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5(목)
 

오랜만에 주말농장에 나가 봄을 맞이하는 때늦은 준비를 했다. 작년 태풍에 무너진 뽕나무의 밑동과 줄기를 한뼘 길이로 잘라서 느타리버섯의 종균을 바르고, 2층 높이로 쌓아놓았다. 아직 바람에 온화한 기운이 약하긴 하지만 목련나무의 움도 돋고, 버드나무의 가녀린 가지도 어느덧 녹색이 짙다. 아무리 겨울이 길다고 해도 때가 되니 봄은 어김없이 우리 곁에 온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의 겨울에 가장 큰 대책은 코로나19와의 접촉을 피하고 멀리하고 궁극적으로 그 바이러스를 박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태의 봄을 맞아 이제 우리의 고민은 ‘코로나19를 어떻게 우리의 것으로 만들 것인가’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동분서주하는 우리를 향해 해외 언론, 외국 정상들까지 나서서 한국을 배우고 싶다고 얘기하는 것은 우리가 그들이 가지지 못한 무엇인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프랑스도 한국이 성공적으로 취하고 있는 조치의 우수성과 그 방식을 배우고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의 경험과 방식을 공유해주면 프랑스가 당면한 코로나19의 위기상황을 극복하는데 참고가 될 것이라는 토로였다. G20 차원에서 이를 논의하기 위한 특별 화상정상회의 개최도 추진키로 했다.


우리는 지난 수개월 동안의 방역과 치유 과정에서 많은 경험과 임상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빅데이터이고 임상경험이다. 아무리 이론과 논리가 정연해도 임상경험과 데이터를 부인할 수도 넘어설 수도 없다. 

 

백신개발에 있어서도 필수적인 정보이다. 이 경험과 데이터는 5천만 국민의 마스크 생존노력, 1만명에 가까운 확진환자, 70여명의 사망자를 희생하면서 전체 국가의 예산과 역량을 쏟아붇고 얻어낸 값진 결과물이다. 

 

이 결과물들이 헛되이 사장돼서는 안된다. 바이러스와 관련된 보건위생,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서 국내에만 머물지 말고 향후 이뤄질 국제공조와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 

 

국내 전문가들이 세계적으로 활동할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우리의 완치 성공담과 함께 실패하거나 혼란을 겪었던 경험도 투명하게 공유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우리보다 몇배 몇십배 많은 데이터를 가진 이웃나라보다 우리의 경험과 데이터가 장점인 이유는 우리가 투명성을 통한 신뢰를 가졌기 때문이다. 


처음 생각과 달리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단순한 하나의 심각한 질병, 일회성 질병에 그치지 않았다.  제한된 지역과 계층, 여행업계 같은 일부 업종에만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여겼던 사태초기의 걱정은 우리가 아직도 이런 종류의 사태에 대해 무방비상태임을 반증해 준다.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방식, 생활패턴 경제활동 등을 송두리째 변화시켜 놓았다. 이것은더 나아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우리의 일상이 이제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것을 말해준다.  

 

마치 IMF 외환위기가 가져온 변화처럼, 그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 우리에게 일상의 개념은 더 이상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이 아니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것은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가 트라우마로 여겨져서는 안되며, 따라서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돼서도 안된다는 것을 말한다.  

 

패러다임 자체가 변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를 인정해야 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이고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 상황인식 속에서 모든 활동주체들이 변화된 의사결정과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개인의 만남에서부터 직장 근무형태, 학교 수업방식, 정부의 정책에 이르기까지 코로나19이 몰고온 파급의 영향은 엄청난 대세가 되고 있다. 

 

기업의 근무형태는 코로나19에 떠밀려 급속도로 재택근무로 변화하고 있다. 오랫동안 추진해오던 재택근무가 반강제적으로 주어진 상황속에서 이제 대세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이는 회사 사무공간의 개념에 대한 정의를 바꾸는 것은 물론 원격근무 솔루션, 화상회의 등에 대한 필요성을 급부상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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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ize'로 화상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 =Lifesize 제공

많은 기업들이 오랜 기간 추진해왔는데도 불구하고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이런 새로운 근무형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확실히 안착하게 될 것이다. 

 

대학교도 개강이 4월로 연기되면서 한달 가까이 온라인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이를 위해 대학마다 온라인 강의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강의실마다 동영상 녹화시설을 갖췄고,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강의와 토론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대부분의 교수들은 생전 경험하지 못한 강의 동영상 녹화와 온라인 토론을 처음으로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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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비상 사태로 대학들은 개강을 늦추고 온라인 교육 방식으로 강의를 대체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위메이크뉴스 DB

 

코로나19 사태 이후에 이들 인프라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외국 대학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국내 대학의 콘텐츠 역량을 축적하는데 활용할 절호의 기회이다. 소속 대학에 상관없이 전국의 모든 대학생들이, 또는 대학 수업을 청강하고 싶은데도 이런저런 이유로 할 수 없는 모든 이들에게 대학의 콘텐츠를 공유한다면 이번 인프라 구축은 낭비가 아닌 투자가 될 것이다. 


정부 스스로 현상황을 ‘비상한 경제 시국’으로 규정하면서 ‘전례없는’ 대책을 준비하겠다고 한다.  우리는 이런 대책이 국회 입법과정에서 어떻게 사장됐는지, 과거의 경험에서 여러 번 봐왔다. 이번에도 선거를 앞두고 말의 성찬만 난무하고, 정작 선거이후에는 또다시 코로나19 이후의 패러다임 변화를 위한 정책이 선거결과에 매몰된 정치에 또다시 사장되지 않을까 두렵다.  

 

한 예로 코로나19 확진자로 인한 병원내 감염 우려가 커지자 전화로 의사의 상담 및 처방을 받을수 있도록 원격진료가 일시적으로 허용됐다.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보다도 원격진료에 적합한 인프라망을 잘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면 진료만 고집해왔다. 


해외에 수출한 우리의 원격진료 시스템이 정작 국내에서는 발이 묶인채 오랜기간 동안 입법논란만 벌이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앞으로 코로나19와 같은 사태가 반복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보더라도 질환 증상 지역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한단계 높은 의료서비스 체계를 갖출 수 있는 효과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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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의료원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u-헬스 센터를 화상으로 연결하는 원격진료 솔루션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연세의료원 제공

 

코로나19를 우리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더 이상 과거와 기존 관념과 정책 방향에 얽매이지 말고 새로운 선택, 통합적 정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의 오랜 논란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고, 새로운 제언의 등장에 가슴을 열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

 

코로나19로 만들어진 우리의 새로운 인식, 새로운 인프라, 새로운 기회를 온전히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코로나19가 물러난 이후 코로나 사태로부터 얻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코로나20, 코로나21을 두려워하지 않게 될 우리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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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칼럼리스트(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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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코로나19’를 어떻게 우리 것으로 만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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