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서울 양양고속도로에서 인제까지는 굵은 빗방울이 차창을 때렸다. 그러나 백두대간을 통과해 터널을 빠져나오자 풍경은 돌연 달라졌다. 구름만 잔뜩 끼었을 뿐, 빗방울은 흔적만 남기고 사라졌다. 하늘은 가뭄으로 재난 사태가 선포된 강릉엔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다.
바다가 보이는 옥계휴게소의 한 커피숍 벽엔 이런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설거지할 물이 없어 매장에서도 머그잔 대신 테이크아웃 잔으로 음료를 제공합니다.”
강릉 연곡천. 전국에서 모여든 급수차들이 줄지어 섰다. 호스를 드리운 트럭마다 물을 퍼 올려 강릉 전역으로 공급한다. 평소라면 조용한 하천변은 이제 ‘생명수 집결지’가 됐다.
재난 선포 일주일. 강릉은 전국의 지원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갈은 요원하다. 오봉저수지 수위가 계속 떨어지는 한, 제한 급수와 단수는 시간문제다.
육·해·공군이 동원돼 지원이 이어지고 있지만, 땅은 갈라지고 저수지는 메말라간다.
강릉 시민들의 주 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12.8%. 하루 전보다 0.4%포인트 더 빠졌다. 평년 평균의 5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바닥은 군데군데 쩍쩍 갈라졌고, 메마른 경사면에는 소방 호스 자국과 살수 흔적만이 남아 있었다.
저수율이 10% 아래로 내려가면, 단계적 제한 급수가 불가피하다.
1단계는 밤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의 시간제 제한, 2단계는 격일제다. 단수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미 발 앞에 다가와 있었다.
욕조에 물을 가득 받아둡니다”
시는 이날 오전부터 저수조 100톤 이상을 보유한 아파트·숙박시설 124곳을 대상으로 제한 급수를 시작했다. 하지만 일부 아파트에서는 “단수를 실시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와 주민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실제로 잠시 물이 끊긴 곳도 있었다.
불안은 이미 주민 일상 깊숙이 파고들었다. 어떤 집은 욕조와 대야에 물을 가득 받아두었다. 그러나 이런 ‘사재기식 저장’이 오히려 수요를 더 늘려 단수를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식당에서 만난 주민은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수돗물이 나오는지 확인한다”며 “물 걱정을 이렇게까지 하게 될 줄 몰랐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물 한 방울이 이렇게 귀한 줄 알았다면 예전엔 절대 낭비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씁쓸히 웃었다.
강릉은 지금 ‘물과의 전쟁’ 한복판에 서 있다. 긴장은 풀리지 않고, 하늘만 바라보는 시민들의 불안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BEST 뉴스
-
[단독] 강남 'ㄸ 치과'… 갑질 논란 이어 이번엔 수면마취 사망까지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대형 임플란트 전문 치과에서 수면마취 시술을 받던 70대 여성이 끝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해당치과 건물(사진출처=구글 갈무리) 최근 일부 치과의 무분별한 수면마취 실태를 연속 보도해 온 MBN 취재로 드러난 이번 사건... -
“신혼집, 가전이 없어 입주도 못 했다”…LG전자 전산오류에 소비자 피해
LG전자의 전산 시스템 오류로 가전제품 배송과 점검 서비스가 수일째 차질을 빚으면서, 신혼부부와 이사 고객을 중심으로 한 소비자 피해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위한 AI 생성 이미지입니다 단순한 배송 지연을 넘어 입주 일정 ... -
포스코이앤씨…브라질에서 , 1,740억 채무 “먹튀·야반도주“ 파문
포스코이앤씨(구 포스코엔지니어링)가 브라질 대형 제철소 건설 사업을 마친 뒤 약 1,740억 원에 달하는 미지급 채무를 남긴 채 현지 법인을 사실상 철수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진출처=포스코 이앤씨 누리집 채무의 80% 이상이 임금·퇴직금·사회보... -
재고를 신상품으로 둔갑… ‘K-명품’ 이라는 우영미, ”택갈이 보다 심하다“
우영미(WOOYOUNGMI)를 둘러싼 논란이 단순한 '디자인 변경' 수준을 넘어 소비자 기만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핵심은 같은 해 상·하반기 상품으로 판매된 두 후드 티셔츠다. 우영미는 지난해 하반기 '블랙 플라워 패치 후드 티셔츠’(정가 52만 원)를 출시했는데, 이 제품이 같은 해 상반기 출시된 '블랙 ... -
60억 원 배임·횡령’ 박현종 전 bhc 회장, 공판 앞두고 ‘전관 초호화 변호인단’ 논란
60억 원대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된 박현종 전 bhc 회장이 다음 달 4일 첫 공판을 앞둔 가운데, 전직 특검보와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들이 대거 포진한 이른바 ‘초호화 전관 변호인단’을 꾸린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박현종 전 bhc 회장 사진출처=연합뉴스 ... -
‘선분양 제한’ 논의에 GS건설 긴장… 재무 부담 우려
GS건설 주거 브랜드 '자이' [GS건설 제공/연합뉴스] 정부가 건설사 영업정지 처분과 연동되는 선분양 제한 규제를 실제로 적용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GS건설이 대형 건설사 가운데 첫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구조물 붕괴와 현장 사망 사고 등 안전 논란이 반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