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은 10일 오후 2시, 61년 전 성폭력 사건 피해자인 최말자 씨에 대한 재심에서 피해자의 정당방위를 인정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1950년대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가 스스로를 방어한 사례가 정당방위로 인정된 최초의 사례로, 한국 여성 인권 운동사에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된다.
최말자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61년 전, 18세 소녀였던 나는 피해자가 가해자로 바뀌는 운명을 겪었다”며 “그동안 도움을 준 가족과 지인, 여성단체와 변호사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와 같은 운명을 가진 피해자들을 위해 앞장설 수밖에 없었고, 그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번 재심은 지난 2024년 12월 18일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환송한 뒤 부산고등법원이 2월 10일 재심 개시를 결정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두 차례의 공판준비기일과 7월 23일 구형 공판을 거쳐 이날 재판부는 최말자 씨의 정당방위를 공식 인정했다.
최 씨는 기자회견에서 “역사와 기록도 중요하지만 반드시 헌법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이번 사건은 직권을 남용하고 약자를 짓밟은 권력자들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여성의전화 등 피해자 지원단체는 이번 판결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전환하고, 법적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기자회견에는 피해자 최말자 씨를 비롯해 지지자와 여성단체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최말자 씨는 “어느 기자가 내 이름을 몰라도 ‘혀 절단 사건’을 떠올린다고 말할 정도로, 이번 사건은 역사 속에서 잊혀지지 않아야 한다”며, “앞으로도 같은 피해자들이 용기를 얻고, 법과 사회가 그들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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