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휴대전화로 "아빠 난데, 폰액정파손대문에 수리 맡겼어, 이번호로 카톡추가하고 톡으로 꼭 말해줘"라는 내용의 문자가 수신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발신자는 '010'으로 시작되는 휴대전화 번호다.
"아들 번호가 아닌데 누구세요"라고 문자를 보내면 상대방은 "휴대전화가 고장났는데 수업이라 친구 전화로 문자 했어"라며 수리비 계산을 위해 통신사 앱을 깔아달라고 부탁한다. 자칫 속을 수 있지만, 보이스피싱이다.
보이스피싱은 진화하고 있다. '070'으로 시작되는 인터넷 전화번호를 '010' 휴대전화 번호로 바꿔주는 이른바 '변작 중계기'를 이용하기까지 한다. 보이스피싱이 국제전화나 '070'으로 시작되는 번호로만 온다고 믿는 사람들의 심리를 역으로 이용한 신종 수법이다.
경찰청은 변작 중계기가 새로운 보이스피싱 범행 수단이라고 판단하고 전국적으로 동시에 집중단속을 실시했다. 올 4월부터 6월까지 총 9679대를 적발했으며 8월부터 이달 말까지 이어지는 2차 단속에서도 대규모의 변작 중계기를 찾아낼 것으로 전망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속해서 단속하는데도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변작 중계기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의 단속이 강화되자 보이스피싱 조직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변작 중계기를 위장시켜 숨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까지는 원룸과 모텔 등에 변작 중계기를 설치해 보이스피싱에 활용하는 방식이 대세였지만, 최근 들어 산속이나 폐건물 옥상에 설치하는 물론 배터리를 연결해 아예 땅속에 파묻기도 했다.
인적이 드문 건설 현장의 배전 설비함이나 건축 중인 아파트 환기구 내부, 아파트 소화전, 도로 충돌 방지벽 옆 수풀 속에서도 변작 중계기가 발견됐다.
심지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차량이나 오토바이에 변작 중계기를 싣고 다니게 하거나 가방 안에 변작 중계기를 넣고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며 범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이동형 변작 중계기는 무선 라우터나 대형 배터리가 설치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찰청은 변작 중계기 공급·유통조직에 통신기술 분야의 전문가들이 대거 포섭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국민 대부분이 전화금융사기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지금은 10년 전 방식과 완전히 다르다"면서 "전화번호 변작, 악성 앱 설치 등 최첨단 통신기술이 동원되므로 모르면 당할 수밖에 없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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