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은 북한과 중국의 경계를 따라 흘러 내려온다. 필자는 그 강의 대여섯 곳에서 물에 손을 담가 봤다. 아래로 내려올수록 차가운 느낌은 덜하다.
하지만 물을 담글 때마다 아주 오래전 마을 중앙에 있는 느티나무 가운데 난 옹이 안에 손을 넣는 느낌이다. 수백 년 된 구렁이가 내 작은 손을 콱 물어버릴 것 같은 그런 느낌. 아마 우리 민족의 시원(始原)으로 생각해서일 것이다.
우리에게는 한강, 금강, 대동강 등 한반도를 관통하는 많은 강이 있지만 압록강이 주는 단어의 느낌이 남다른 것은 나만일까. 다른 강들보다는 더욱 푸르고 기운찰 거라는 느낌...
공식적인 압록강 발원지는 함남 풍산군과 신흥군(현 양강 김형권군과 함남 신흥군) 경계에 있는 명당봉(1809m)이다. 반면에 두만강 발원지는 백두산 북쪽 사면에 있는 작은 냇가다.
백두산 산문에서 숭선세관에 가는 길에 있는 두만강 발원지는 불과 북한군 경계병과 1~2m를 두고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대학생이던 일행 중에 몇이 담배를 건너자 별 경계심 없이 받았다.
백두산을 기점으로 북으로는 두만강, 남으로는 압록강이 흘러간다. 그 경계선이 주는 함의는 이제 무겁다 못해 처절하다. 황석영의 <바리데기>에서 나온 순이처럼 많은 이들이 생사를 걸고 이 강을 건넌다.
압록강이 끝나는 곳이 단둥이다. 과거 이름은 안동(安東)이다. 중국이 이곳을 안동으로 부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제목처럼 이곳이 편안한 날이 되기를 기원하는 것일까. 역대로 우리 민족이 중원을 공격한 일이 거의 없으니 그런 소망도 없으련만 일제까지도 이곳의 이름은 안동이었다.
크게 본다면 우리 땅과 랴오닝 반도가 만든 단동 만을 가장 명확히 보여주는 것은 동서의 차이다. 밤이 되면 동쪽 신의주는 정적에 쌓여서 칠흑같이 어두워진다.
반면에 서쪽인 중국의 단둥은 야간 조명은 물론이고 밤 공사로 훤하다. 과거 철교의 북쪽으로 나 있던 개발구는 남쪽으로 확장되어 새로운 신천지를 만들고 있다.
여행자들은 작은 모터보트에서 대형 유람선까지 다양한 배를 타고 북한 쪽으로 접근한다. 때론 철교 남쪽으로 가기도 하고 북쪽의 한적한 초소로도 갈 수 있다.
여행자들이 북한 쪽에 접근해 손을 흔들거나 말을 걸면 군인들은 대부분 외면하지만 일반인은 우리가 그들을 보듯이 그들 역시 우리를 본다. 물론 그쪽 사람은 거의 바뀌지 않음에 반해 중국 쪽에서 보는 사람은 매일매일 새로운 사람일 것이다.
간간이 써 있는 문구들을 읽으면서 생소한 모습으로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역사에 대한 비감함에 빠지기 십상이다. 북쪽으로는 이성계가 회군했다는 위화도가 있다.
압록강 하류에 있는 이곳을 보면 역사를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그때 이성계가 중원을 향해 진군했으면 어떤 결과가 빚어졌을까. 쉽게 답할 수 없지만 청나라처럼 중원을 장악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오히려 중국의 지배만을 확대하는 계기를 만들었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든다.
압록강을 따라 북으로 오리는 길은 최근에 정비되어 길이 좋다. 강을 따라가는 길은 느낌이 좋다. 다만 수시로 스치는 북한 쪽의 헐벗은 모습은 행자를 슬프게 한다.
근대 최대의 수력발전소라는 수풍 발전소를 지나면 산지와 평지가 연속되는 지역이 펼쳐진다. 이곳들은 일제가 한국을 병합한 이후 우리 애국지사들이 피신 와서 독립 운동을 펼치던 곳이다.
압록강의 상류에는 고구려 중심도시였던 지안(集安)이 있다. 졸본성(지금의 환런 桓仁)에서 시작된 고구려는 비교적 안정된 지형인 지안으로 천도한다.
지안은 압록강이 있는 남쪽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다.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고구려의 기상을 만난다.
광개토대왕릉비나 장수왕릉 등은 그다지 먼 거리에 있지 않다. 한적한 공간들을 움직이다 보면 역사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다.
점심 시간에 지안에 있다면 지안시를 통과하는 압록강 유람선 선착장 맞은편에 늘어선 불고기 집에서 이곳 특유의 불고기 맛을 봐도 좋다. 고기를 탄불에 굽고, 마늘 등을 넣은 소스에 고기를 찍어 먹는다. 소스는 화학조미료 맛이 강하지만 여행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지안에서 이곳의 교통 요지인 통화까지는 한 시간 반 정도가 걸린다. 차가 가는 길은 과거 중국과 고구려의 연결 통로이기 때문에 전술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지금은 터널이 생겼지만 그 길에서 피 흘렸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숙연해진다.
글 사진= 조창완 여행 작가/ 중국자본시장연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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