DB그룹은 돌연 ... -
“출산 후 수혈 못 해 아내를 잃었다”…영주 A 병원 예고된 인재
지난 7월, 경북 영주시의 분만취약지 지원병원에서 출산 직후 산모가 과다출혈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병원은 매년 수억 원의 국비·지방비를 지원받는 지역응급의료기관이었지만, 정작 응급 상황에서 사용 가능한 혈액조차 확보하지 못해 비극을 막지 못했다. 이 사고는 한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제도적 허점... -
박주민 “오세훈, 비(非)강남 버렸다”…경전철 공약 ‘빈 껍데기’ 전락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연합뉴스 서울시가 추진해 온 강북·동북권 경전철 사업이 잇따라 좌초하면서 오세훈 시장의 균형발전 공약이 사실상 공염불에 그쳤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과 ‘새로운서울준비특별위원회’(위원장 박주민)는 21일 열린 ‘오세훈 시정 3... -
대한전선-LS전선 해저케이블 분쟁, 1년 넘긴 수사와 재계 파장
LS전선 동해공장 전경 사진=LS전선 제공 대한전선과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의혹을 놓고 진행 중인 경찰 수사가 1년을 넘겼다. 비공개 영업비밀 침해 사건 특성상 혐의 입증이 까다로워 수사가 지연되는 가운데, 이번 사안이 국내 해저케이블 산업 주도권과 재계 구도에 ... -
인천공항 제4활주로서 화물차 사고 사망…공항 안전관리 또 도마 위에
26일 오전 6시쯤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 제4활주로 인근에서 50대 남성 A씨가 몰던 1t 화물차가 공항 외곽 울타리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천국제공항 전경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연합뉴스] 사고 충격으로 크게 다친 A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