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P-1 유럽 계약 발표 뒤 주가 최고가…공시 금액과 보도자료 숫자 괴리 속 시장 혼란
삼천당제약이 발표한 유럽 GLP-1 치료제 라이선스 계약을 두고 ‘계약 규모 부풀리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서 확인되는 금액은 약 508억원 수준인데, 회사 보도자료에는 “총 계약 규모 5조3000억원”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면서 시장에 혼선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천당제약은 최근 경구용 GLP-1 치료제 제네릭을 대상으로 유럽 11개국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대상 국가는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이다.
공시에 따르면 계약금 및 마일스톤 금액은 총 3000만 유로로 약 508억원 수준이다. 이는 현재 공시를 통해 확인 가능한 계약 관련 금액이다. 회사는 또 유럽 입찰 중심 시장 구조에서도 제품 판매 순이익을 60% 배분받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같은 계약을 설명하는 회사 보도자료에는 “총 계약 규모 약 5조3000억원”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다수 언론이 이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시장에서는 이를 대형 기술수출 계약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발표 이후 삼천당제약 주가는 급등하며 52주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시장의 기대가 빠르게 반영됐다.
그러나 이후 취재 과정에서 계약서에는 5조3000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이 명시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 공시 심사 과정에서 확인된 계약서에도 3000만 유로 관련 내용만 기재돼 있었다는 취지의 설명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졌다.
결국 시장을 움직인 핵심 숫자인 5조3000억원은 공시상 확정 계약 금액으로 확인되지 않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공시 금액과 보도자료 숫자 간 격차가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508억원과 5조3000억원은 투자자가 받아들이는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며 “추정 매출이나 장기 예상 규모라면 ‘예상 매출’이라고 명확히 설명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상장사는 계약 공시에서 확정 금액을 기준으로 계약 규모를 설명하고, 장기 매출 추정치는 별도로 구분해 표기하는 것이 관행이다.
이번 계약 대상은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 중 하나인 GLP-1 계열 치료제다. 비만 치료제 위고비와 당뇨 치료제 리벨서스의 글로벌 흥행으로 관련 시장 규모는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삼천당제약의 유럽 계약 발표를 대형 사업 성과로 받아들였고 주가 역시 민감하게 반응했다.
본지는 이번 계약과 관련해 5조3000억원 산정 근거와 3000만 유로의 계약금 및 마일스톤 구조, 순이익 60% 배분 기준 등에 대해 삼천당제약 측에 질의를 전달했다. 보도자료 배포한 회사 홍보 관계자는 이 사항에 대해서는 IR 담당자가 답해야 한다고 했지만 담당자는 답변이 없었다.
기업이 발표하는 계약 규모는 투자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수조원 규모라는 표현은 시장 기대를 크게 좌우한다. 만약 확정 계약이 아닌 장기 추정 매출을 ‘총 계약 규모’처럼 표현했다면 이는 단순한 홍보 문제가 아니라 시장 신뢰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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