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직구 톰브라운 가디건 가품 의혹…모르면 패싱, 알면 환불로 끝
한 소비자가 11번가를 통해 구매한 해외직구 명품 가디건에서 시작된 가품 의혹은, 단순한 환불 분쟁을 넘어 대기업 플랫폼이 내세운 ‘가품 보상’이 실제로는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11번가는 “소명 자료를 확인했고 전액 환불로 조치했다”고 밝혔지만, 소비자와 커뮤니티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제보자 A씨는 지난달 11번가 해외직구를 통해 톰 브라운(Thom Browne) 가디건을 구매했다. 상품명은 ‘25FW 톰브라운 밀라노 스티치 사선 가디건’, 모델 코드는 MKC171A00219 415. 판매 가격은 50만 원대였다.
해당 상품 가격이 싼것을 보고 처음에는 의심을 했지만 결제를 멈추지 못한 이유는 플랫폼이 만들어낸 ‘안전한 착시’였다.
해당 판매자는 11번가에서 ‘고객 서비스 우수 판매자’로 표시돼 있었고, 문의 게시판에는 ‘정품이 맞느냐’는 질문에 “정품 아니면 환불해주겠다”는 답변이 반복적으로 달려 있었다.
여기에 11번가가 명품 거래에서 ‘가품 보상’을 전면에 내세워 홍보하고 있다는 점이 결정타였다.
A씨는 “이 정도면 플랫폼이 어느 정도 걸러주겠지”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상품을 받아본 순간, 그런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다. A씨는 “포장을 뜯자마자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쇼핑백의 재질과 마감, 제품의 디테일과 완성도는 기존에 구매했던 정품과 눈에 띄게 달랐다는 것이다. “아울렛용이라서, 해외판이라서 다를 수 있다는 말은 다 거짓말”이라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즉시 11번가 앱을 통해 증거 사진을 첨부해 반품을 신청했다. 그 직후 판매자는 밤 11시경 개인 연락을 시도했고, A씨는 이를 응하지 않았다.
다음 날 고객센터에 공식 항의를 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환불까지 2~3개월이 걸릴 수 있다”, “물류센터에서 다른 상품을 보냈을 수도 있다”, “가품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는 취지였다. A씨는 “명백한 증거를 제출했는데도 소비자에게 입증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였다”고 말했다.
논란을 키운 건 11번가의 ‘가품 110% 보상제’ 홍보다. 11번가는 가품으로 판정될 경우 전액 환불과 함께 결제 금액의 10%를 추가 보상한다고 홍보해 왔다.
A씨 역시 이를 신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몇 시간 뒤 11번가 측은 “톰브라운은 협력 브랜드가 아니라 보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안내했다. 해당 조건은 홈페이지 하단의 작은 글씨로 표기돼 있었고, 상담원들조차 확인에 시간이 걸렸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보상제는 전면에 내세우고, 예외는 숨겨 놓은 구조”라며 “소비자를 기만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 큰 문제는 판매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A씨는 “이미 구매 확정한 소비자들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물었지만, 11번가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해당 판매자는 여전히 동일 브랜드 상품을 판매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A씨는 “플랫폼이 수수료를 받는 구조에서 가품 유통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며 “사기의 판을 깔아준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본지에 질문에 11번가는 “판매자에게 정상 유통 거래 입증 자료를 요청했고, 소명 자료를 확인한 뒤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액 환불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또 “정품·가품 판단 권한은 상표법에 따라 상표권자에게 있으며, ‘위조품 110% 보상제’는 상표권자의 공식 판정 결과에 기반해 협력 체계가 구축된 브랜드에 한해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기서 소비자와 플랫폼의 인식은 정면으로 충돌한다. 소비자가 실제로 구매 과정에서 마주한 것은 ‘협력 브랜드 한정’이라는 작은 조건이 아니라, 전면에 노출된 ‘가품 보상’ 메시지였기 때문이다.
11번가 앱 내 명품 전용관 ‘OOAh luxe(우아럭스)’에는 ‘가품 200% 보상’이라는 문구가 비교적 눈에 띄게 배치돼 있다.
반면 11번가가 설명한 ‘위조품 110% 보상제’는 고객센터 FAQ나 정책 안내 페이지를 찾아 들어가야만 확인할 수 있고, 적용 대상도 협력 브랜드로 제한돼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소비자가 사전에 “내가 사는 이 상품은 어떤 보상을 받는지”를 명확히 알기 어렵다.
같은 브랜드를 사더라도 어떤 경우에는 200% 보상이 되는 것처럼 보이고, 어떤 경우에는 보상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사실을 구매 전에 인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명시돼 있다’는 설명만으로는 소비자 혼동을 설명하거나 책임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환불로 사건이 봉합된 뒤에도 질문은 여전하다. 해당 상품이 실제로 정품인지 가품인지에 대한 명확한 결론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미 구매를 확정했거나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 다른 소비자들에 대한 안내나 보호 조치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환불은 받았지만 찜찜하다”, “정품이면 왜 판매가 중단되거나 페이지가 사라지느냐”는 반응이 반복된다. 이는 이번 사건이 단일 소비자의 불운이 아니라, 플랫폼 구조가 만들어낸 반복 가능한 문제임을 시사한다.
결국 쟁점은 ‘환불이 됐느냐’가 아니다. 소비자가 무엇을 믿고 결제했는지, 그리고 그 믿음이 문제 발생 시 어떻게 배반당했는지가 핵심이다.
11번가는 SK그룹 계열사인 SK스퀘어 산하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대기업 계열 플랫폼으로서 명품 거래와 가품 보상제를 전면에 내세워 왔다. 그만큼 단순 중개를 넘어선 판매자 관리와 소비자 보호 책임을 회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품이면 보상’이라는 문구가 신뢰를 얻기 위한 약속이라면, 그 약속은 정책 페이지 깊숙한 곳의 작은 글씨가 아니라 구매 버튼을 누르기 직전, 소비자 눈앞에서 명확히 확인될 수 있어야 한다.
환불로 끝나는 분쟁이 반복되는 한, 11번가의 가품 보상은 보호 장치가 아니라 혼란을 낳는 마케팅 문구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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