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3(금)
 

카카오톡(카톡)이 멈췄다.


카톡이 먹통이 된 이유는 화재였다. 화재는 주말인 15일 오후 3시19분께 발생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SK 주식회사 C&C의 판교 데이터센터 지하 3층 전기실에서 불이 났다. 3분 뒤인 오후 3시 22분, 데이터센터에 있는 서버 서비스 전원이 차단되면서 카카오톡이 멈춘 일상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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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버린 카카오톡. 사진=연합뉴스

오후 3시 30분.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과 포털 사이트 '다음', 카카오T 등 애플리케이션과 네이버 일부 서비스에 오류가 생기면서 작동이 멈췄다. 카톡에서 문자를 보내도 전송이 되지 않았다. 사진이나 동영상 전송은 말할 것도 없다. 


화재가 난 데이터센터 서버를 이용하고 있던 네이버의 검색 기능과 뉴스, 쇼핑, 카페, 블로그, 시리즈온, 오픈톡, 스마트스토어센터 역시 서비스가 원활하지 못했다.


경찰 감식 결과에 따르면 SK C&C 지하 3층 전기실의 배터리 랙 5개가 전소된 상태로 배터리 또는 랙 주변에서 전기적인 요인으로 인해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했다.


불은 8시간여 만인 15일 오후 11시 46분께 진화됐고, 인명 피해는 없었다.


카카오에 따르면 카톡은 화재 발생 다음날인 16일 오전 1시 31분께부터 모바일 버전 중심으로 텍스트 메시지 수·발신 기능이 일부 복구되면서 메시지 수신 알림음도 작동했다. 하지만 카카오톡 PC 버전의 경우 로그인 기능이 마비됐다가 오전 10시 25분께부터 가능해졌다.


이후 보이스톡·페이스톡, 채팅방 생성, 이모티콘, 프로필 편집 기능 등 다른 서비스도 정상화됐다.


그러나 화재가 발생한 지 25시간이 지난 오후 5시도 용량이 큰 사진과 동영상 파일은 전송되지 않았다. 쇼핑서비스도 이용할 수 없었다.


카톡 외에 포털 '다음'과 카카오페이, 카카오 T 역시 하나둘씩 정상화됐다. 카카오페이는 송금, 증권, 보험 등 주요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인증, 알림톡 등 일부 서비스는작동되지 않았다.


택시나 대리기사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카카오모빌리티는 대부분의 서비스를 거의 복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은 데이터센터 화재만으로 먹통 메신저 신세가 됐다. 카카오톡이 아니더라도 문자 등을 이용해 급한 볼 일이나 약속에 대응할 수는 있지만 이미 많은 국민들은 카톡이 없는 일상에 대비할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진짜 문제는 무엇일까? 일상이 마비된 것은 아니지만, 데이터 센터에 불 한 번 났다고 일상에 지장이 생긴다면 우려할 수 밖에 없다.


카카오톡 등 다른 앱서비스 장애가 오랫동안 지속된 배경에는 재난에 대응하는 매뉴얼이 미비하고 실시간 데이터 백업 체계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은 탓이다.


카카오 서비스 서버는 판교에 있는 SK 주식회사 C&C 데이터센터애만 국한돼 있는 것은 아니다. 화재가 나 데이터센터가 멈추더라도 백업 데이터센터가 비상시 제대로 작동했어야했다. 서비스 장애의 1차 원인은 분명 데이터센터 전기실에서 난 불이지만 카카오의 대다수 서비스가 만 하루가 지나는 동안 장애를 겪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전문가들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네이버는 상대적으로 빨리 서비스를 복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톡이 멈추자 네이버는 모바일에 라인 광고까지 적극적으로 시도했다. 복구 측면에서 보면 네이버에 비해 카카오의 대응이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인터넷과 포털, 앱 서비스 등의 서버는 화재나 지진, 테러 등으로 한 곳이 작동을 멈춰도 다른 센터에 백업된 데이터로 서비스를 바로 재개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야 한다.


이에 대해 카카오는 이중화 작업은 했지만, 사고가 난 데이터센터에 있는 서버 약 3만2천 대의 전력 공급이 안 될 정도로 불이 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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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 올라온 인기검색어와 멀티프로필 노출 피해 내용. 자료=트위터

한편, 카카오톡 먹통 사태가 이틀째 이어지면서 카톡 '멀티프로필'에도 장애가 발생했다며 논란이 일었다. 16일에는 특정인에게만 노출되어야할 멀티프로필이 다른 이용자에게 공개됐다며 해당 내용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 하나인 트위터를 통해 확산됐다.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서는 '멀티프로필'가 인기 키워드로 꼽혔다. 멀티프로필은 상대에 따라 각각 다른 프로필을 보여줄 수 있는 기능으로 최대 3개의 프로필을 만들 수 있다. 트위터에는 멀티프사 노출로 인해 불륜사실이 드러날 위기에 놓였다는 글과 자료 사진이 올라왔다. 


