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짜고 치는 게 관행이었다” 현대리바트·한샘·에넥스, 아파트 가구 담합 적발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아파트·오피스텔 빌트인 가구 입찰 과정에서 사전에 낙찰 업체와 가격을 합의한 48개 가구업체를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제재 대상에는 현대리바트, 한샘, 에넥스 등 국내 가구업계를 대표하는 대형 기업들이 대거 포함됐다.
문제는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는 점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들 업체는 약 9~10년간 수백 건의 아파트 빌트인 가구 입찰에서 조직적으로 담합해 왔다.
사전에 “이번 단지는 어느 회사”, “다음은 다른 회사” 식으로 낙찰 순서를 정해 놓고, 나머지 업체들은 형식적인 들러리 입찰로 가격 경쟁이 있는 것처럼 위장했다.
빌트인 가구는 분양가 산정의 핵심 요소다. 주방 가구, 붙박이장, 수납 시스템 등은 소비자가 옵션으로 선택하는 항목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분양 원가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결국 이 담합 구조의 최종 부담자는 아파트 입주 예정자와 소비자였다. 업계 내부에서 “가격을 낮출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굳어지는 동안, 분양가는 올랐고 소비자는 선택권조차 없었다.
특히 문제로 지적되는 대목은, 시장 영향력이 큰 대형 가구사들까지 담합에 가담했다는 점이다. 경쟁을 통해 품질과 가격으로 승부해야 할 기업들이, 오히려 시장 질서를 왜곡하는 쪽을 선택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다들 해오던 방식” “관행이었다”는 말이 공공연히 돌았다는 증언도 나온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상 입찰 담합은 명백한 중대 불공정 행위다. 관행이라는 말로 정당화될 수 없는 구조적 범죄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에 대해 총 수백억 원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10년 가까이 지속된 담합 규모와 시장 영향력을 감안하면 제재 수위가 충분한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업체는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손해배상이나 분양가 재산정 같은 실질적 구제책은 여전히 공백 상태다.
이번 사건은 최근 정부가 강조해 온 분양가 안정, 원가 공개, 공정 경쟁 기조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표면적으로는 분양가 인하와 주거 안정 정책을 말하면서, 그 이면에서는 원가를 좌우하는 핵심 시장이 담합으로 잠식돼 있었다는 점에서 정책 신뢰성에도 타격을 준다.
빌트인 가구 입찰 방식 전면 개선, 담합 이력 업체에 대한 입찰 제한, 건설사·시행사와의 유착 여부 추가 조사, 소비자 대상 집단 손해배상 제도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아파트 한 채 가격에 포함된 수많은 원가 중, ‘보이지 않는 담합’이 얼마나 오랫동안 방치돼 왔는지 이번 사건은 여실히 보여준다. 문제는 이제 시작이다.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담합은 이름만 바꾼 채 반복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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