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이른바 ‘죄악주(sin stock)’ 투자에 역대 최고 규모의 자금을 투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투자 철학과 사회적 책임성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26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국내 죄악주 투자액은 총 1조2963억 원에 달했으며, 그중 무려 9001억 원(69.4%)이 KT&G에 집중됐다. 강원랜드(16.3%), 하이트진로(6.2%), GKL(3.6%)이 뒤를 이었지만 사실상 ‘KT&G 원톱 체제’에 가까운 구조다.
국민연금은 안정적 배당과 현금흐름을 이유로 들 수 있지만, 국민들이 술·담배·도박으로 인한 질병과 사회적 비용을 감당하는 현실에서 공적 자금이 역으로 해당 산업을 떠받친다는 점은 분명 모순이다. 더구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가 글로벌 기준이 된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여전히 죄악주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투자 철학의 부재’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남인순 의원은 “국민은 술·도박·담배로 인한 사회적 피해와 병원비를 감당하고 있는데, 국민연금이 죄악주 투자로 역진적 구조를 심화시키고 있다”며 “사회책임투자 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사안은 단순히 국민연금의 투자 방향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KT&G, 강원랜드, 하이트진로, GKL 등 거액의 투자금을 끌어들이는 주요 기업들에 대해 투명한 감사와 철저한 회계 검증이 요구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들 기업의 배당 성향, 재무 구조, 사회적 비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않는다면, 국민연금의 투자 행보는 ‘수익률’이라는 명분조차 설득력을 잃게 된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진정한 장기 투자자로서 신뢰를 회복하려면 단순히 수익률을 쫓는 차원을 넘어, 투자 대상 기업의 투명성·사회적 비용·지속가능성을 반드시 평가해야 한다”며 “KT&G와 같은 대표 기업들에 대해서도 회계 투명성 검증과 사회적 책임 점검이 선행되지 않으면 공적 기금 운용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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