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들이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라는 뜻의 '과이불개'(過而不改)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했다.
교수신문에 따르면 전국 대학교수 93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과이불개가 과반수 이상의 50.9%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고 11일 밝혔다.
과이불개는 논어의 '위령공편'에서 처음 등장한다. 공자는 '과이불개 시위과의(是謂過矣)'(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 한다)라고 했다.
과이불개는 조선왕조실록에도 여러차례 나온다. 특히 '연산군 일기'에는 연산군이 소인을 쓰는 것에 대해 신료들이 반대했지만 고치지 않고 있음을 비판하는 내용이 실려있다.
과이불개를 추천한 박현모 여주대 교수(세종리더십연구소장)는 "우리나라 지도층 인사들의 정형화된 언행을 이 말이 잘 보여주기 때문"이라며 "여당이나 야당 할 것 없이 잘못이 드러나면 '이전 정부는 더 잘못했다' 혹은 '야당 탄압'이라고 말하고 도무지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과이불개를 추천한 더 큰 이유는 잘못을 고친 사례가 우리 역사 속에 있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라면서 "특히 성군으로 불린 세종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후회하며 이를 고치는 장면이 많이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종 재위 기간 안전사고에 의한 대규모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며 "잘못을 고치거나 처벌받기는커녕 인정하지도 않는 지금 우리는 어떻게 진노해야 하나"고 말했다.
과이불개를 선택한 한 교수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잘못”을 선정 이유로 들었다. 한국정치의 후진성과 소인배의 정치를 비판한 50대 인문학 교수는 “현재 여야 정치권의 행태는 민생은 없고, 당리당략에 빠져서 나라의 미래 발전보다 정쟁만 앞세운다"고 지적했다. 여당이 야당되었을 때 야당이 여당 되었을 때 똑같다는 의견도 많았다.
한편 '덮으려고 하면 더욱 드러난다'는 뜻의 '욕개미창'(慾蓋彌彰)이 14.7%로 2위를 차지했고 '여러 알을 쌓아놓은 듯한 위태로움'이라는 뜻의 '누란지위'(累卵之危)(3위·13.8%), '과오를 그럴듯하게 꾸며내고 잘못된 행위에 순응한다'는 '문과수비'(文過遂非)(4위·13.3%), '좁은 소견과 주관으로 사물을 그릇되게 판단하다'는 '군맹무상'(群盲撫象)(5위·7.4%)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교수들이 추천한 사자성어는 '고양이와 쥐가 한패가 됐다'라는 뜻의 '묘서동처'(猫鼠同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