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시 임박 ‘아이온2’ 체험하려면 대기 4시간 이상 ‘진풍경’
- 美 라스베이거스 ‘스피어’ 연상 NC시네마 셀카 맛집 등극
- 세계 시장 공략 작심한 ‘신더시티’·‘호라이즌…’ 호평 시연
- “대기열 입장 제한에 ‘아이온2가 지스타 살렸다’ 알게 돼”
- 엔씨 독주 온몸으로 막은 넷마블 차기작 5종으로 ‘정공법’
- 이벤트·게임 시연 동시 구현에 입장 대기열 피로감도 줄여
- 텅텅 빌 뻔한 벡스코 야외무대 ‘SOL: enchant’ 팬들 빼곡
지난 13일(일반 대중 전시관 기준)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해 나흘간 일정을 소화한 게임 박람회 지스타가 작품성으로 승부하는 두 기업만의 역량을 각인시키면서 내년을 기약했다.
당초 올해 지스타는 넥슨과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등 상당수 선발 기업들이 불참을 선언한 까닭에 성과 면에서 적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엔씨소프트가 지스타 최대 후원사를 자청한 가운데 업계 맏형 넷마블이 가세하면서 우려를 불식시켰다.
뚜껑을 열어보니 두 기업이 준비한 차기작들은 단연 내방객들의 호평을 받으면서 ‘지스타의 구세주’로 불렸다. 웹젠과 그라비티, 크래프톤, 블리자드 등 기타 업체들 역시 나름대로 기준을 정하고 고만고만하게 부스를 꾸리면서 결과를 떠나 지스타에 양념으로 기능하려고 애를 쓰긴 했다.
17일 지스타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20만 2000여명이 올해 지스타를 찾았다. 일반 참관객을 대상으로 한 BTC와 비즈니스 중심의 BTB를 합쳐 총 3269부스가 조성됐다.
이 같은 구성 속에서 실질적인 수혜를 본 곳은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무려 4시간이 넘는 대기열이 곳곳에서 수시로 발생하고 기꺼이 이를 감수하는 체험 희망자들이 재차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한산했던 ‘기타 등등’ 업체의 부스와는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특히 방준혁 넷마블 의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CCO(최고창의력책임자) 등 회사 창업자들도 몸소 벡스코를 들러 이용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부산은 물론이고 멀리서는 해외에서 방문한 예비 이용자들이 이렇게 시간을 내면서까지 기다려주는 모습에 게임 업계 종사자로서 큰 책임감과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 이보다 완벽할 수 없던 ‘극강의 존재감’
엔씨소프트는 오는 16일 공식 출격하는 레거시 IP(지식재산권) ‘아이온2’에다 배재현 사단이 손을 대는 ‘신더시티’, 전 세계적 흥행 IP인 ‘호라이즌’을 뿌리로 둔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스’, 여기에 배급작인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와 ‘타임 테이커즈’ 등 다섯 작품으로 300부스에 초대형 진용을 차렸다.
회사 측의 예상대로 ‘아이온2’ 부스는 지스타 기간 내내 북새통을 이뤘고, 옆 자리에 들어선 ‘신더시티’와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스’ 쪽은 ‘아이온2’를 시연하기 위해 기다리다 지친 이들의 대체재로 작용하면서 풍선효과를 불러왔다.
‘아이온2’는 전작 ‘아이온’을 정식 계승한 신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다. 방대한 PvE(이용자 대 환경) 콘텐츠가 특징이다. PC와 모바일에서 모두 즐길 수 있는 크로스 플랫폼을 지원한다.
‘아이온2’는 편의성을 높여주는 멤버십에다 패스 상품, 캐릭터의 스타일을 결정하는 외형 상품인 의상, 무기 외형, 펫, 날개 등을 비즈니스 모델(BM)도 설정했다. 인게임 재화를 유료 재화로 교환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아이온2’가 갖는 상징성을 입증하듯 엔씨소프트는 제작진이 수 차례 직접 예비 이용자들에게 게임의 방향성을 설파하고 때론 의견을 청취하면서 완성도를 배가했다.
엔씨소프트는 지스타에서 게임 시연 외에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돔 공연장 ‘스피어’(Sphere)를 연상시키는 파노라마 상영관 ‘NC시네마’를 구축해 ‘아이온2’와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스’ 트레일러 영상을 틀었다. 지스타 역사상 이처럼 파격적인 설치물은 처음이어서 ‘NC시네마’ 앞은 어느새 셀카 맛집으로 등극했다.
