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쌍방울그룹의 IT 유통 계열사로 분류됐던 디모아(DMOA)가 완전히 다른 손으로 넘어갔다.
표면상으로는 ‘에스제이홀딩스 제1호 투자조합’이 최대주주로 등재됐지만, 실제 배후에는 초록뱀그룹 창업자 출신 원영식 회장과 그의 투자회사 오션인더블유(Ocean in the W)가 자리하고 있다.
‘투자조합’이라는 간접 구조의 외피 속에서 실질적 지배권이 원영식 측으로 이동한 이번 인수는, 쌍방울그룹 해체 국면 속에서 이루어진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디모아는 1982년 설립된 국내 대표 IT 유통기업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어도비, 안랩 등 글로벌 소프트웨어를 공공기관과 기업에 공급하며 성장했고, 한때 쌍방울그룹 내에서 기술 유통과 디지털 인프라를 담당했다.
본사는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51길 52, SBW빌딩에 있다. 바로 이 건물은 쌍방울그룹 계열사 비비안의 본사이기도 하다.
지난 10월 1일, 한국거래소 전자공시를 통해 디모아의 최대주주가 에스제이홀딩스 제1호 투자조합으로 변경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조합은 약 34.93%의 지분을 확보하며 경영권을 가져갔고, 공시상 납입 주체는 투자조합으로 표기됐지만 자금 출처와 실질 의사결정권은 오션인더블유에 연결되어 있다.
결국 디모아는 쌍방울그룹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원영식 회장이 이끄는 새로운 자본 구조 아래 들어간 셈이다.
원 회장은 초록뱀그룹 창업자로, 2023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석방된 인물이다.
당시 그는 “직접 경영 대신 재무적 투자자(FI)로 남겠다”고 밝혔지만, 2024년 오션인더블유 정관에서 ‘메자닌 투자 제한 조항’을 삭제하며 다시 공격적인 자본시장 행보를 재개했다.
이후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투자를 잇따라 단행했고, 디모아의 인수는 그가 사실상 ‘경영 복귀’를 선언한 첫 결과물로 평가된다. 형식은 간접투자이지만, 내용은 명백히 직접 지배의 구조다.
이 시점에 쌍방울그룹의 위기는 더욱 심화됐다. 지난 5일, 검찰은 서울 용산구 SBW빌딩(비비안 본사 및 디모아 본사)을 포함한 쌍방울그룹 계열사를 압수수색했다.
김성태 전 회장과 일부 임직원의 횡령·배임 혐의가 적시됐고, 2023년 ‘대북송금 사건’과 연관된 자금 흐름이 수사 대상으로 다시 떠올랐다.
결국, 그룹의 자금줄과 신뢰 기반이 흔들리던 바로 그 시기에 디모아는 원영식–오션인더블유 체제로 조용히 이탈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거래를 단순한 투자로 보지 않는다. 투자조합은 사실상 오션인더블유의 특수목적조합(SPC)으로, 자금조달과 지배권 확보를 동시에 수행하는 구조다.
이는 과거 ‘무자본 M&A’로 불렸던 방식의 현대적 버전으로, 외견상은 정상적인 유상증자지만 실질은 경영권 인수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현재 디모아는 새 주체 아래에서 금융투자·경영컨설팅·AI 기반 신사업 등으로 정관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 IT 유통기업에서 투자형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는 “보석 조건으로 직접 경영을 자제하겠다던 원영식 회장이 사실상 경영 복귀를 완성했다”는 지적과 함께, 향후 공시 투명성·자금 흐름·소액주주 보호 문제가 쟁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디모아의 새 주인은 ‘에스제이홀딩스 제1호 투자조합’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있는 오션인더블유와 원영식 회장이다.
쌍방울그룹의 붕괴가 남긴 공백을 메우며, 원영식 회장은 다시 자본시장의 중심으로 돌아온 셈이다.
‘간접 투자’의 외피를 쓴 이번 거래는 결국 직접 지배로 귀결된 경영권 이동, 그리고 쌍방울 사태 이후 한국 자본시장 내 권력 재편의 새로운 신호탄으로 기록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세 가지를 주시한다. 첫째, 검찰의 수사가 쌍방울 계열사 자금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디모아 매각 및 인수 과정이 교차될 가능성. 둘째, 오션인더블유가 실질적 경영주체임이 확인될 경우의 공시 및 회계 투명성 문제. 셋째, 원영식 회장이 보석 조건에서 벗어나 사실상 경영 복귀를 시도한 정황이 확인될 경우, 법적·평판 리스크의 재점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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