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9월 2일 밤 약 100분간 거래가 중단되는 ‘먹통’ 사태를 겪고 사과와 전액 보상을 약속했다. 장애 원인은 외부 해킹이 아닌 거래 체결 시스템 오류로 확인됐다. 빗썸은 피해자 접수를 받아 개별 심사 후 전액을 보상하겠다고 밝혔지만, 반복되는 전산 장애 속에서 “근본 개선 대신 이미지 마케팅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번 장애는 지난 2일 오후 11시 27분경 시작됐다. 주문 체결이 지연되고 호가창이 멈추자, 빗썸은 11시 30분경 긴급 점검에 돌입했다. 서비스가 정상화된 것은 3일 오전 1시 9분, 100분이 지난 뒤였다. 빗썸은 “체결 시스템 오류”라고 원인을 설명하며, 외부 공격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빗썸은 이번 사고로 피해를 본 회원들에게 전액 보상을 약속했다. 피해자는 10월 2일까지 이메일 등을 통해 피해 내용을 접수할 수 있으며, 접수 후 15~30영업일 내 심사를 거쳐 통지하고, 통지일로부터 20영업일 이내에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전액 보상은 실제 거래 손실을 증빙해야 하는 구조여서 이용자들의 불만이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빗썸의 시스템 불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당시 업계 전체가 거래 폭주로 장애를 겪었는데, 빗썸은 당시에도 보상 대상에 포함됐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전산 장애 건수는 빗썸이 41건으로 가장 많았다. 같은 기간 업비트(28건), 고팍스(11건), 코인원(8건), 코빗(1건)보다 두드러진다. 업계에서는 빗썸이 “먹통 1등”이라는 오명을 얻은 배경이라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빗썸의 전산운영비 집행 내역은 공시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IT운영비 내역을 별도로 공개하는 곳은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유일하며, 빗썸은 “자사 전산운용비는 ‘지급수수료’ 항목에 포함된다”고 해명했다.
실제 2025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빗썸의 지급수수료 지출액은 약 472억 원(반기 기준)이다. 지급수수료에는 카드사·PG사 결제 수수료, 외부 전산 인력 인건비, 보안 및 서버 관리 위탁비, 통신망 사용료 등이 모두 합쳐져 있다. 빗썸은 이 안에 전산운영비도 포함된다고 설명하지만, 세부 항목을 구분하지 않아 실제 전산 안정화에 얼마가 투자되는지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은행·증권사들이 전산관리 비용을 별도로 공시하는 것과 대비되며,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투명성 부족”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재무 지표를 보면, 빗썸은 지난해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2024년 영업이익은 약 1,307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고, 순이익은 1,618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같은 해 마케팅 비용만 1,922억 원을 지출해 순이익을 넘어섰다. 2023년 마케팅 비용이 160억 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1년 만에 10배 이상 급증한 셈이다.
빗썸이 이처럼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배경에는 상장(IPO) 추진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2025~2026년을 목표로 IPO를 준비 중인데, 이 과정에서 시장 점유율 확보와 브랜드 강화를 위해 막대한 광고비를 집행한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수익성을 희생하더라도 ‘성장 스토리’를 강조해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반복되는 먹통 사태와 전산운영비 불투명성은 상장 심사 과정에서 내부통제·리스크 관리 부실로 지적될 수 있다.
장애 직후 배우 정우성이 빗썸 광고 촬영을 진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소속사 아티스트컴퍼니는 “정우성이 9월 3일 광고 촬영을 했다”고 인정했다. 이는 정우성이 약 10개월 만에 상업 광고 활동을 재개한 사례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용자 피해가 막 발생한 상황에서 모델 기용 홍보를 하는 것은 시기상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는 빗썸에서 여러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기술적·제도적으로 수습하기보다는 대관(對官) 인력 강화로 리스크를 우회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빗썸은 올해 초 금융감독원 현직 팀장급 인사 2명을 영입했다. 이들은 금감원 은행검사국 팀장(3급)과 보험검사국 팀장(3급) 출신이다. 지난해에도 금감원에서 근무 중이던 3·4급 인사 2명이 빗썸으로 자리를 옮겼다. 빗썸은 이들에게 거액의 연봉을 지급하며 주로 대관 업무에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 상반기 빗썸에서 5억 원 이상의 급여를 받은 임직원은 모두 대관 담당자였다. 소영호 상무(6억3,800만 원), 김태윤 전무(5억9,000만 원), 남승진 부장(5억7,200만 원) 등은 모두 대외협력부문에서 활동하며 이재원 빗썸 대표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았다. 업계에서는 “전산망 안정화보다 대관 로비에 자원이 쏠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빗썸은 반복되는 전산 장애에도 불구하고 전산운영비 내역을 외부에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아 투명성 부족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동시에 순이익을 넘어서는 막대한 마케팅비와 대관 인력 중심의 고액 보수가 더해지며, 단기적인 시장 점유율 확대와 IPO 준비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빗썸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체결 시스템 오류에 따른 개별 사안일 뿐 반복된 장애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닥사 모범 규준에 따라 보상 계획을 수립했으며, 규준에 맞춰 피해 접수와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산운영비 공시 논란에 대해서는 “회계 분류 차이일 뿐 실제 상당 부분이 전산운영비로 사용되고 있다”고 했다.
마케팅 비용에 대해서는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이용자 혜택 제공을 위한 필수적 수단”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대관 부서 보수 편중 논란에 대해서는 “보수는 직무 성격과 성과를 고려해 균형적으로 책정된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제기된 문제에 대해 빗썸 측은 조목조목 반론을 내놓았지만 결국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전산망 안정화에 대한 실질적 투자, 투명한 비용 공시, 대관 중심 인사 운용에서 벗어난 이용자 보호 기준 준수가 필수적이다.
투자자와 이용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만이 ‘먹통 1등’이라는 오명을 벗고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갈 유일한 길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빗썸이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기술적 안정화와 투명성을 확보한다면, IPO는 물론 글로벌 경쟁에서도 신뢰받는 거래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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