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이 아이 출생 사실을 의무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가 1년 뒤인 내년부터 도입된다.
국회는 30일 본회의를 열어 출생통보제 도입을 위한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재석 267명 중 찬성 266표, 기권 1표로 통과됐다.
출생통보제는 부모가 고의로 출생 신고를 누락해 '유령 아동'이 생기지 않도록 의료기관이 출생 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도록 하는 제도다.
의료기관이 출산기록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전달하고, 심평원에서 이를 지자체에 통보하도록 했다. 또 지자체는 출생신고가 안 된 아이의 부모에게 출생신고를 독촉해야 하고, 부모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 직권으로 가족관계등록부에 출생을 기록해야 한다. 의료기관장이 심평원에 출생 관련 정보를 통보해야 하는 시점은 출생일로부터 14일 이내로 규정했다. 다만 의료기관에서 출생 통보를 하지 않았을 경우 처벌 조항은 적시하지 않았다.
이 법안은 최근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 등 출생신고가 안 된 영아가 살해·유기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촉발하게 됐다.
감사원의 복지부 정기감사 과정에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의료기관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미신고 영유아 2236명이 확인됐다. 이 중 1%인 23명에 대한 표본조사를 진행하면서 최소 3명이 숨지고 1명은 유기가 의심됐다.
법안은 공포일로부터 1년 후 시행된다. 출생통보제가 도입되면 의료기관은 출생자 모친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출생자의 성별과 출생연월일시 등을 진료기록부에 기재해야 한다.
출생통보제와는 달리 영아 유기 등을 방지하기 위한 또 다른 법안인 보호출산제는 '익명 출산제', '비밀 출산제'라는 비판을 받으며 찬반 논란이 팽팽하다.
보호출산제는 미혼모나 미성년자 임산부 등 사회·경제적 위기에 처한 산모가 신원을 숨기고 출산해도 정부가 아동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는 의료기관이 아이의 출생을 신고하는 출생통보제가 도입될 경우 신원 노출을 꺼리는 임신부가 병원이 아닌 곳에서 출산하고 아이를 유기하는 부작용이 늘어날 수 있다며 보완책으로 이 제도를 들고 나왔다.
보호출산제를 지지하는 쪽은 산모의 사생활 비밀의 자유를 보호하고, 산모가 아이를 의료기관에서 낳을 수 있도록 유도해 생명을 보호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반대 진영에서는 보호출산제가 산모의 양육 포기를 부추기고, 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비밀로 만들어 아동의 알권리를 박탈한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보호출산제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생모와 생부가 사생활의 비밀을 보장받을 권리와 자녀의 알 권리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의 관련 법안을 바탕으로 수정안을 보고했다.
복지부가 지난 27일 제안한 수정안에 따르면 보호출산을 신청한 임신부는 본인과 생부의 성명·본·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유전적 질환 및 기타 건강상태·신청인이 아동에게 지어준 성명, 보호출산을 선택한 계기 등의 정보를 기재한 '보호출산증서'를 작성해야 한다.
보호출산을 통해 태어난 사람은 아동권리보장원 장에게 자신의 보호출산증서 공개를 청구할 수 있고, 청구를 받은 아동권리보장원장은 신청인 및 생부의 동의를 받아 보호출산증서를 지체없이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보호출산제 수정안 역시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
시민연대체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와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2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엄마의 정보를 숨기는 것이 아동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인식은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명시된 아동의 정체성에 대한 권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출산을 선택한 여성이 자녀를 양육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해야 하고 보호출산제 논의는 매우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남인순 민주당 의원실은 "보호출산제는 최후의 수단으로 검토해야 하는 건데 (위기 임신 여성 지원책 등) 다른 것들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상태로 보호출산제로 가고 있다"고 지적하며 "보호출산제와 대응되는 정책이나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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