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와 통일교 간 ‘정교유착 국정농단’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된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23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정치자금법 위반 등 4개 혐의를 받는 한 총재에 대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전날 5시간 넘게 이어진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던 한 총재는 곧바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한 총재가 범죄 혐의로 구속된 것은 2012년 단독으로 통일교 총재직에 오른 이후 처음이다. 특검팀은 “수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공범인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구속된 뒤에야 조사에 임했다”며 구속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정치 모른다” 부인했지만…법원은 특검 손 들어줘
한 총재 측은 최후진술에서 “정치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한국 정치에 관심도, 이해도 없다”며 방어에 나섰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씨(구속기소)의 진술만으로 신병을 구속하려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특검 논리에 무게를 실었다.
한 총재는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1억 원을 전달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같은 해 4~7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 목걸이와 샤넬백을 건네 교단 현안을 청탁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교단 자금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 경찰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증거 인멸을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적용됐다.
최측근 정원주 비서실장은 영장 기각
같은 날 구속 위기에 몰린 정원주 전 총재 비서실장은 구속을 면했다. 정 부장판사는 “공범일 가능성은 있으나 범행 구체적 실행 주체로 보기엔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정 전 실장은 한 총재의 최측근으로 통일교 행정·재정을 총괄하며 사실상 ‘2인자’로 불려왔다. 그는 정희택 전 세계일보 사장의 친누나로, 통일교 권력과 언론 운영 사이의 연결고리로도 주목받아 왔다.
한편, 한 총재 신병 확보로 특검 수사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특히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권 의원을 지원하기 위해 통일교 신도들을 대거 입당시켰다는 의혹, 권 의원에게 쇼핑백 금품을 건넸다는 정황 등 수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통일교 측은 이날 “수사와 재판에 성실히 임해 진실을 규명하겠다”며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번 구속은 단순히 한 총재 개인의 사법 리스크를 넘어, 통일교 전체의 의사결정 구조와 정치권 개입 여부를 규명하는 중대 분기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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