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2-08-10(수)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6세에서 5세로 낮추는 학제개편을 추진한다고 교육부가 발표한 지 불과 나흘 만에 정책을 폐기할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학제개편안을 발표한 직후 교육계 뿐만 아니라 학부모, 정치권까지 반발이 거세지자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정책 철회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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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애 교육부장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학제개편안 관련 학부모단체간담회 종료 후 한 학부모단체 대표에게 악수를 청하며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학부모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고 "국민이 정말 원하지 않는다면 정책은 폐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열린 자세로 공론화 거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적 해결 방안을 찾겠다"고도 했다.


철회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지난달 29일 박 부총리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교육부 업무 보고를 하면서 초등 입학연령을 현행 만 6세에서 5세로 한살 낮추는 학제개편안을 이르면 2025학년도부터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지 나흘 만에 나온 것이다.


그동안 윤 대통령의 교육공약이나 교육부의 국정과제 등에서도 전혀 언급되지 않았던 '메가톤급' 학제개편안이 사전 예고나 협의 과정도 없이 발표된 직후부터 교육관련 단체, 학부모, 교사들 사이에서 거센 반발이 일었다.


교육·시민사회 단체들로 구성된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범국민연대)는 지난 1일부터 이틀 연속 용산에서 수백여명이 모여 집회를 벌였으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시도교육청 등지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교원단체와 유아교육단체, 관련 학회, 정치권에서도 나흘간 잇따라 성명이 발표됐다.


범국민연대 단체들은 만 5세의 입학이 유아 발달단계에 맞지 않고 해당 연령대 학생들의 대입·취업경쟁을 심화하며 사교육을 조장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또한 맞벌이 가정 등의 돌봄 공백 등 사회적 여파가 클 것으로 예상되며 세계적 추세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들는 무엇보다 교육부가 대한민국 모든 가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정책을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도 없이 느닷없이 발표한 뒤에 밀어붙이려는 모양새를 취했다는 데에 분논했다. 


여론이 심상치 않자 교육부 안팎으로 진화에 나섰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일 박 부총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각계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고, 박 부총리도 예정에 없던 긴급 브리핑을 자청해 "공론화 과정 등을 통해 열린 자세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부총리가 언론 인터뷰에서 '입학연령을 1개월씩 12년에 걸쳐 줄이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해명한 발언이 오히려 논란을 더 키웠다. 반대 연론이 심해지자 결국 대통령실까지 나섰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교육부에 학제개편안에 대한 '신속한 공론화'를 추진해달라고 지시했다면서 "아무리 좋은 개혁도 국민 뜻을 거스를 수 없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반대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심해지자 정부가 정책을 철회하기 위한 일종의 '퇴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같은 해석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여러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므로 부총리가 거기(철회)까지 가능한 대안으로 원론적인 답변을 한 것"이라며 "정책 추진 과정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교육부가 뒤늦게 '공론화'를 하면서 여론 조성이나 설득에 나서더라도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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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교사노동조합연맹 등 주최로 열린 만 5세 조기 취학 개편안 철회 촉구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에 대한 반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반대의 배경에는 교육계 사전 협의나 의견 수렴 과정이 없어 추진 절차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사전 예고 없이 학제개편안이 교육부 대통령 업무보고에 포함된 배경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밀실 정책 결정이라는 비판이다.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범국민연대)는 2일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6세에서 5세로 낮추는 정책에 반대하는 집회를 이틀째 이어갔다. 범국민연대는 5일까지 '릴레이 집회'를 계속할 계획이다.


범국민연대는 "교육부와 정부의 독단적인 만 5세 초등 취학 학제개편 발표에 숨이 턱턱 막힌다"며 "유아기 발달에 전혀 맞지 않는 정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지난달 30부터 인터넷 맘카페 등을 통해 공유되고 있는 범국민연대의 만 5세 취학 철회 촉구 서명운동에는 이날 오후 3시까지 20만여 명이 참여했다.


윤지혜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유아의 주의 집중 시간은 최대 10∼20분이어서 초등학교 수업 시간인 40분은 무리"라며 "유아들이 학업 스트레스에 1년 일찍 노출되게 하는 것은 발달에 부정적이며, 유아의 놀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미애 한국유아교육협회 부회장은 "100세 시대를 잘 살아가려면 창의와 인성 및 자기유능감이 필요한데, 그 토대가 마련되는 유아기가 1년 단축될 위기에 처했다"며 "교육부의 발상은 교육적이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교육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전날 이 집회를 주관한 데 이어 이날 다시 논평을 내 "초등 조기취학 안은 이미 수명을 다한 담론"이라면서 "지금 시기에 갑작스레 등장한 까닭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또한 이날부터 대통령실 앞에서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을 시작으로 오는 12일까지 1인 시위를 진행한다. 전교조 17개 시도지부도 시도교육청 앞 등에서 1인 시위를 벌인다.


만 5세 조기입학이 결정되면 1년 과정이 사라지게 될 유아교육 교원들과 관련학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다.


한국영유아교육과정학회는 "유치원 교사와 어린이집 교사의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음에도 이를 시도하지 않고 초등학교 입학이라는 미봉책으로 이(교육격차)를 해결하려는 시도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이번 만5세 조기입학 정책 발표 자첵 절차상으로 잘못된 '졸속행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76년 된 학제 개편을 의견수렴도 없이 추진하는 것 자체가 심각한 독단"이라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밀어붙이는 식의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국정운영에 강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은 이날 1인 시위에 나서면서 "이 중차대한 일을 사회적 합의는커녕 토론 한번 없이, 논란 속 취임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교육부 장관이 내놓을 정책이 결코 아니다"라며 "윤 대통령은 전국민적 반발 여론을 수용해 이를 즉각 철회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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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반발에 폐기 위기 놓인 '만5세 입학'...교육계 안팎 "졸속행정"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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