‘신더시티’(CINDER CITY)는 엔씨소프트가 세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작심한 사례다. 엔씨소프트의 특기인 MMORPG 요소와 슈팅을 결합했다. 이를 두고 엔씨소프트는 MMO 택티컬 슈터(Tactical Shooter) 장르라고 부른다. PC와 콘솔 플랫폼으로 내년에 출시된다.
‘신더시티’는 역동적인 그래픽과 심리스(Seamless) 오픈월드를 구현한다. 특정 사건을 통해 두 세기를 건너뛴 23세기 미래 기술과 21세기 현재가 공존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가 바뀐 ‘대체 역사’인 SF(Science Fiction, 공상과학)를 다룬다.
서울 삼성동이나 논현동 등 실제 장소를 기초로 한 ‘황폐한 미래 도시 서울’, 총기 작동 원리를 반영한 실감나는 전투 감각 등이 백미로 꼽힌다. 지스타에서는 파괴된 서울을 배경으로 캐릭터 ‘세븐’의 서사를 만나볼 수 있는 캠페인 모드를 선보였다.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스’는 기계 사냥꾼들의 땅 데드랜드(Deadlands)를 무대로 호라이즌의 핵심 요소인 헌팅 액션을 계승하면서 MMORPG 장르에 맞춘 고도화된 전투 시스템, 높은 자유도의 세분화된 커스터마이징 등을 합성해 글로벌 시장으로 출동할 예정이다. 모바일과 엔씨소프트 자체 플랫폼 퍼플(PURPLE)로 플레이할 수 있다.
올해 8월 독일 쾰른에서 열린 게임 전시회 게임스컴에서 화제를 몰고 온 ‘타임 테이커즈’, 엔씨소프트가 서브컬처 장르에 입성하면서 내놓는 처녀작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도 한 켠을 차지했다.
‘타임 테이커즈’는 미스틸게임즈에서 개발 중인 3인칭 팀 서바이벌 히어로 슈터 장르다. ‘타임 에너지’를 자원으로 쓰는 독특한 룰에다, 각기 다른 서사와 고유 스킬을 가진 캐릭터, 무기와 아이템 조합을 통한 다채로운 플레이 스타일 등이 자랑거리다.
엔씨소프트는 미스틸게임즈에 지분 투자하면서 ‘타임 테이커즈’의 글로벌 퍼블리싱 판권(중국 제외)을 손에 넣었다. 정식 시판은 2026년으로 잡혀있다.
빅게임스튜디오에서 만들고 있는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는 애니메이션 액션 RPG(역할수행게임) 장르다.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연출과 탄탄한 스토리, 속도감 있는 전투 액션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보스 몬스터를 사냥해 획득한 재료로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헌팅 액션의 재미도 있다. 내년 상반기 PC와 모바일 크로스 플랫폼으로 글로벌 시장에 나온다.
일본 게임 기업 출신 스타트업 대표인 요시다 카즈나리씨는 “이번 지스타는 볼 게 별로 없다고 해서 고심 끝에 부산행 티켓을 끊었는데, 막상 와서 ‘대기열 입장 제한’이라는 팻말을 보니 왜 다들 ‘아이온2가 지스타를 살렸다’라고 입을 모으는지 알게 됐다”며 “한국 시장이 MMORPG 장르가 포화된 상황이라고 하지만, 엔씨소프트가 가장 잘하는 분야에서 어떤 저력을 발휘할지 매우 궁금하다”고 말했다.
◆ 지스타 더 풍성하게 ‘단백질 보충제’
넷마블은 유망 후속작을 전면에 내세우는 정공법을 구사하면서, 내방객들을 싹쓸이 하려던 엔씨소프트의 의지를 온몸으로 막아냈다.
넷마블은 그동안 지스타에 출전하면서 추출한 통계와 실적을 감안해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구도로 부스를 꾸몄다. 한 번 입장하면 빠져나갈 수 없는 폐쇄형 멀티 플렉스 형태를 올해도 고집했다.
넷마블은 ‘일곱 개의 대죄: Origin’과 ‘몬길: STAR DIVE’, ‘나 혼자만 레벨업: 카르마’, ‘이블베인’, ‘SOL: enchant’ 등 5종을 시연대 145개에 올렸다. 게임마다 입장하는 이들이 대기하는 동안 정면에는 형형색색 이벤트와 게임 플레이 장면이 동시 구현되면서 ‘체험과 관람’이라는 전시회의 기초적인 속성에 가장 부합한 각론을 택했다.
광주에서 자동차로 4시간을 달려왔다는 직장인 최경호씨는 “과거 3년 동안 지스타에 계속 오고 있는데, 넷마블의 이런 방식이 오히려 기다림의 지루함을 줄이고, 얼른 시연해보고 싶은 충동마저 자극하는 것 같다”며 “배도 고픈데 줄이 줄지 않아 ‘어찌해야 하나’ 고민중”이라고 했다.
