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장사 규제는 피하고, 배당은 더 많이…“주주환원 논리 무색” 지적
총수일가가 지배하는 비상장 기업을 통해 수백억 원의 배당금을 챙긴 사실이 알려지며,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에 또다시 경고등이 켜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효성그룹의 비상장 계열사인 효성투자개발은 지난해 약 27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음에도 이보다 130억원 이상 많은 400억원 규모의 배당을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약 164억원이 최대주주인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에게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그 배당의 실질적 출처가 국내 영업이 아닌, 해외 계열사에서 벌어들인 수익이라는 점이다. 이를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자산관리회사(PAMC)보다 더 영리한 저당(低當) 배당 모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효성투자개발은 한때 섬유·화학 분야의 중간 지주 성격을 띤 회사였지만, 현재는 부동산 투자 및 임대업을 핵심 사업으로 전환한 상태다. 오피스 빌딩 등 유휴 자산의 안정적 임대 수익을 통해 연간 수백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사업 리스크가 적은 구조로 재편됐다.
하지만 실적만 보면 사정은 다르다. 효성투자개발은 국내 사업에서 오히려 손실을 내고 있는 반면, 베트남 등 해외 계열사들은 탄탄한 실적을 기반으로 대규모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효성베트남은 1조 7,241억 원의 매출과 982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고, 이 중 300억 원 이상을 효성투자개발에 배당했다. 조현준 회장은 효성투자개발 지분 41%를 통해 164억 원을 배당금으로 챙겼다. 이처럼 자회사 이익을 배당받아 모회사를 거친 뒤, 결국 오너 개인에게 귀속시키는 구조는 지주회사와 유사하지만, 지주사보다 규제가 덜한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더욱이 이 배당 구조는 몇 가지 중대한 리스크를 안고 있다. 우선, 계열사 간 이해 충돌 소지가 크다. 효성베트남처럼 실적이 양호한 해외 자회사가 그룹 내 타 계열사 지배구조나 자금 흐름에 영향을 받게 되면, 외국계 투자자나 현지 당국의 견제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향후 효성그룹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 충족을 위한 계열사 분리 또는 지분구조 변경에 나설 경우, 효성투자개발이 보유한 해외 법인의 지분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배당 수익은 급감하게 되고, 조 회장의 연간 배당금도 현재의 4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조 회장은 2022년, 개인회사 경영난을 해결하기 위해 효성투자개발을 통해 불법 자금을 조달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그룹 내 다수 계열사의 대표직을 겸임 중인 조 회장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해 기업 지배구조에 혼선을 야기한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재무 건전성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의 배당 구조는 단기적으로는 상속세와 개인 세금 부담을 줄이는 데 유리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 환율 변동, 베트남 내 정책 리스크 등 외부 변수에 취약하다. 배당금이 흔들릴 경우, 조 회장의 ‘저당 수익 구조’ 역시 근본적인 흔들림을 피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배당금 중심의 수익 구조는 투자자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지만, 모회사의 실적이 아닌 자회사 실적에 전적으로 의존할 경우, 이는 재무구조의 취약성을 의미한다”며 “장기적으로는 기업 가치의 지속성에 대한 회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BEST 뉴스
-
[단독] 강남 'ㄸ 치과'… 갑질 논란 이어 이번엔 수면마취 사망까지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대형 임플란트 전문 치과에서 수면마취 시술을 받던 70대 여성이 끝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해당치과 건물(사진출처=구글 갈무리) 최근 일부 치과의 무분별한 수면마취 실태를 연속 보도해 온 MBN 취재로 드러난 이번 사건... -
‘판타지오’82억 불복 속 … 남궁견의 수백억 베팅
차은우의 ‘200억 원대 세금 의혹’이 확산된 지 채 열흘도 안 돼 김선호까지 유사한 논란에 휩싸이면서, 두 배우가 몸담았던 판타지오는 ‘아티스트 리스크’와 ‘세무 리스크’가 한꺼번에 몰려든 형국이 됐다. 이미지 출처=판타지오 누리집 김선호 건은 “가족 법인을 ... -
포스코이앤씨…브라질에서 , 1,740억 채무 “먹튀·야반도주“ 파문
포스코이앤씨(구 포스코엔지니어링)가 브라질 대형 제철소 건설 사업을 마친 뒤 약 1,740억 원에 달하는 미지급 채무를 남긴 채 현지 법인을 사실상 철수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진출처=포스코 이앤씨 누리집 채무의 80% 이상이 임금·퇴직금·사회보... -
재고를 신상품으로 둔갑… ‘K-명품’ 이라는 우영미, ”택갈이 보다 심하다“
우영미(WOOYOUNGMI)를 둘러싼 논란이 단순한 '디자인 변경' 수준을 넘어 소비자 기만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핵심은 같은 해 상·하반기 상품으로 판매된 두 후드 티셔츠다. 우영미는 지난해 하반기 '블랙 플라워 패치 후드 티셔츠’(정가 52만 원)를 출시했는데, 이 제품이 같은 해 상반기 출시된 '블랙 ... -
60억 원 배임·횡령’ 박현종 전 bhc 회장, 공판 앞두고 ‘전관 초호화 변호인단’ 논란
60억 원대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된 박현종 전 bhc 회장이 다음 달 4일 첫 공판을 앞둔 가운데, 전직 특검보와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들이 대거 포진한 이른바 ‘초호화 전관 변호인단’을 꾸린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박현종 전 bhc 회장 사진출처=연합뉴스 ... -
‘선분양 제한’ 논의에 GS건설 긴장… 재무 부담 우려
GS건설 주거 브랜드 '자이' [GS건설 제공/연합뉴스] 정부가 건설사 영업정지 처분과 연동되는 선분양 제한 규제를 실제로 적용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GS건설이 대형 건설사 가운데 첫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구조물 붕괴와 현장 사망 사고 등 안전 논란이 반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