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석제 명분에 ‘앱 필수 예매’ 강요… 현장 결제 불가·안내 부재로 혼란 속출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하고 매달 100만 명이 넘는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고 있지만, 정작 경기도의 공항버스는 이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좌석 안정성과 정시성을 높이겠다며 도입된 지정좌석제가 오히려 외국인뿐 아니라 내국인에게도 불편을 주며 ‘불친절한 교통 행정’의 상징으로 전락했다.
정류장에 제시간에 도착해도 “예약이 없다”는 이유로 빈 좌석이 있어도 탑승이 불가능하다. 현금, 교통카드, 해외 발행 신용카드 결제도 대부분 막혀 있다.
비행 출발을 앞둔 승객에게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탑승 지연과 항공편 놓침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다.
“앱 안 깔면 못 타는 버스”… 관광객은 물론 노년층까지 불편 호소
서울 시내 대부분의 공항버스가 여전히 현장 결제 가능한 자유석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경기도 일부 노선은 ‘시외버스형 공항버스’로 분류돼 전용 앱 ‘버스타고(Bustago)’ 사전 예매가 의무화됐다.
탑승 전 반드시 앱 설치 → 회원가입 → 결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은 외국인 관광객,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 급히 출국하는 출장객에게 사실상 진입 장벽이 된다.
이 제도는 2016년 일부 노선에서 시범 도입된 뒤, 2019년 안양·수원권으로 확대되며 현재는 경기도 전역으로 확산됐다.
도입 당시 명분은 “혼잡 완화와 서비스 품질 향상”이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앱 설치를 몰라 탑승하지 못했다”, “빈자리가 있는데도 예약이 없다며 거부당했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빈자리 있는데도 거절”… 온라인엔 불만 폭주
지역 커뮤니티와 블로그에는 불만 사례가 쏟아진다. “서현역에서 공항 가려다 기사님이 예약 없으면 못 탄다고 했다.” “정류장엔 예약 안내문이 없고, 앱이 뭔지도 몰랐다.” “빈 좌석이 있는데도 현금 안 된다며 거절당했다.” “해외카드 결제가 안 돼 친구가 대신 예약해줬다.” “어머니가 혼자 공항 가시려다 결국 못 타셨다.” 등 사례는 다양하다.
실제 후기 분석에 따르면 불만 사유 중 ‘예약제 안내 부족’이 40%, ‘결제수단 제약’이 25%, ‘앱 불편’이 20%를 차지한다.
일부 이용자는 “비회원 예매가 불가능해 가입 단계에서 포기했다”거나 “앱으로 예약했는데 현장 단말기에서 인식되지 않아 기사와 실랑이를 벌였다”고 밝혔다.
안내도 결제도 ‘불통’… “외국인은 백 퍼센트 못 탈 것 같다”
정류장이나 공항 터미널 어디에도 ‘사전예약 필수’ 안내문이 없는 점도 문제다.
이용자 대부분은 “공항버스는 시간 맞춰 타면 되는 줄 알았다”는 상식으로 움직였다가 현장에서 승차 거부를 당하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실제 후기에는 “외국인은 백 퍼센트 못 탈 것 같다”는 표현까지 등장한다.
전문가들은 “좌석제 자체는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현장 발권·다국어 안내·해외결제 지원 같은 최소한의 접근성을 갖추지 못한 제도는 실패한 행정”이라고 지적한다.
결국 이 제도는 외국인뿐 아니라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내국인, 노년층, 단기 출장객 등 모두를 소외시키고 있다.
경기도는 관광객 유치를 강조하며 각종 편의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공항으로 향하는 기본 교통부터 불편한 현실은 아이러니하다. 온라인 후기에는 “공항버스 타는 게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는 하소연이 이어진다.
결국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제도 설계의 실패다. 앱 하나에 종속된 예약 시스템은 행정 효율을 높였을지 몰라도, 이용자의 다양성을 고려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스마트 교통’이 아니라 ‘불친절 행정’에 불과하다.
BEST 뉴스
-
[단독] 환율 미쳤다…미국 공항서 달러당 2100원에 거래 중
미국에서 1달러를 매입하려면 한화를 2000원 이상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만큼 원화 가치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일러스트=픽사베이 13일 미국 캘리포니아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LA LAX공항 내부 환전소에서 교민들이 달러를 구입할 ... -
신길5동 지주택, 500억 횡령 의혹…조합원들 “10년 기다렸는데 빚더미”
서울 영등포구 신길5동 지역주택조합(조합장 장세웅)에 또다시 충격적인 의혹이 제기됐다. 신길5동 지역주택조합 시위 현장 사진출처=지역주택조합 SNS 25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가 파견한 공공 변호사와 회계사 실태조사에서 최소 500억 원 규모의 자금 유용 정황... -
올림픽대로 끝자락 ‘스테이지28’ 민간 표지판이 9개나?
서울 강동구 고덕동, 올림픽대로의 끝자락을 달리다 보면 눈에 띄는 표지판이 있다. KB뉴스영상 화면 갈무리 출처=KBS ‘3차로로 진입하세요’라는 안내 바로 옆에 ‘스테이지28 방향’이라는 글씨가 붙어 있다. 분기점에도, 진입로에도, 측도에도 같은 표지판이 반복된다. 세어보니 ... -
[단독] 삼성 갤럭시폰, 이미지 파일로 원격 해킹 가능?
반고흐 미술관의 오디오 가이드 기기로 사용되는 갤럭시 S25+를 사용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의 갤럭시폰에서 제로데이 보안 취약점(CVE-2025-21043)이 확인됐다. 제로데이 공격은 보안 취약점이 발견되었을 때 그 문제의 존재 자체가 널리 공표되기도 전에 ... -
신원근 진학사 대표, 국감 증인 출석… ‘스타트업 기술탈취’ 의혹 도마에
신원근 진학사 대표가 22대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중소기업 기술탈취 관련 질의를 받게 됐다. 29일 국회에 따르면 신 대표는 오는 10월 14일에 열리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의 국정감사에 출석요구될 증인 명단에 포함됐다. 신원근 진학사 대표 사진출차=SNS ... -
[단독] FDA에 이름 오른 '에이피알'… 'K-뷰티 신화'에 드리운 먹구름
에이피알(APR) 김병훈 대표 사진=연합뉴스 ‘메디큐브(Medicube)’로 대표되는 에이피알(APR)은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 K-뷰티의 새로운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에이피알을 이끄는 김병훈 대표는 ‘디지털 감각’과 ‘공격적 마케팅’으로 SNS 중심의 브랜드 확산 전략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