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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왜 올림픽 국가대표 단복 논란은 반복되나

  • 박상현 기자
  • 입력 2026.02.1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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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승에서 우승한 최가온이 금메달을 손에 들고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리비뇨=연합뉴스)

 

만 17세의 대한민국 대표팀 최가온이 이번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시상식 포디움의 가장 높은 자리에 선 순간, 이번 올림픽에서의 대한민국 첫 메달이자 대한민국 스키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라는 두 가지 상징적 의미와 함께, 그의 아이보리색 비니에 박힌 노스페이스 로고가 유독 눈에 띄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우리 대표팀의 공식 단복을 노스페이스가 책임지고 있음도 비로서 알 수 있었다.


필자의 기억에 따르면, 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팀 단복을 둘러싼 논쟁은 종종 비슷한 경로를 밟아 왔다. 특정 브랜드가 시상식 포디움 전면에 등장하는 순간 “왜 그 브랜드 로고냐”는 질문이 나오고, 곧이어 “선정 과정은 공정했냐”가 뒤따른다. 

 

절차를 설명하면 “그럼 결과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냐”가 남고, 결과를 이야기하면 “그 과정은 투명했냐”가 남는다. 그 논쟁이 결국 “공개입찰이냐 후원이냐”라는 형식 논쟁으로 수렴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핵심이 빠진다. 이 논쟁이 반복되는 이유가 특정 대회의 성패나 특정 브랜드의 역량 때문이라기보다, 단복을 다루는 방식 자체가 애초에 ‘설계’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분명히 할 것이 있다. 이번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대표팀에게 노스페이스 단복을 공급하는 국내 기업은 10년간의 지난 후원사 시절부터 이번 대회 입찰에 이르기까지 품질과 현장 대응, 진정성 측면에서 호평을 축적해온 사례 기업으로 거론돼 왔다는 점이다. 

 

선수단과 오랜 기간 동선을 함께하며 피드백을 반영해 왔고, 사이즈·수선·예비 물량 등 대회 현장에서 실제로 필요한 지원을 꾸준히 제공해 왔다는 평가도 있다. 

 

단복을 단순 납품이 아니라 ‘운영’으로 보려는 태도와, 선수단을 동반자로 대하는 커뮤니케이션이 신뢰를 형성해 왔다는 점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오히려 문제를 더 선명하게 만든다. 개별 기업의 의지와 역량이 일정 수준 검증돼도, 조달과 운영의 틀이 설계돼 있지 않으면 사회적 납득과 제도적 정당성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단복은 단순한 의류가 아니다. 특히 동계 대회에서 단복은 선수에게 ‘옷’이 아니라 ‘장비’에 가깝다. 출국부터 귀국까지 이동과 대기, 공식 일정과 인터뷰, 선수촌 동선의 대부분을 단복이 책임진다. 보온과 방풍, 레이어링의 설계, 활동성과 착용감, 땀 배출과 건조, 내구성과 세탁 후 유지성—이 모든 요소가 선수 경험을 좌우한다. 

 

동계 종목은 단 한 번의 레이스만 있는 게 아니라, 그 레이스를 둘러싼 긴 시간의 이동과 대기가 있다. 그 시간 동안 단복은 컨디션을 ‘돕는’ 장비로 기능한다. 

 

그런데 이런 품목을 ‘의류’처럼 보고 ‘조달 품목’처럼만 다루면, 평가의 중심이 가격과 형식적 절차로만 쉽게 기울어진다. 그 결과 성능과 운영 책임은 ‘부가 조건’으로 밀리기 쉽고, 논쟁은 결과와 절차 사이를 오가며 반복된다.


동시에 단복은 국가대표팀의 ‘얼굴’이다. 단복은 경기 장면만큼이나 자주 노출된다. 공항, 선수촌, 인터뷰, 공식 사진, 개·폐회식, 그리고 무엇보다 시상식 포디움에서의 단복은 국가대표팀의 이미지를 만든다. 세계가 선수의 성적을 보기 전에 ‘국가’의 인상을 먼저 보게 되는 영역이 단복이다. 

