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제약사들이 수험생을 겨냥한 제품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집중력 강화’, ‘불안 완화’, ‘면역력 회복’ 등 자극적인 문구를 내세운 건강기능식품과 일반의약품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시장은 들썩이지만, 전문가들은 “과도한 마케팅이 오히려 수험생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며 경고하고 있다.
대웅제약의 ‘에너씨슬 집중샷’, 삼진제약의 ‘안정액’, 동아제약의 ‘오쏘몰 이뮨’ 등 주요 제약사들은 최근 온라인몰·올리브영·약국 등을 통해 ‘수험생 필수템’으로 자사 제품을 전면 홍보 중이다. “피로 없이 시험장으로”, “집중력 높이는 하루 한 포”, “수험생 면역력 챙기기” 같은 문구가 넘쳐난다.
그러나 의학 전문가들은 이러한 ‘시험 전 컨디션 관리’ 마케팅이 효과 검증이 불충분한 보조제를 약처럼 포장하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약리학 교수는 “과라나나 카페인 같은 각성 성분, 한방 진정 성분, 고용량 비타민 등이 섞인 제품을 동시에 복용할 경우 신체 리듬이 무너질 수 있다”며 “수면 부족과 피로가 누적된 수험생은 약효보다 부작용에 더 민감하다”고 말했다.
특히 에너지음료형 제품은 ‘천연 카페인’이라는 문구로 방심을 유도하지만, 실제 함량은 커피 한두 잔 수준에 달한다. 카페인·비타민 B군·밀크씨슬을 동시에 섭취하면 불면·불안·심계항진·위산과다 등의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진정제 계열 한방 성분은 혈압 저하, 졸음 유발, 소화장애로 시험 당일 컨디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면역력 회복을 내세운 복합비타민류 역시 과용 시 문제가 된다. 비타민 C·D·E는 장기 복용 시 요로결석, 간 효소 상승, 복부 팽만, 피로감 역전현상이 보고된 바 있으며, 지용성 비타민은 체내에 축적돼 간 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제품이 ‘의약품’이 아닌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돼 광고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는 점이다. 업계는 SNS 인플루언서와 학부모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우리 아이 집중력 향상템” 같은 문구를 퍼뜨리며 판매를 부추기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은 질병 치료나 예방을 표방할 수 없지만, 매년 수능철마다 비슷한 과장 문구가 반복된다”며 “소비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대웅제약 측은 반론 등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수능을 앞둔 제약사들의 ‘집중력’ 마케팅은 소비자의 불안을 자극한 상술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시험이 임박할수록 필요한 것은 ‘한 포의 영양제’가 아니라 ‘충분한 휴식과 안정된 마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BEST 뉴스
-
[단독] “끈끈이로 변한 골프공”… 볼빅 비비드 컬러볼, 품질 논란 확산
컬러 골프공 시장의 선두주자로 알려진 볼빅(Volvik)의 비비드(Vivid) 시리즈를 둘러싸고 품질 논란이 일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공 표면이 끈적거린다는 불만이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잇따르고 있다. 볼빅 골프공. 끈적임 현상이 생기는 제품은 맨 하단 우측(무광 컬러볼) 사진=류근원 기... -
휴게소 음식 22건 위반… 도로공사 ‘위생관리 구멍’
한국도로공사가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의 위생점검을 실시하고 있지만, 관리 실태는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 납품이나 식품안전 인증(HACCP) 미비 업체의 식자재 사용에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휴게소의 위생불량상태인 호두과자 기계 (기름찌꺼기, 기름때가 제조기계 ... -
KBS, 실제 적자 1,850억 원... 제작비 깎아 ‘적자 축소’ 논란
KBS가 올해 실제로는 1,800억 원대 적자를 기록하고도 제작비를 대폭 줄여 ‘1,000억 원 적자’ 수준으로 맞춘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연합뉴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남동을)은 2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장범 사장의 진짜 성... -
징계자에게도 성과급…음주·성비위도 포함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재섭 의원(국민의힘·서울 도봉갑)은 20일 “정무위 소관 5개 금융 공공기관이 징계가 확정된 직원에게도 성과급을 지급해왔다”며 “국민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김재섭 의원 사진=김재섭 의원실 제공 김재섭 의원이 중소기업... -
UAM 도입 앞둔 인천, 국가중요시설 간 드론 대응 수준 ‘불균형’
도심항공교통(UAM) 도입과 드론 물류 확대를 앞두고, 공항·항만·발전소·가스 시설 등 국가 주요 기반시설이 밀집한 인천 지역에서 불법 드론 대응 체계가 시설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종식 의원 사진=의원실 제공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 -
“육아휴직자 많을수록 불이익”… 공공기관 평가제도 도마에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인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이 최근 3년 동안 육아휴직 대체인력을 한 명도 채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동아 의원 사진=연합뉴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중기부 국정감사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