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형사재판에서 검찰의 구형이 당초 예정보다 연기되면서, 변호인단의 장시간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국회 필리버스터를 연상시킨다”는 평가와 “형사소송법이 보장한 방어권 행사”라는 반론이 맞선다.
이번 재판에서 재판부는 변호인 측의 변론이 길어지자 검찰의 구형 기일을 13일로 연기했다. 변호인단은 공소사실의 위헌성, 수사 개시의 적법성, 증거능력 문제, 정치적 중립성 논란 등을 잇달아 제기하며 발언을 이어갔다. 형식적으로 보면 이는 형사소송법이 보장한 피고인의 변론권 범위 안에 있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과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대해 충분히 다툴 권리를 갖고 있으며, 특히 최후변론의 경우 명확한 시간 제한 규정이 없다. 재판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발언을 제지할 수는 있지만, 정치적·헌정 질서와 직결된 사건에서는 ‘방어권 침해’ 논란을 피하기 위해 비교적 폭넓게 허용하는 것이 한국 사법부의 관행이다.
다만 정치권과 여론에서는 이번 변론 방식이 국회에서 소수파가 표결을 지연하기 위해 사용하는 ‘필리버스터’와 유사한 효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장시간 변론은 재판 일정 지연, 여론 분산, 정치적 환경 변화 대기 등 전략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를 ‘합법적 지연 전략’으로 분류한다.
해외 주요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재판 관행은 관대한 편에 속한다. 미국의 경우 연방 판사가 변론 시간과 범위를 엄격히 통제하며, 중복 주장이나 정치적 연설로 판단될 경우 즉각 제지한다. 고의적 지연이 반복되면 법정모독으로 제재받을 가능성도 있다.
프랑스 역시 변론의 자유는 보장하지만 쟁점에서 벗어난 발언은 “재판의 장이 아니다”라는 판단 아래 제한한다.
독일은 서면 중심 재판 구조로 인해 장광설 자체가 어렵고, 일본은 한국과 유사한 제도를 갖고 있으나 재판부가 분위기 조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발언을 정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비교하면 한국은 전직 대통령 사건, 특히 헌정 질서와 연결된 사안에서 ‘나중에 문제 삼지 않기 위해’ 발언을 최대한 허용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이번 구형 연기는 불법이나 이례적 상황이라기보다는, 정치적 파장이 큰 형사사건에서 반복돼 온 구조적 장면에 가깝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변호인단의 장시간 변론은 법적으로 허용된 방어권 행사이지만, 동시에 재판의 속도와 집중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향후 관건은 재판부가 어느 시점에서 변론의 범위를 정리하고 실질 심리에 집중할 것인지다. 법조계에서는 “구형 이후에는 재판부의 통제력이 훨씬 강해질 수밖에 없다”며 “지연 전략이 실제 양형이나 판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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