 

따라서 단복은 선수 편의의 문제이면서 국가 이미지의 문제다. 그런데도 단복을 ‘최저가’와 ‘절차적 공정’으로만 정리하면, 국가가 가진 커뮤니케이션 자산은 설계되지 못한 채 흘러가 버린다. 

 

그 공백을 채우는 것은 언제나 정서적 의심이다. “누가 이득을 봤나”, “특혜가 있었나” 같은 질문이 빈자리를 차지한다. 역설적으로, 그 브랜드가 그동안 쌓아온 호평과 신뢰조차 ‘설계 부재’ 앞에서는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한다.


해법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설계의 전환에 달렸다. 단복 논쟁을 줄이려면 “입찰이냐 후원이냐”가 아니라 단복의 목적에 맞게 조달·운영 구조를 다시 짜야 한다. 

 

첫째, 계약의 중심을 가격에서 성능과 운영 책임으로 옮겨야 한다. 동계 단복이라면 보온·방풍·레이어링·활동성·내구·세탁 유지성 같은 항목이 평가의 중심이 돼야 한다. 

 

선수 착용 테스트와 피드백은 ‘참고’가 아니라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근거로 올라와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장 운영이다. 

 

사이즈 교체와 수선, 예비 물량, 선수촌 A/S, 긴급 대응 체계는 ‘부가 서비스’가 아니라 계약의 핵심 조건이어야 한다. 단복은 납품으로 끝나는 물건이 아니라, 대회 기간 내내 운영되는 시스템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둘째, 단복은 단발 선정이 아니라 ‘축적되는 시스템’으로 접근해야 한다. 매 대회마다 완전히 새로 선정하면 개선은 쌓이지 않고 시행착오만 반복된다. 

 

올림픽 사이클을 기준으로 기본 파트너십을 두되, 중간 성과평가와 조건부 재경쟁 규칙을 제도화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이렇게 하면 전반적이고 지속적인 개선이 가능해지고, 동시에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충족된다. 

 

핵심은 ‘장기 고정’이 아니라 장기 운영 + 객관적 갱신 규칙이다. 좋은 역량을 가진 파트너가 경험을 축적하며 더 나아지도록 만들고, 그렇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교체되는 구조가 돼야 한다.


더 중요한 점은 이것이 동계올림픽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단복 논쟁은 앞으로 더 자주, 더 다양한 종목에서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국가대표가 ‘현장에서 쓰는 물건’은 단복만이 아니다. 하계 종목에서도 이동·대기·중계 노출이 늘어나면서 유니폼은 사실상 상시 착용 장비가 됐다. 

 

여기에 훈련복, 우천·폭염 대응 장비, 신발, 여행용 캐리어와 백팩 등에 이르기까지 ‘대표팀 공통 장비’의 범위는 계속 넓어진다. 

 

동시에 팬들은 SNS와 스트리밍을 통해 대표팀의 일상과 동선을 실시간으로 본다. 즉, 대표팀 장비는 경기력의 문제가 되는 동시에, 국가 이미지의 문제가 되는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상황에서 “공개입찰이니 공정하다”는 설명만으로는 더 이상 납득을 얻기 어렵다. 현장이 체감하는 성능과 운영, 국민이 체감하는 이미지와 상징이 동시에 평가받기 때문이다. 

 

결국 관건은 한 가지다. 국가대표 장비를 단순한 ‘물품 구매’로 다룰 것인가, 아니면 ‘운영되는 시스템’으로 설계할 것인가. 

 

단복 논쟁을 이번 동계올림픽의 특수성으로만 치부하는 순간, 우리는 같은 문제를 하계·아시안게임 등 다른 무대에서 더 큰 비용으로 다시 치르게 될 것이다. 공정은 공고문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목적에 맞는 설계가 있을 때 비로소 공정한 결과가 나온다.

 

글=이강토 위메이크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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