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사령탑을 전격 교체했다. 석유화학 업황 침체와 전기차 수요 부진이 겹치며 실적 악화가 이어지자, 출범 반년 남짓 된 합병법인의 지휘체계를 새롭게 짜며 쇄신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5월 28일 이사회를 열고 장용호 SK㈜ 대표이사를 총괄사장(CEO)에, 추형욱 SK이노베이션 E&S 사장을 대표이사에 각각 선임했다. 기존 총괄사장이자 대표이사였던 박상규 사장은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으며, SK이노베이션 계열사의 기타비상무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 다만 박 사장은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인재육성위원장직은 계속 맡을 예정이다.
박 사장은 지난해 3월 대표이사에 오른 지 불과 1년 3개월 만에 퇴진하게 됐다. 그는 지난해 11월 알짜 계열사인 SK E&S와의 합병을 성사시키며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지만, 올해 1분기 44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실적이 급락했다. 전년 동기(영업이익 6,247억원) 대비 적자로 전환된 것이다. 특히, SK온 지원을 위한 리밸런싱 전략과 SK엔무브 상장 무산 등에서 그룹 상층부와 이견이 있었던 것이 이번 교체의 배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박 사장은 SK온 지원을 위한 비주력 자산 매각과 재편을 주도했지만, SK온이 여전히 대규모 적자를 이어가고 있고, 공모가 아닌 사모시장에서 운영자금을 조달하려 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시선은 싸늘하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상위권 사업자가 아닌 SK온은 막대한 적자를 버티기 힘든 구조”라며 “시장이 SK온의 생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새로 선임된 장용호 총괄사장은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유공 입사 후 SK머티리얼즈와 SK실트론 등을 거친 내부 전문가로, 17년 만에 친정으로 복귀하게 됐다. 그는 취임 메시지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을 다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만들겠다”며 전사 구성원에게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과 운영 개선(OI), ‘원팀 스피릿’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자”고 독려했다.
장 사장은 특히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은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라며 “전사적 실행력을 모아 경쟁력 강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CIC(사내독립기업) 및 사업 자회사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현장 중심 실행과 과감한 투자도 예고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말 E&S와의 합병을 통해 자산 105조원 규모의 아시아·태평양 최대 민간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했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와 전기차 캐즘(Chasm·수요 정체) 등 복합적 악재로 여전히 실적 반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로운 리더십 체제 하에서 SK이노베이션이 위기를 극복하고 체질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 재계와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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