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 인천유나이티드 감독이 최근 췌장암 4기 진단 소식을 밝혔다. 무엇보다 “받아들이기 힘든 진단이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번 시즌 마지막까지 팀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췌장암은 흔히 알려진 위암, 대장암, 유방암처럼 흔한 암종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주 드문 암도 아니다. 매년 5500여명 정도의 환자가 발생하며, 국내 암사망률 5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췌장암 진단을 마치 사망선고로 받아들이는 환자가 적잖다. 아무래도 다른 암에 비해 치료가 어렵고, 예후가 좋지 않다는 사실 때문이다. 국내 평균 암환자 생존률은 60%를 넘었지만, 췌장암만이 여전히 한자리수인 상황이다.
◆췌장암, 특별한 징후 없어 놓치기 쉬워
췌장암도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자극에 의해 세포에 몇 단계의 유전자 변이를 거쳐 세포에 변형이 생기고 이것이 진행하면 암세포로 전환된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 우선 췌장상피내종을 거쳐서 암이 발생하거나, 췌장 낭종이 암으로 전환된다. 전자는 예후가 극히 불량하고, 후자는 상대적으로 예후가 좋다.
두 가지 양상 모두 조기 발견이 어렵고, 뚜렷한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다. 공통적으로 복통과 소화불량, 식욕부진으로 인한 체중감소, 황달 등이 나타난다. 황달은 췌장의 두부에 암이 발생해 담도를 막으면서 생긴다. 하지만 이는 생활 속에서 무심코 넘길 수 있어 사인을 놓치기 쉽다. 간혹 등이나 복부에 심한 통증이 나타나는 등 특징적인 증상을 이야기하는데, 이는 이미 상황이 많이 악화된 경우 나타나기 쉽다.
◆췌장, 해부학적 특성상 암 조기진단 어려워
췌장암의 예후가 나쁜 것은 초기증상이 거의 없는 것은 물론 해부학적 특성상 조기진단이 어렵고, 다른 암에 비해 항암제가 잘 듣지 않으며, 수술했더라도 주변 림프절 재발이 많기 때문이다.
오치혁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췌장과 담도는 주변에 중요한 혈관이 많고 복강이나 간과의 근접성이 높아 매우 중요하다”며 “하지만, 몸속 깊숙이 위치한 탓에 관리와 검사에 많은 제약이 뒤따른다”고 설명했다.
◆초음파·CT보다 췌장 MRI 촬영 유리
김영선 민트병원 이미징센터장(영상의학과 전문의)는 “췌장은 뱃속 가장 깊이 위치하는 데다 이 앞을 위, 소장, 대장이 막고 있어 초음파나 CT만으로 정밀 결과를 얻기 어렵다”며 “현재 췌장암의 조기진단을 위한 가장 이상적인 검사법은 MRI(자기공명영상)”라고 했다. 물론 MRI검사라도 췌장암을 극초기에 진단하는 것은 어려운 게 사실이나, 다른 영상검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장 초기에 암을 찾을 수 있다.
김 센터장은 “췌장만 촬영하는 경우 약 15분이면 검사가 충분하고, 그만큼 비용도 줄었다”며 “CT 검사 후 췌장암 소견이 보이는 환자에게 보다 면밀한 진단을 위해 MRI를 시행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보다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장기생존 돕는 항암제 등장… 복강경·로봇수술로 정교한 수술로 희망
췌장암으로 진단받은 경우 항암치료와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최근에는 췌장암에 반응이 높고 환자 장기생존을 돕는 새로운 항암제가 등장해 희망을 주고 있다. 수술이 어려운 환자도 종양이 약에 의해서 줄어드는 경우도 늘고 있다.
췌장암 수술은 종양이 2㎝ 이하로 작을 때 시행 가능하다. 다만 광범위한 절제 및 접합 과정이 필요해 까다로운 수술로 꼽힌다.
박민수 경희대병원 간담도췌장외과 교수는 “췌장암수술은 췌장과 십이지장, 담관, 담낭을 광범위하게 절제하고 이를 다시 소장과 연결하는 등 과정이 복잡하고 정교한 접합기술이 필요한 만큼 안정성 확보와 합병증 최소화가 관건”이라며 “이렇다보니 확대된 시야 속에서 최소절개로 정교한 수술이 가능한 복강경·로봇수술을 적극 권하는 편”이라고 했다.
다만 “수술별 장·단점이 모두 있기에 환자 개인별 우선순위와 여건을 고려해 전문 의료진과 충분히 논의한 뒤 수술 치료방향을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흡연·당뇨병 발병·가족력 있다면 ‘조기검진’ 필수
현재까지 밝혀진 췌장암을 일으키는 가장 위험한 발병요인은 ‘흡연’이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췌장암에 걸릴 가능성이 2~10배 정도 높다. 췌장암이 두렵다면 금연은 필수다. 만성 췌장염 역시 위험인자다.
가족력이 있는 사람도 40세 이후에는 정기검진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전체 췌장암 환자의 약 5~10%는 유전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력, 암환자와의 혈연관계, 발병 연령 등에 따라 위험도가 달라진다.
50세 이후 갑자기 당뇨병이 나타난 사람도 주의해야 한다. 이런 경우 3년 안에 췌장암이 생길 위험이 높다는 최신 연구가 나온 바 있다.
김영선 센터장은 “췌장암의 가장 좋은 예방법은 조기검진”이라며 “40대 이상에서 흡연·비만·당뇨병 등 위험인자를 갖고 있거나, 췌장암 가족력이 있다면 비조영 췌장MRI를 받아보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오치혁 교수는 “췌장암으로 진단받은 경우 치료가 어렵다고 하지만, 상대적으로 조기에 발견하면 그만큼 치료가 수월해지고, 예후가 더 좋아진다”며 “실제로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종양 절제 후 20% 생존율을 보이고, 좀 더 초기에 발견되면 이보다 높은 만큼 치료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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