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과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의혹을 놓고 진행 중인 경찰 수사가 1년을 넘겼다. 비공개 영업비밀 침해 사건 특성상 혐의 입증이 까다로워 수사가 지연되는 가운데, 이번 사안이 국내 해저케이블 산업 주도권과 재계 구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남부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지난해 7월부터 대한전선과 가운종합건축사무소 관계자 등을 부정경쟁방지법 및 영업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수사해왔다. 경찰은 세 차례 압수수색과 다수의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지만, 결과 발표 시기는 확정하지 못했다.
사건은 대한전선이 충남 당진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을 가운에 맡기면서 불거졌다. 가운은 15년 넘게 LS전선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를 전담해온 곳으로, 공장 노하우가 대한전선으로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LS전선은 “기술 탈취가 확인되면 국내외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고, 대한전선은 “혐의가 없을 경우 민형사상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맞섰다. 문제는 영업비밀 입증의 난항이다.
특허와 달리 비공개 설계·공정은 객관적 증거 확보가 쉽지 않고, ‘독립 설계’ 항변과 충돌하는 사례가 많다. 업계는 이번 사건이 어느 방향으로든 수조 원대 민사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분쟁은 모회사 간 대결로 확산됐다. 호반그룹은 LS 지분을 약 4%까지 확보했고, 하림그룹 계열 팬오션도 LS 주식을 매입하며 우군에 가세했다. 반면 LS는 대한항공에 650억 원 규모 교환사채를 발행하며 한진그룹과 손잡았다. LS 오너 일가는 자회사 지분 677억 원어치를 처분해 지배구조 방어 자금을 마련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경찰 수사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 국내외 발주·입찰 구도와 해저케이블 산업 지형이 크게 변할 수 있다고 본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기술 유출 여부를 넘어 한국 재계의 세력 균형과 산업 경쟁력에 직결된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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