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가 압박 속 생활비 카드로 쏠림
신용카드로 항공 마일리지를 적립하던 소비 행태가 빠르게 식고 있다. 물가 상승으로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카드 이용의 무게중심이 여행·여가 혜택에서 공과금과 주유, 식비 등 필수 지출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최대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는 16일 발표한 ‘2025 신용카드 소비자 검색 리포트’에서 지난해 항공 마일리지 혜택 카드의 검색량이 전년 대비 3% 감소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교통 혜택은 11%, 무실적 카드는 16% 줄어들며 전반적으로 비필수 혜택에 대한 관심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리포트는 2025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카드고릴라 웹사이트 내 ‘맞춤 카드 검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소비자들이 실제 카드 선택 과정에서 어떤 혜택을 우선적으로 찾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된다.
항공 마일리지 카드의 하락세는 과거와 대비된다. 한때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적립해 장거리 항공권이나 좌석 승급을 노리는 소비자들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카드 검색 단계에서부터 외면받는 모습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으로 아시아나 마일리지 카드가 대거 단종되며 선택지가 줄어든 데다, 마일리지 가치 하락과 사용 제약이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소비자 관심은 ‘지금 당장 줄일 수 있는 비용’으로 옮겨갔다. 지난해 검색량이 가장 많이 늘어난 카드 혜택은 공과금·렌탈로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푸드(10%), 주유(9%) 혜택도 큰 폭으로 늘었다. 전기·가스요금, 관리비, 외식비, 유류비 등 생활 필수 영역에서 할인과 적립을 챙기려는 수요가 카드 선택의 핵심 기준이 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카드고릴라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된다. ‘2026년 가장 절약하고 싶은 비용’을 묻는 질문에 공과금·아파트 관리비, 주유비, 통신비, 외식·배달비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여행이나 항공 관련 비용은 상위권에 들지 못했다.
실제 카드고릴라의 2025년 인기 신용카드 상위 10종 가운데 상당수가 공과금·푸드·주유 혜택을 앞세운 카드였다. 항공 마일리지 특화 카드는 순위권에서 자취를 감췄다.
고승훈 카드고릴라 대표는 “검색 데이터를 보면 소비자들의 체감 경제 상황이 그대로 드러난다”며 “2025년은 물가 부담으로 인해 항공 마일리지나 여가 혜택보다 생활비 절감형 카드에 대한 수요가 압도적으로 높았던 해”라고 말했다. 그는 “교통이나 항공 마일리지처럼 대체 수단이 있거나 체감 혜택이 낮아진 영역은 앞으로도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항공 마일리지 카드 시장이 구조적인 전환기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과거 ‘카드=마일리지’ 공식이 흔들리면서, 카드사들도 여행 특화 상품보다는 생활 밀착형 혜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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