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해역에서 불법 조업을 벌이다 해양오염까지 일으킨 중국 선박들이 변상금까지 내지 않고 도망간 것으로 드러났다. 해양경찰이 수년째 변상금 징수를 못한 채 사실상 ‘먹튀’를 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경북 구미시을)이 해양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997년 방제 의무가 도입된 이후 지난해까지 해양오염 사고 변상금 미납액은 22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사례도 적지 않다. 2019년 2월 중국 어선 ‘두쥔호’는 제주 서귀포 앞바다에서 불법 조업을 하다 해경에 적발됐다. 그러나 인계 과정에서 선박이 좌초되면서 기름 4.75㎘가 유출, 방제 비용 540만 원이 발생했다. 해경은 선주 Wei 씨에게 변상금을 청구했지만, 이후 연락이 끊겨 결국 불납결손 처리됐다. 사실상 영원히 받지 못하는 돈이 된 셈이다.
2021년 3월에는 중국인이 몰던 선박이 경남 고성군 해역에서 태풍으로 좌초돼 기름이 흘러나왔다. 해경은 6800만 원의 변상금을 청구했지만 선장과 선원은 중국으로 달아났고, 선주와도 연락이 끊겼다. 내년 3월 소멸시효가 만료되면 이 역시 불납결손 처리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제도적 허점이다. 외국인 책임자에 대한 조사·처분 절차가 미흡해 이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지만, 해경은 강제 징수 수단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가해자가 내야 할 복구 비용을 결국 세금으로 메우는 실정이다.
소액·장기 미납 문제도 심각하다. 전체 미수납 77건 중 61건이 ‘재력 부족’을 이유로 변상금을 내지 않았고, 미납액의 절반가량은 100만 원 이하 소액이었다. 영업 활동을 이어가는 법인이나 환경단체조차 버티며 내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방제 의무 발생일로부터 10년 넘게 버틴 장기 미납자도 23명에 달했다.
현행법에는 강제 징수 장치가 없다 보니 해경은 전화 통보나 출입국 조회 요청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소재 파악이 되지 않으면 사실상 방치되는 셈이다. 게다가 미납금에 이자조차 붙지 않아 시간이 지날수록 실질 변상금은 줄어드는 기형적 구조다.
강명구 의원은 “중국이 불법 조업과 해양오염으로 우리 수산업을 위협하고 있는데도 정부가 사실상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외국인 책임자에 대해서는 강력한 징수 장치를 마련하는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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