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학원가 일대에서 '마약 음료'를 유포한 일당은 100병 정도를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중 약 10병을 학생들에게 나눠 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 따르면 강남구 일대에서 학생들에게 필로폰 성분이 든 음료수를 나눠 준 일당에게 총 100병을 준비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중 실제로 고교생에게 건네진 것은 10여병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해당 마약이 든 음료를 마신 피해자는 지금까지 학생과 학부모를 포함해 7명으로 파악됐으며 추가 피해자가 더 있을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일당이 범행을 공모한 장소에서 30병을 회수했다. 나머지 약 60병은 피의자들이 검거 전 자체 폐기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러한 피의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현재 시중에 이 마약 음료가 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으나 추가 유포 여부를 집중 수사 중이다.
특히 경찰은 일당들이 마약 음료를 마신 학생들을 속여 받아낸 부모 전화번호로 "자녀가 마약을 복용했다고 경찰에 신고하거나 학교에 알리겠다"고 협박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음료 등에 몰래 마약을 타 먹이는 이른바 '퐁당 마약'과 보이스피싱이 결합한 신종범죄로 보고 있다. 퐁당 마약은 통상 피해자를 서서히 중독시킨 뒤 마약을 계속 사도록 하는 수법이다. 이번 사건은 마약을 협박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붙잡힌 일당은 "마약 성분이 들어있는 음료인 줄 몰랐다"면서 "인터넷에서 아르바이트 모집 광고를 보고 지원했다"고 진술했다. 또한 피해 학부모들이 "협박 전화를 건 사람이 조선족 말투였다"고 신고했다. 이런 정황들 역시 경찰의 추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경찰은 강남 학원가 등 부유층 밀집 지역의 학생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점도 눈여겨보고 있다. 범행 장소를 강남 대치동으로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로 추측해볼 수 있다.
기존 보이스피싱 범죄는 휴대전화 번호를 대량으로 수집해 무작위로 범행 대상자를 고르는 반면 이번 마약 음료 사건에선 부유층이 많은 강남 지역을 '타깃'으로 특정했을 수 있다. 범인으로선 같은 범죄라면 더 많은 돈을 뜯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강남 학원가 일대는 학습 능력에 도움된다는 각종 기능성 음료의 '테스트 베드'라는 점도 범행 일당이 대치동을 노린 이유로 보고 있다. 기능성 음료 시음행사가 자주 있다보니 학생들이 별다른 의심없이 낯선 사람이 주는 음료를 받아먹을 가능성이 커 범행 성공률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
경찰은 이런 정황을 고려해 대치동 외에 다른 학원 밀집 장소를 특정해 추가 범행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앞서 남녀 2쌍으로 이뤄진 피의자 4명은 2인 1조로 나눠 지난 3일 오후 6시께 강남구 강남구청역과 대치역 인근에서 "기억력과 집중력 강화에 좋은 음료수인데 시음 행사 중"이라며 학생들에게 음료수를 건냈다.
강남경찰서는 이튿날 음료를 마신 자녀의 몸이 이상하다는 신고를 받고 이를 나눠준 일당 4명을 추적해 검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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