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기관사들이 혈중알코올농도 ‘면허취소’ 수준으로 술이 덜 깬 채 출근해 적발되고 있음에도, 서울교통공사가 사실상 ‘집에 돌려보내는’ 조치만 반복해 왔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수백만 시민의 생명을 책임지는 철도 종사자에 대한 솜방망이 대응이 반복되면서, 내부 기강 해이와 조직문화 부작용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소속 곽향기 의원은 최근 공사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10월까지 열차 운행 전 음주 측정에서 적발된 기관사가 18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2명은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의 ‘운전면허 취소’ 수준이었으며, 나머지 16명 역시 모두 면허 정지 기준인 0.03% 이상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운전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로 출근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서울교통공사는 이들 전원을 ‘운행 배제 후 귀가 조치’하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 절차가 개시되려면 ‘12개월 이내 두 차례 이상 적발’이라는 내부 규정이 충족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음주 출근자는 교육·주의 조치만 받고 끝나며, 실제 징계를 받은 사례는 극히 드문 상황이다.
곽 의원은 “공사는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고 항변하지만, 철도업무는 법적으로 혈중알코올농도 0.02%만 넘어도 형사처벌 대상”이라며 “면허 취소 수치인 상태로 출근해 운행 예정이었던 기관사를 단순 귀가시킨 것은 명백한 안전관리 실패”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러한 관행이 반복적으로 누적돼 왔다는 점이다. 최근 3년간 음주 측정에서 기준치를 넘겨 적발된 기관사는 총 76명에 이른다. 직급별로는 철도 운전 직렬의 고직급인 4급에서만 38명이 나왔고, 7급·6급·5급에서도 고르게 적발 사례가 확인됐다. 내부 분위기 자체가 ‘음주 출근에 관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부 적발 사례에서는 혈중알코올농도가 최대 0.29%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는 단순 취기가 아니라 사실상 정상 보행조차 어려운 만취 상태로, 철도 안전업무는 물론 출근 자체도 위험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 같은 극단적 사례조차 공사는 “열차 운행 전 적발됐기 때문에 실제 운행 중 음주는 아니다”라는 이유로 경고 조치에 그쳤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하철은 하루 수백만 명이 이용하는 핵심 교통수단이며, 기관사 한 명의 판단 오류가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출근했다가 걸리면 돌아가면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을 경우, 음주 재발 가능성이 상시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히 고위 직급에서 적발이 많다는 점은 후배 직원들에게 왜곡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반면 서울교통공사는 “실제 운행 중 음주 적발 사례는 없다”며 “운행 전 모든 기관사를 대상으로 엄격한 측정을 시행하고 있다”고 해명해 왔다. 그러나 ‘운행 중’ 여부를 기준으로 한 대응은 철도안전법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여전히 남는다. 해당 법은 철도 종사자의 술 마신 상태 자체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귀가 조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곽향기 의원은 “단 한 번의 음주 출근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며 “징계기준과 관리체계 전반을 재정비하고 반복적 관행을 끊기 위해 서울시 차원의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서울교통공사 내부 규정 개선과 징계 강화, 기관사 근무 전 음주 감지 절차 고도화 등 후속 조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시민 불안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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