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로자 해고 판정 잇따라… “채용 위한 교육 넘어 직무교육” 판단
25년간 법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교육생 근로자성’에 대한 노동계의 해묵은 문제가 마침내 중노위에서 다시 한번 뒤집혔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최근 글로벌 플랫폼 틱톡(TikTok)의 데이터라벨링 업무를 위탁받은 국내 아웃소싱 업체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가 교육생에게 시용근로계약을 체결한 뒤 부당해고한 사건에 대해, 해당 교육생을 ‘근로자’로 인정하며 초심 판정을 유지했다.
이 같은 판정은 2000년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 이후 25년 만에 중앙노동위원회가 ‘교육생의 부당해고’를 공식 인정한 첫 사례다.
쟁점은 교육생이 실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데 있었다.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 측은 “이번 사건을 제외하곤 단 한 건도 근로자 인정을 받은 사례가 없다”며 중노위에서 초심 취소를 주장했다.
하지만 중노위는 “해당 교육이 단순한 채용 전형이 아니라 실질적인 직무교육에 해당하며, 교육 후 곧바로 업무에 투입된 점을 감안할 때 사용종속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특히 “원청이 같더라도 업무가 달라지면 다시 교육을 받는 점 등으로 볼 때 교육은 업무 수행에 필수적인 절차였다”며 ‘단순 채용 절차’를 넘어선 ‘실질 교육’임을 강조했다.
이번 판결은 기업들이 흔히 사용하는 ‘교육 안내 확인서’의 효력에도 제동을 걸었다.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 측은 “채용을 위한 교육에 자발적으로 응했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제시했지만, 중노위는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사실상 강제한 문서”라며 “근로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는 2000년 1월 27일 노동부가 제시한 “교육 수료 실적에 따라 채용 여부가 결정되는 경우, 사용종속관계가 부정된다”는 기존 해석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근로자 측 노무사는 “교육 불참 시 제재가 있었고, 해당 교육이 사실상 직무수행을 위한 필수 절차였다”며 “교육생도 시용근로자로 볼 수 있어 구두 해고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버스 견습기사의 근로자성 부정 판결을 사례로 든 사용자 측 주장에 대해 “사안이 다르다”며 대법원 2022년 판례(2019두55859)를 근거로 반박했다.
당시 대법원은 “교육이 업무수행과 직결되며, 교육생이 곧바로 업무에 투입되는 구조라면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번 사건을 대리한 하은성 노무사는 “입사를 위한 필수 절차를 ‘임의적 교육’으로 간주한 행정해석의 한계를 넘은 결정”이라며 “무급 인턴·교육생을 양산하는 기업 외주화 구조에 경종을 울리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최저임금도 지급하지 않은 채 ‘교육’이란 명목으로 노동력을 활용한 구조에 대해 행정해석 변경 및 국정감사를 통해 제도 개선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정영훈 부경대 법학과 교수는 “이번 판정은 직업교육을 명분으로 노동력을 무상 혹은 저임금으로 이용하는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라며 “교육생의 법적 지위에 대한 기준을 세운 판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이어 “이번 사건의 본질은 교육이 아니라 사실상 사용자의 이익을 위한 ‘업무 수행’이었다는 점”이라며 “단순 채용 테스트를 넘어, 시용 근로계약 체결로 이어진 구조가 명확히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 한 곳에서만 교육생 진정 사건이 50건 이상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생이라는 이름으로 실제 근로를 수행하면서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사례는 전국적으로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부당해고, 최저임금 미지급 등 교육생 제도 전반에 걸친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번 중노위 판정이 향후 판례의 기준점이 될지 주목된다.
BEST 뉴스
-
[단독] 환율 미쳤다…미국 공항서 달러당 2100원에 거래 중
미국에서 1달러를 매입하려면 한화를 2000원 이상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만큼 원화 가치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일러스트=픽사베이 13일 미국 캘리포니아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LA LAX공항 내부 환전소에서 교민들이 달러를 구입할 ... -
올림픽대로 끝자락 ‘스테이지28’ 민간 표지판이 9개나?
서울 강동구 고덕동, 올림픽대로의 끝자락을 달리다 보면 눈에 띄는 표지판이 있다. KB뉴스영상 화면 갈무리 출처=KBS ‘3차로로 진입하세요’라는 안내 바로 옆에 ‘스테이지28 방향’이라는 글씨가 붙어 있다. 분기점에도, 진입로에도, 측도에도 같은 표지판이 반복된다. 세어보니 ... -
가평 크리스탈밸리CC서 카트 추락…70대 근로자 사망
18일 오후 1시경 경기도 가평군 상면 대보리 소재 크리스탈밸리 컨트리클럽(CC) 내 도로에서 작업용 카트가 5미터 아래로 추락해 70대 근로자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즉시 구조에 나섰으나, 두 사람 모두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된 뒤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사... -
[단독] FDA에 이름 오른 '에이피알'… 'K-뷰티 신화'에 드리운 먹구름
에이피알(APR) 김병훈 대표 사진=연합뉴스 ‘메디큐브(Medicube)’로 대표되는 에이피알(APR)은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 K-뷰티의 새로운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에이피알을 이끄는 김병훈 대표는 ‘디지털 감각’과 ‘공격적 마케팅’으로 SNS 중심의 브랜드 확산 전략을 ... -
매크로 예매는 불법인데… 티켓베이는 왜 처벌받지 않나
티켓구매 (CG) [연합뉴스TV 제공] 프로야구와 인기 가수 공연 티켓을 자동 프로그램(매크로)으로 대량 예매해 되판 업자들이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경찰은 최근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프로야구 입장권을 무더기로 예매한 일당을 검거했다. 이들은 초당 수백 회 클릭... -
호반그룹, 성장인가 무리수인가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과 장남 김대헌 사장 사진출처=연합뉴스 인천 송도의 호반써밋송도오피스텔에서 시작된 전기료 소송이 호반그룹의 책임 구조를 둘러싼 근본적 질문으로 번지고 있다. 입주민들은 “인근 단지보다 두 배 이상 전기료를 내고 있다”며 시공사인 호반건설을 상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