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화장품 시장에는 ‘메디(Medi-)’로 시작하는 브랜드가 수없이 많다. 메디힐(Mediheal), 메디큐브(Medicube), 메디필(Medipeel), 메디테라피(Meditherapy), 메디플라워(Mediflower) 등 ‘의료적 신뢰감’을 내세운 이름이 줄을 잇는다.

이런 네이밍이 가능하고 폭발적으로 늘어난 이유는 한국에서는 법적으로 아무런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브랜드명에 ‘메디‘가 포함돼 있어도 이를 직접 규제하지 않는다. 「화장품법」 제13조는 ‘의약품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는 광고’를 금지하지만, 브랜드명은 광고가 아닌 식별명으로 보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화장품과 의약품을 엄격히 구분한다. 「Federal Food, Drug, and Cosmetic Act」(FD&C Act)에 따르면 화장품이 인체 기능에 영향을 주거나 질병을 치료한다고 암시하면 즉시 Drug(의약품) 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Medical-grade”, “Healing”, “Therapy”, “Treatment” 같은 표현은 소비자를 오인시킬 수 있는 Drug Claim(의약품 주장) 으로 간주돼 금지된다.
심지어 브랜드명 속의 ‘Medi’조차 ‘Medical’의 의미를 내포한다고 보고 심사 대상이 된다.
FDA는 실제로 이런 사례를 다수 적발했다. 2018년 미국 브랜드 ‘Mediderm’은 ‘Medical-grade anti-aging cream’ 문구를 사용했다가 “의약품으로 오인될 가능성”을 이유로 Misbranding(허위표시) 경고를 받았다.
한국 브랜드들도 예외는 아니다. ‘Mediheal’은 미국 수출 시 “clinically proven healing mask” 문구를 삭제해 통관 승인을 받았고, ‘Medipeel’은 “peeling therapy treatment”를 “professional peeling”으로 수정했다.
‘Medicube’ 역시 미국에서는 ‘medical skincare’ 대신 ‘clinical skincare’로 문구를 바꿔 판매 중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몇 년 사이 ‘메디(Medi-)’라는 단어가 지나치게 흔하게 쓰이면서, 소비자에게 주던 전문적·의학적 이미지는 점차 희석되고 있다.
이제는 ‘메디’가 신뢰의 상징이라기보다, 그저 흔한 마케팅 수식어로 인식될 가능성도 있다.
세계적으로 K-뷰티가 프리미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혁신과 품질로 세계적 호황을 이어가고 있는 지금, 마케팅 언어보다 실질적 신뢰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규제의 자유가 만들어낸 성장의 에너지를 지속 가능한 신뢰로 이어갈 수 있을 때, K-뷰티의 세계적 호황은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BEST 뉴스
-
신길5동 지주택, 500억 횡령 의혹…조합원들 “10년 기다렸는데 빚더미”
서울 영등포구 신길5동 지역주택조합(조합장 장세웅)에 또다시 충격적인 의혹이 제기됐다. 신길5동 지역주택조합 시위 현장 사진출처=지역주택조합 SNS 25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가 파견한 공공 변호사와 회계사 실태조사에서 최소 500억 원 규모의 자금 유용 정황... -
[단독] 삼성 갤럭시폰, 이미지 파일로 원격 해킹 가능?
반고흐 미술관의 오디오 가이드 기기로 사용되는 갤럭시 S25+를 사용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의 갤럭시폰에서 제로데이 보안 취약점(CVE-2025-21043)이 확인됐다. 제로데이 공격은 보안 취약점이 발견되었을 때 그 문제의 존재 자체가 널리 공표되기도 전에 ... -
“유기견 보호소를 ‘실험동물 창고’로…휴벳 사태 전모
전북 익산에 본사를 둔 동물용 의약품 개발사 휴벳과 이 회사가 운영·연계한 동물병원 및 보호소들이 연달아 동물 학대·관리 부실 의혹에 휩싸이고 있다. 정읍 보호소 유기견 안락사 후 카데바(해부 실습용 사체) 사용, 군산 보호센터의 실험 비글 위탁 관리, 돼지 사체 급여 논란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한 기업과 그와 ... -
신원근 진학사 대표, 국감 증인 출석… ‘스타트업 기술탈취’ 의혹 도마에
신원근 진학사 대표가 22대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중소기업 기술탈취 관련 질의를 받게 됐다. 29일 국회에 따르면 신 대표는 오는 10월 14일에 열리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의 국정감사에 출석요구될 증인 명단에 포함됐다. 신원근 진학사 대표 사진출차=SNS ... -
[단독] 간염 유발 대웅제약 ‘가르시니아’…다이소 외 더 있다
대웅제약이 유통하고 네추럴웨이가 제조한 건강기능식품 ‘가르시니아(가르시니아캄보지아 추출물)’에서 최근 간 기능 이상사례 2건이 보고됐다. 사진=식약처 제공 두 명의 소비자는 각각 급성 간염 증상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
국가AI전략위, ‘AI정부’ 전환 TF 출범…아토리서치 정재웅 대표 주목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정부 시스템이 마비된 사태 이후, 정부가 근본적 해결책 마련에 나섰다.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위원장 이재명 대통령, 이하 위원회)는 29일 ‘AI 인프라 거버넌스·혁신 TF’ 구성을 공식화했다. 이 TF의 공동 리더로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겸 CA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