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된 프로야구 NC 선수들이 원정 숙소에서 여성들을 불러 새벽까지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확진 후 역학조사 과정에서 동선을 허위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숙소가 위치한 서울 강남구는 해당 선수들과 술자리에 함께했던 여성 2명 등 5명을 서울 강남경찰서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방역수칙을 어긴 선수들은 박석민·권희동·이명기·박민우인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NC구단과 강남구에 따르면 NC선수단은 지난 6∼8일 두산과의 잠실 원정경기를 뛰기 위해 5일부터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호텔에 투숙했다. 박석민·권희동·이명기·박민우는 이날 밤부터 6일 새벽까지 한 선수가 묵는 방에서 모임을 가졌고, 중간에 여성 2명이 합류해 6명이 한 공간에 있었다. 그런데 8일 이 호텔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NC선수단과 호텔 직원 전원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이튿날 선수 2명이 양성 판정을 받은데 이어 재검사까지 실시한 끝에 선수 1명이 10일 추가 확진돼 총 3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여성 2명은 앞서 7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강남구 보건당국에 따르면 NC 선수들은 첫번째 조사에서 외부 여성과의 접촉 사실 자체를 언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강남구는 첫 역학조사 이후 선수들이 여성들과 호텔 내부에서 접촉한 사실을 뒤늦게 인지한 후 선수와 여성들을 상대로 추가 심층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그 결과 호텔 방 안에 선수 외에 다른 사람들이 출입했다는 번복된 진술이 나왔고, 강남구 측은 결국 경찰에 수사의뢰하기로 했다.
6명이 한 방에 모였지만 5명만 조사한 이유는 박민우가 음성 판정을 받아 역학조사 자체를 피한 덕분이다. 박민우는 야구 국가대표로 도쿄 올림픽에 출전 예정이어서 화이자 백신을 접종했다. 박민우는 경찰 조사는 피했지만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를 어겨 과태료 10만원 부과 처분을 받게 된다. 또 이번 사태에 연루된 책임으로 국가대표 자격을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4명의 선수 중 최고참인 박석민은 “며칠간 많은 분들께 큰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나를 포함해 일부 선수의 잘못으로 KBO리그가 멈추는 상황이 벌어진 만큼 변명보다는 합당한 처분을 기다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징계가 내려진다면 겸허히 받겠다”고 사죄했다. 그러면서도 “룸서비스로 치맥(치킨 맥주) 세트를 시켰고, 세트로 나온 맥주 3병과 편의점에서 산 맥주 4캔을 나눠 마셨다”며 “위 내용 이외에 항간에 떠도는 부도덕한 상황이 없었다고 저희 넷 모두의 선수 생활을 걸고 말씀드린다”고 항변했다.
야구계에서는 술자리를 함께한 여성들이 호텔 장기 투숙하는 유흥업 종사자라는 소문까지 나오고 있다. 권용태 강남구 질병관리과장은 통화에서 “자세한 건 조사가 진행중이어서 말씀 드릴 수 없다”며 “호텔 방 안에 폐쇄회로(CC)TV가 있지 않아서 그 부분은 저희 입장에선 확인이 어렵고, 경찰이 수사로 밝힐 영역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강남구는 처음에 방역수칙 위반 사실이 없다고 했다가 뒤늦게 조치를 취했다. 이에 대해 권 과장은 “당초에는 (선수들이 술판 관련) 내용 자체를 진술 안했기 때문에 저희도 몰랐다”며 “지금은 상황을 인지했으니 수사의뢰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확진자들이 동선을 제대로 명확하게 진술을 해야하는데 (선수와 외부인 등 확진자들이 처음 진술 때) 그 부분에 대해서 빠져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NC 구단 황순현 대표는 이날 “저희 선수단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KBO리그 진행이 중단된 데 대해 다시 한 번 사과 드린다”며 “특히 해당 선수들이 원정숙소에서 외부인과 사적 모임을 가졌고, 구단은 이에 대한 관리부실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강남구가 수사의뢰를 한 이상 KBO 차원의 중징계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KBO 관계자는 “해당 선수들에 대한 상벌위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