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재선충병 방제를 위해 설치된 ‘훈증더미’가 제때 제거되지 않아 대형 산불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방제를 위한 조치가 오히려 산불 확산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비판이다.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목은 2021년 30만 그루에서 2024년 148만 그루로 5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훈증더미 설치 규모도 25만 개에서 72만 개로 급증했다.
문 의원이 확인한 결과, 2025년 대형 산불 당시 안동시에는 19만 개, 울주군 산불 지역에는 4500개의 훈증더미가 남아 있었다. 실제 피해 지역 일부 주민들은 “훈증더미에서 불길이 다시 치솟는 장면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훈증더미는 제작 후 6개월이 지나면 제거할 수 있지만, 산림청은 이를 방치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2020년 5월부터 2025년 5월까지 전국적으로 제작된 훈증더미는 총 218만 개에 달하지만, 이 중 실제 제거된 것은 37만 개(17%)에 불과하다. 나머지 181만 개는 여전히 산속에 남아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산림청은 훈증더미와 산불 확산 간 인과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기초 연구를 진행하지 않았다. 산불 확산 예측에 활용되는 ‘산불확산시스템’에도 훈증더미 정보를 반영하지 않아 대응 체계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문금주 의원은 “재선충병 방제와 산불 예방은 본질적으로 하나의 ‘산림관리’임에도, 산림청은 이를 별개의 사업으로 나누어 관리해 왔다”며 “방제를 위해 쌓은 훈증더미가 산불의 연료로 변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졌음에도, 정작 그 위험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산을 조각조각 나누어 보는 분절 행정으로는 기후위기 시대의 재난을 막을 수 없다”며 “산을 하나의 유기체로 보고 방제와 예방을 통합하는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훈증더미에 대한 체계적 제거 대책을 수립하고, 훈증더미의 연료량이 산불 확산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며 “이 정보를 산불확산시스템에 반영해 예측과 대응의 정밀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BEST 뉴스
-
[단독] 삼양 ‘1963 라면’, 정통성 복원 외쳤지만… 팜유·우지 혼합 ‘골든블렌드’ 논란
삼양식품이 브랜드 탄생 61주년을 맞아 '정통성 복원'을 내세우며 출시한 신제품 ‘삼양라면 1963’이 출시 직후 예상치 못한 논란에 마주쳤다. 김정수 부회장이 3일 서울 중구 보코서울명동 호텔에서 열린 삼양식품 신제품 출시 발표회에서 우지 유탕으로 만든 삼양 1963을... -
[단독] 대웅제약 ‘에너씨슬 집중샷’, 수험생 불안 팔아 공격적 마케팅…과연?
2026학년도 수능을 앞두고 포털 검색창에 ‘수험생 영양제’를 입력하면 가장 먼저 등장하는 제품은 대웅제약의 ‘에너씨슬 집중샷’이다. 네이버와 쿠팡, 올리브영 등 주요 플랫폼 상단을 장악한 이 제품은 “몰입력 UP 수험생 필수템”, “1등급 학생들이 함께한 집중 루틴”, “4,000,000포 판매 돌파”라는 자극적인 문구로 학... -
수능 앞두고 제약사 ‘컨디션 마케팅’ 과열…전문가 “부작용·과대광고 주의”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제약사들이 수험생을 겨냥한 제품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집중력 강화’, ‘불안 완화’, ‘면역력 회복’ 등 자극적인 문구를 내세운 건강기능식품과 일반의약품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시장은 들썩이지만, 전문가들은 “과도한 마케팅이 오히려 수험생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며 경... -
올해 4인 가족 김장비용 33만8천원… 배추값 강세에 2% 올라
인포그래픽=한국물가정보 제공 올해 김장철 4인 가족 기준 김장비용이 전통시장 33만 8천원, 대형마트 40만 4천원으로 조사됐다. 전문가격조사기관 한국물가정보는 이 비용이 지난해보다 약 2%가량 오르며 소폭 상승했다고 16일 밝혔다. 배추값이 강세를 보였지만 무·소금 등 주요... -
로완, 경도인지장애 환자용 디지털치료기기 ‘슈퍼브레인 DEX’ 식약처 허가
㈜로완(대표 한승현·강성민)이 개발한 디지털 치료기기 ‘슈퍼브레인 DEX(SuperBrain DEX)’가 지난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경도인지장애(MCI) 환자를 대상으로 한 국내 최대 규모 확증 임상시험을 근거로 허가된 디지털치료기기라는 점에서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 -
티켓 예매사이트 환급 지연, 불만 급증… 공연 관람 상담 91%↑
한국소비자원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10월 한 달간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상담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각종 공연 관람’ 관련 소비자 불만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티켓 예매사이트에서 시스템 오류 등을 이유로 취소 환급이 지연되거나 수수료가 부과되면서 소비자들의 항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