멀티프로필 노출 논란이 일자 카카오 측은 멀티프로필이 특정인(그룹)에게만 보이도록 설정할 수 있는 것이라며, 오류 와중에도 기존에 사용자가 이를 볼 수 있도록 설정한 그룹 외에까지 노출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장애 사태로 멀티프로필을 업데이트할 때 속도가 지연되면서, 멀티프로필을 바꿨는데도 이전 것이 표시되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이런 경우라도 기존에 설정한 그룹 외의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이 된 것은 아니다”고설명했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이 되지 않았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특정인에게만 보이는 멀티프샤를 기존 설정된 그룹의 이용자가 봤다면 사생활 논란이 일 수 밖에 없다.


카톡 '먹통' 사태는 주말 사이 피해가 속출했지만 그나마 주말이라 큰 혼란을 피할 수 있었다는 의견도 나왔다. 평일 업무시간이나 퇴근 후 약속을 한 경우에는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졌을 수도 있다.


카톡 등 서비스가 사기업인 카카오가 운영하는 인터넷 플랫폼이지만 정부 등 공공기관에서도 대국민 서비스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병무청은 현역 입영과 예비군 훈련 통지서를 카카오톡을 통해 발송하고 있다.


입영 통지서의 경우 병무청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먼저 보내고 수신자가 확인하지 않을 경우 2차로 카카오톡을 통해 발송한다.


국민들이 다수 사용하고 있는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서비스 등 민간 인터넷 플랫폼을 활용해 행정 정보를 공지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서비스로 행정안전부의 국민비서 '구삐'가 있다. '구삐'는 각종 생활형 행정정보를 알려주는 서비스로, 네이버, 카카오톡, 토스 등 7개 민간 앱을 통해 건강검진, 전기요금, 운전면허 갱신 등 23종의 알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교통 과태료나 범칙금의 납부 기한 등 위법 행위에 대한 정보도 이들 사설앱을 통해 발송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대란이 빚어졌을 때 네이버·카카오 앱을 통해 잔여 백신 조회와 예약을 진행하기도 했다.


카카오톡 먹통 등 화재 피해가 이틀 연속 지속되자 대통령도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카카오, 네이버 등 디지털 부가 서비스 중단으로 우리 국민께서 겪고 계신 불편과 피해에 대해 매우 무겁게 느끼고 있다"며 "책임 있고 신속한 서비스 복구를 하도록 정부 부처도 노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지시에 정부도 주말을 잊고 대응책 마련에 분주했다. 정치권도 거들었다. 여야를 떠나 정치권은 이번 사태가 국민 생활에 미친 영향이 큰 만큼 국정감사에 카카오와 네이버, SK 주식회사 C&C 경영진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공감대를 형성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6일 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카카오가 무한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신속한 피해보상에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하면서 "특히 모빌리티 서비스를 이용해 생계를 유지하는 분들에겐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카카오T 먹통 사태로 인해 택시 기사들이 운행에 차질을 빚은 점을 지적했다. 카카오 택시 앱으로 콜을 받는 기사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전체의 92.8%에 달한다. '카카오T'를 통한 호출에 크게 의존하는 기사들 입장에서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승객도, 기사도 앱을 쓰다보니 무작정 거리로 나설 수도 없었다.


카카오택시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는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택시기사들에 대한 보상안을 추후 안내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17시간 30분가량 서비스가 안 됐다"며 "가맹 택시 기사들이 피해보상을 요구할 수 있기에 피해 금액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정작 택시기사들은 피해보상에 기대가 크지 않다.일부 기사들은 피해보상액이 얼마가 될지도 모르고 보상이 이뤄진다하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유료앱 이용자에게는 피해 보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먼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음악 플랫폼 멜론과 웹툰 서비스 카카오웹툰은 사과문과 함께 이용권 보상책을 발표했다.


멜론은 16일 공지를 통해 "(전날부터 오류를 빚은) 카카오 계정 로그인 및 스트리밍 서비스는 정상화된 상황이지만, 일부 기능들은 복구가 진행 중으로 서비스 이용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며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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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로 멈춰버린 '카카오톡'…일상생활도 곳곳 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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