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 위반 제재 1위 현대백화점그룹에 ‘최우수상’ 수여 논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불과 한 달 전 현대백화점(주)에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 최우수상(5년 연속)’을 수여한 데 이어,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는 현대백화점그룹을 최근 4년간 법 위반 제재 1위 기업으로 지목한 사실이 드러났다.
같은 기관이 한 손으로는 상을 주고, 다른 한 손으로는 제재 통계를 공개한 셈이다.
공정위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은 2022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경고 이상’ 제재 38건으로 대기업집단 중 제재 건수 1위를 기록했다. 시정명령·과징금·고발 요청 등 공정위의 주요 제재가 모두 포함된 수치로, 위반 법령은 하도급법·공정거래법·대규모유통업법·표시광고법 등 전방위에 걸쳐 있다.
그런데 공정위는 제재 통계를 발표하기 불과 몇 주 전인 지난 9월 25일, 같은 기업에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 최우수상을 수여했다. 공정위는 “이번 평가는 2023년 실적을 기준으로 한 결과”라고 해명했지만, 시상 시점은 이미 ‘우롱차 농약 검출 사태(2025년 2월)’ 이후였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중동점에서 판매된 대만산 우롱차에서 농약 성분 디노테퓨란이 기준치를 초과 검출됐다고 발표했고, 현대백화점은 환불 조치와 함께 정지영 대표 명의의 사과문을 게재한 바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 사건을 ‘사회적 물의’로 평가 항목에 반영하지 않았다.
공정위의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 운영지침」에는 ‘협약 기간 중 법 위반 또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평가위원회는 사실관계를 확인해 등급을 한 단계 이내에서 강등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해당 조항은 임의 규정으로 실제 적용 여부는 평가위원회의 재량에 달려 있다. 그 결과, 현대백화점은 다수의 법 위반에도 불구하고 5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유지했다.
현대백화점은 수상 직후 “협력사와의 공정거래 노력이 인정받았다”며 보도자료를 냈고, 자사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5년 연속 최우수 등급 달성”이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뒤 공정위가 같은 기업을 ‘법 위반 제재 1위’로 발표하면서, 공정위의 평가가 실질보다는 형식에 치우친 ‘면죄부 시상’이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정지영 현대백화점 대표는 오는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입점 브랜드의 식품 안전 관리와 내부 대응 조치에 대해 직접 답변할 예정이다. 한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최근 부산·광주 등 지방 거점 도시에 약 2조2000억 원 규모의 유통시설 투자를 추진하며 “지역 경제의 허브가 되는 백화점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 내부는 시상 업무를 담당하는 상생협력과·공정거래조정원과 제재를 담당하는 조사국이 철저히 분리돼 있다. 법 위반 내역이나 사회적 논란이 평가 과정에 자동 반영되지 않는 구조다. 같은 기관 내에서도 ‘벌을 주는 부서’와 ‘상을 주는 부서’가 따로 움직이며 제도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공정위는 지난 9월 13일 임명된 주병기 위원장이 이끌고 있다. 주 위원장은 취임 직후 “대·중소기업 간 불균형 해소와 플랫폼 시장의 공정성 확보”를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앞서 한기정 전 위원장(재임 2022년 9월~2025년 9월 12일)은 대기업 동일인 지정 기준 명문화와 플랫폼 규제 정책을 추진했다. 이번 논란은 양 체제 교체 직후 불거지며, 전임 평가 체계와 현임 공정위의 책임이 겹치는 복합적 시점에서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위의 ‘공정거래협약 평가’는 본래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 공정한 거래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현재 운영 방식은 감독보다는 홍보, 검증보다는 포장에 가깝다는 비판이 거세다. 법 위반 기업이 ‘모범 기업’으로 선정되고, 그 결과가 홍보 자료로 활용되는 현실은 감독기관이 ‘면죄부 발급 기관’으로 변질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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