넷마블은 올해 3월부터 ‘RF 온라인 넥스트’와 ‘세븐나이츠 리버스’(5월), ‘뱀피르’(8월)를 징검다리로 3연타석 홈런을 날렸고, 이에 비례해 차기작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한껏 고조된 상태라는 점에서 북미부터 유럽, 일본 등 전 세계 방방곡곡을 돌며 성황리에 얼굴을 알리고 있는 ‘일곱 개의 대죄: Origin’을 필두로 유력 IP ‘몬길: STAR DIVE’에 힘을 실었다. ‘나 혼자만 레벨업: 카르마’와 ‘이블베인’, ‘SOL: enchant’도 지스타의 별이 되기 위해 몸을 풀었다.
‘일곱 개의 대죄: Origin’은 전 세계에서 누적 5500만 부 이상 판매 실적을 기록한 일본 판타지 애니메이션 ‘일곱 개의 대죄’ IP를 초석으로 한 오프월드 액션 RPG다. 콘솔(플레이스테이션5)과 PC(스팀), 모바일 플랫폼을 골랐다.
멀티버스 기반의 오리지널 스토리라는 점에서 원작 ‘일곱 개의 대죄’와 ‘묵시록의 4기사’ 캐릭터는 기본이고, 자체 캐릭터도 등장한다. 내년 1월 28일 글로벌로 시판된다.
‘몬길: STAR DIVE’는 2013년 국내 발매 이후 ‘모바일 RPG 대중화’를 이끈 ‘몬스터 길들이기’를 계승한 액션 RPG다. ‘몬스터 길들이기’는 본연의 캐릭터와 세계관으로 10년간 약 1500만 명의 이용자들에게 사랑받았다.
‘몬길: STAR DIVE’는 주인공 베르나, 클라우드와 특별한 동반자인 야옹이의 여정을 그린다. 야옹이의 능력을 써서 몬스터를 수집·성장·합성하는 ‘몬스터링 컬렉팅’도 눈길을 끈다.
넷마블은 지스타에서 한국의 멋을 담은 신규 지역 ‘수라’를 공개했다. 주인공 일행이 처음 도착하는 ‘낙산’ 마을에서 인간 이외에 도깨비나 다양한 아인종들이 함께 살아가는 터전으로 그려진다. PC와 모바일을 포함한 멀티 플랫폼으로 소개되고 현재 글로벌 사전 등록이 진행되고 있다.
넷마블이 9월 도쿄게임쇼(TGS)에서 깜짝 발표한 ‘프로젝트 이블베인’은 3인칭 협동(Co-op) 액션 게임이다. 언리얼 엔진5로 구동되는 고퀄리티 그래픽과 실시간 무기를 교체하는 전략적이면서도 역동적인 전투가 매력 포인트다.
8월 29일부터 미국과 캐나다에서 Xbox 인사이더 프로그램 사용자 대상으로 현지 프리 알파 테스트를 치르고 있다. 테스트 권역을 브라질과 영국, 독일, 프랑스로 넓혔다.
말 그대로 뭘 해도 되는 ‘나 혼자만 레벨업’ 시리즈화의 일환인 ‘나 혼자만 레벨업: KARMA’도 지스타에서 이름값을 했다. ‘나 혼자만 레벨업: KARMA’는 넷마블을 게임 명가 반열에 다시 올려준 주역 ‘나 혼자만 레벨업:어라이즈’, ‘나 혼자만 레벨업:어라이즈 오버드라이브’에 이어 ‘나 혼자만 레벨업’과 연계한 세 번째 타이틀이다.
‘나 혼자만 레벨업: KARMA’는 로그라이트 액션 RPG다. ‘나 혼자만 레벨업’ 애니메이션을 근간으로 모바일과 PC 플랫폼에 맞춰 개발되고 있다. 원작에서 상세하게 묘사되지 않았던 ‘윤회의 잔’을 사용해 과거로 돌아간 주인공 성진우가 차원에 틈에서 보낸 27년간의 군주 전쟁 서사를 담는다. 로그라이트 장르의 특성상 매번 달라지는 전투와 수집의 재미도 있다.
‘SOL: enchant’는 벡스코를 전방위로 휘젓고 다녔다. 실내 체험존과는 별도로 텅텅 비었을 뻔한 벡스코 야외를 대기줄로 빼곡하게 메웠다. 야외 부스에서는 핵심 콘텐츠인 ‘신권’(神權)을 간접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여러 이벤트를 접목했다. ‘SOL: enchant’는 ‘신’(神)이라는 차별화된 키워드를 바탕으로 한 MMORPG다.
벡스코(부산)=김수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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