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의 또 다른 실험 \'부검메일\'
부검메일(postmortem e-mail)은 회사를 떠나는 직원이 퇴사 당일 동료들에게 메일 한 통을 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넷플릭스에는 직원이 퇴사할 때 치르는 독특한 의식이 하나 있다. 바로 부검메일이다.
메일 작성에 참여하는 사람은 퇴사하는 직원과 그의 직속 상사, 인사 담당 직원이다.
퇴사하는 직원이 초안을 작성한 뒤 상사와 인사담당자와 논의해 최종본을 완성한다. 이직이든 해고든 사유에 상관없이 떠나는 직원이라면 누구나 써야 한다.
부검메일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긴다.
떠나는 이유, 회사에서 배운것, 회사에 아쉬운 점, 향후 계획, 그리고 직원을 떠나보내는 넷플릭스의 입장 등이다.
메일 작성에 정해진 규칙은 없지만 3가지 원칙은 반드시 지킨다.
첫째, 떠나는 이유는 자신과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무엇이 다른지에 대해 작성해야 한다.
예를 들면 "제가 넷플릭스를 떠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 문제 때문이었다. 다른 기업과 비교했을 때 직설적이고 공개적인 피드백 문화가 나와는 안맞았다. 지난 1년간 상사와 상담을 하고 조율을 해봤지만 간격을 좁히기 어려웠다"
둘째, 퇴사하는 직원이 원치 않는 내용은 넣지 않는다. 개인적인 이유 등 공개하기 어려운 내용은 넣지 않는다. 다만, 직원의 잘못된 행동으로 회사가 피해를 봤다면 예외다. 예를 들어 비즈니스 미팅에서 인종차별 발언을 두번이나 해서 해고당한 PR 담당자는 사과의 편지로 부검 메일을 대신했다.
셋째, 회사는 퇴사하는 직원에 감사함을 전한다. 넷플릭스 HR 총책임자인 제시카 닐은 "떠날 땐 떠나더라도 있을 땐 그들 모두 넷플릭스의 발전에 보탬이 됐던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존중과 감사의 뜻을 보내는 것은 기본적인 예의다. 남은 직원들에게도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단, 모든 직원이 부검 메일을 받아보는 것은 아니다. 퇴사하는 직원과 같은 부서에게 일한 직원과 과거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에게만 발송한다. 적게는 40명 많게는 150명 정도다. 지금까지 97%의 직원이 메일을 받아 본 경험이 있다고 했다.
임원이 퇴사하면 별도의 부검 모임(Postmortem meeting)을 열기도 한다. 함께 일한 직원들에게 왜 퇴사를 하게 됐는지 등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전 부사장이었던 신 캐리는 부검 모임에서 "그동안 제 역할은 방송사와 스트리밍 콘텐츠 계약을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회사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래서 경영진은 저보다 더 창의적인 능력을 갖춘 사람들로 구성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떠난다"고 전했다.
회사를 떠나는 사람이 남은 직원들에게 또 남은 직원들이 떠나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불편한 일이다. 하지만 넷플릭스 직원들은 부검 메일이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넷플릭스 직원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부검 메일 제도를 앞으로도 해야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76%나 동의했다.
그 이유로 첫째 직원들에 대한 회사의 투명성을 높여준다. 넷플릭스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처럼 '자유로운(at-will)' 고용제도를 갖고 있다. 언제든 해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공개적인 부검 메일은 회사 내 쓸데없는 소문과 직원들의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
넷플릭스의 내부 보고서 '넷플릭스 문화 : 자유와 책임"에 보면 넷플릭스 일원이 된다는 것은 올림픽팀의 일원이 되는 것과 같다. 부상은 화나는 일이지만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왜 팀원이 함께 할 수 없게 됐는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으면 사내 공포감을 조성하고 우리는 비밀 많은 조직이 될 것"이라고 했다.
둘째, 조직 운영에 도움이 된다.
넷플릭스가 '부검 메일'이라는 부르는 이유는 퇴사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공유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회사에 아쉬웠던 점을 적도록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검 메일은 넷플릭스가 더 나은 문화를 만드는데 도움이 됐다. 우리 조직에 대해 성찰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라고 넷플릭스 직원들은 이야기한다.
셋째 위기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따. 과거에 고객서비스 부서에서 잇달아 3명이 퇴사한 적이 있었는데 이유가 모두 상사의 평가방식 때문이었다. 그래서 회사가 조사한 결과 해당 부서 팀장은 그동안 불공평하게 직원들을 평가하고 있었고 이에 팀장은 해고됐고 추가 퇴사자를 막을 수 있었다.
넷째, 퇴사하려는 직원을 붙잡을 수도 있다. 부검 메일을 쓰는 과정에서 퇴사 결정을 번복하는 경우가 있다. 부검메일에 대해 상사와 의논하다가 쌓였떤 오해가 풀리기도 하고 퇴사 이유를 작성하다가 회사와 합의점을 찾기도 한다. 부검 메일에 적힌 회사의 감사 인사를 보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설령 퇴사를 하더라도 회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부검메일은 퇴사자에 대한 사내 공유가 아니라 퇴사를 계기로 넷플릭스를 부검하는 기회라고 여긴다. 부검메일은 조직에 관한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수정하고 새로운 사람을 채용할 때 참조자료로도 사용할 수 있다고 넷플릭스는 설명했다.
출처 : http://www.ttimes.co.kr/view.html?no=2020022418097763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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