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만여 건 개인정보 유출에도 ‘묻지마 조치’… 고령 이용자 30% 이상 2차 피해 우려
- 서삼석 의원 “농진청, 개인정보보호법 명백히 위반… 적법성 철저히 검증할 것”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이 운영하는 주요 홈페이지에서 수십만 건의 개인정보가 해킹으로 유출된 데 이어, 피해자 동의 없이 이용자 비밀번호를 일괄 변경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상 ‘명시적 동의’ 절차를 무시한 것으로, 정부기관의 안이한 보안 인식과 사후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영암·무안·신안)이 농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진청이 관리하는 5개 홈페이지에서 총 47만 9천여 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중복 계정을 제외한 실제 피해는 40만 7,345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4월, 농진청 홈페이지 운영을 맡은 용역업체 사무실 내 저장장치가 외부 해킹 공격을 받아 침투당한 사건이었다.
해킹 발생 사흘 뒤인 4월 10일, 농진청 산하 ‘축사로’ 사이트 가입자 정보 3천여 건이 유출됐고, 이후 추가 조사를 통해 나머지 47만여 건의 개인정보가 이미 빠져나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농진청은 4월 25일이 되어서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신고했다.
“동의 없는 비밀번호 변경”… 법 위반 논란
더 큰 문제는 농진청의 사후 대응이다. 농진청은 피해 계정의 비밀번호를 가입자 동의 절차 없이 일괄적으로 변경했으며, 이 사실을 피해자에게 별도로 통보하지도 않았다.
농진청은 이에 대해 “자진 변경률이 낮아 불가피했다”고 해명했으나, 이는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제39조의3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해당 법 조항은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 주체의 명시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특히 비밀번호나 인증정보 변경과 같은 행위는 이용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임의로 처리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다.
유출된 계정 중에서도 ‘농촌진흥사업종합관리시스템’은 65세 이상 고령 이용자가 3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밀번호 변경 통보 없이 기존 로그인 정보가 무효화되자, 상당수 고령 이용자들이 접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부는 피싱·스미싱 공격 등 2차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피해 방지를 위한 조치”라던 농진청의 결정이 오히려 추가 피해를 유발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기관이 기본적인 법적 의무조차 지키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 정보보안 전문가는 “농진청처럼 국민 개인정보를 다루는 기관이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조치를 취한 것은 단순 행정 편의주의의 결과”라며 “공공기관의 보안 거버넌스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삼석 의원은 “농진청이 법률상 금지된 비밀번호 임의 변경을 시행한 것은 명백한 위법 행위”라며 “그 취지가 어떻든 피해자 동의 없는 개인정보 조작은 법에서 금하고 있는 만큼 이번 국정감사에서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농촌진흥청의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해킹 피해를 넘어, 국민 개인정보 보호 의무를 정부 스스로 위반한 사례라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공공기관이 스스로의 편의에 따라 법률을 해석하고, 피해자 통보 절차를 생략한다면 국민의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공공 데이터의 안전한 관리와 절차적 투명성 확보' 이 두 가지를 소홀히 한 정부기관의 ‘보안 무책임’ 행정이 다시는 반복돼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BEST 뉴스
-
[단독] 환율 미쳤다…미국 공항서 달러당 2100원에 거래 중
미국에서 1달러를 매입하려면 한화를 2000원 이상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만큼 원화 가치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일러스트=픽사베이 13일 미국 캘리포니아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LA LAX공항 내부 환전소에서 교민들이 달러를 구입할 ... -
신길5동 지주택, 500억 횡령 의혹…조합원들 “10년 기다렸는데 빚더미”
서울 영등포구 신길5동 지역주택조합(조합장 장세웅)에 또다시 충격적인 의혹이 제기됐다. 신길5동 지역주택조합 시위 현장 사진출처=지역주택조합 SNS 25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가 파견한 공공 변호사와 회계사 실태조사에서 최소 500억 원 규모의 자금 유용 정황... -
올림픽대로 끝자락 ‘스테이지28’ 민간 표지판이 9개나?
서울 강동구 고덕동, 올림픽대로의 끝자락을 달리다 보면 눈에 띄는 표지판이 있다. KB뉴스영상 화면 갈무리 출처=KBS ‘3차로로 진입하세요’라는 안내 바로 옆에 ‘스테이지28 방향’이라는 글씨가 붙어 있다. 분기점에도, 진입로에도, 측도에도 같은 표지판이 반복된다. 세어보니 ... -
[단독] 삼성 갤럭시폰, 이미지 파일로 원격 해킹 가능?
반고흐 미술관의 오디오 가이드 기기로 사용되는 갤럭시 S25+를 사용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의 갤럭시폰에서 제로데이 보안 취약점(CVE-2025-21043)이 확인됐다. 제로데이 공격은 보안 취약점이 발견되었을 때 그 문제의 존재 자체가 널리 공표되기도 전에 ... -
신원근 진학사 대표, 국감 증인 출석… ‘스타트업 기술탈취’ 의혹 도마에
신원근 진학사 대표가 22대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중소기업 기술탈취 관련 질의를 받게 됐다. 29일 국회에 따르면 신 대표는 오는 10월 14일에 열리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의 국정감사에 출석요구될 증인 명단에 포함됐다. 신원근 진학사 대표 사진출차=SNS ... -
국가AI전략위, ‘AI정부’ 전환 TF 출범…아토리서치 정재웅 대표 주목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정부 시스템이 마비된 사태 이후, 정부가 근본적 해결책 마련에 나섰다.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위원장 이재명 대통령, 이하 위원회)는 29일 ‘AI 인프라 거버넌스·혁신 TF’ 구성을 공식화했다. 이 TF의 공동 리더로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겸 CA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