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해자들 “무죄 받고도 또 기다려야 하나”… 법원, 6개월 내 결정 규정 사실상 유명무실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아직도 보상은 감감무소식입니다.”
2년 전 잘못된 혐의로 구속됐다 풀려난 박모(49)씨는 지금도 국가로부터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 형사보상을 청구한 지 9개월이 넘었지만 법원은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한 것도 서러운데, 이제는 보상 기다리느라 또 지칩니다.”
국가가 억울하게 구금된 사람에게 일정 금액을 보상하는 ‘형사보상 제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법으로 정해진 6개월 이내 결정 규정이 사실상 무력화되면서 피해자들은 또 다른 기다림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광산갑)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1년~2025년 6월) 전국 지방법원이 처리한 형사보상 사건은 총 1만 1,827건이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2,903건(24.5%)이 법정 기한인 6개월을 초과해 결정됐다.
올해 상반기만 봐도 상황은 더 악화됐다. 전체 1,350건 중 379건(28.1%)이 법정 기한을 넘겼다. 세부적으로 ▲6개월~1년 이내 처리 239건 ▲1~2년 이내 119건 ▲2년 이상 지연 21건이었다. 사건 4건 중 1건 이상이 기한을 초과한 셈이다.
평균 처리 기간도 해마다 늘었다. 2021년 3.4개월이던 평균 처리 기간은 2022년 3.7개월, 2023년 4.4개월, 2024년 5.2개월로 꾸준히 증가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5.3개월로 법정 상한선에 근접했다.
문제는 ‘형사보상법 제14조 3항’이 “법원은 보상청구를 받은 날로부터 6개월 이내 결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음에도, 이를 어겨도 제재가 없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서울고등법원은 이 규정을 ‘훈시적 조항’이라며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법이 있어도 아무런 실효성을 느낄 수 없는 상황이다.
박균택 의원은 “형사보상은 억울하게 인신을 구속당해 자유와 명예를 빼앗긴 국민에게 국가가 책임을 인정하고 존엄을 회복시켜주는 최소한의 절차”라며, “보상 결정이 늦어질수록 그 의미는 퇴색하고, 또 다른 인권침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법원이 스스로 정한 기한조차 지키지 못한다면, 피해자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는 셈”이라며, “형사보상 결정의 신속성을 보장할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억울하게 구금된 국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국가의 사과와 신속한 회복’이다. 그러나 현실의 법정은 여전히 느리고, 피해자의 시간은 또 한 번 멈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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