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김진호)가 4일 오전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불공정거래 의혹을 포착하고 고려아연 본사, 주관 증권사, 그리고 하나은행 일부 부서를 동시 압수수색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4월 1차 압수수색 이후 6개월 만의 보강 수사로, 당시 대상에서 제외됐던 하나은행이 새롭게 포함되었고, 자금 조달의 흐름과 계획 시점이 수사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10월 4일부터 23일까지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한 직후, 불과 일주일 뒤인 10월 30일 약 2조5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했다. 문제는 공개매수 당시 신고서에 “공개매수 이후 재무구조 등에 변경을 가져올 계획이 없다”고 기재했음에도, 같은 기간 중 주관 증권사를 통한 유상증자 실사가 이미 진행된 정황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검찰은 공개매수와 유상증자가 단절된 절차가 아니라 사전 기획된 연계 구조였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만약 공개매수 단계에서 이미 유상증자 추진이 내부적으로 확정돼 있었다면, 자본시장법상 허위공시 또는 부정거래 혐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수사팀은 당시 의사결정 보고서, 실사 착수 시점, 내부 이메일 등 자료를 통해 의혹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번 수사에서 금융기관별 역할도 명확해졌다. 미래에셋증권은 자사주 공개매수의 사무취급 주관을 맡고, 이어 유상증자에서는 대표 모집주선사로 참여했다. KB증권 역시 공동 모집주선사로 참여하면서 공개매수 청약 창구를 운영했다. 두 증권사 모두 공개매수 중 유상증자 실사가 시작됐다는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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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압수수색 대상에 하나은행이 포함됐다. 하나은행은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를 위해 2024년 10월 2일께 실행한 ‘브리지론(단기 대출)’ 제공기관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당시 대출계약서 등 대출관련 자료를 확보해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초기단계부터 자금조달 등 유상증자를 계획한 정황을 확인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단순한 공시 누락이 아닌 “자본시장 신뢰를 흔드는 구조적 문제”로 본다. 공개매수와 유상증자가 사실상 동일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면, 투자자에게 중요한 정보를 고의로 은폐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날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지자 고려아연 주가는 오후 들어 약세로 전환해 100만 원 선이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증권가에서는 “향후 검찰 결과에 따라 손해배상 소송 등 민사 리스크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한편 수사팀은 향후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뒤 고려아연 경영진과 증권사·은행 관계자들을 순차적으로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은 기업의 자금조달과 공시제도의 투명성을 둘러싼 금융시장 전반의 구조적 신뢰를 시험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수사의 본질은 ‘무엇을 언제 알고 실행했는가’다. 공개매수, 증자, 차입이 각각의 절차였는지, 아니면 투자자 보호를 소홀히 한 단일 기획의 결과였는지에 따라 형사적 책임뿐 아니라 제도 개선의 방향까지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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