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영빈 우주항공청장 “사천은 행정 중심”
이재명 대통령이 우주항공청과 국내 우주항공 연구기관의 입지·기능 분리 구조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으면서, 출범 1년을 앞둔 우주항공청의 조직 설계와 역할 정체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우주항공청은 핵심 기구가 아닌가”라고 묻고, “항공우주청이 사천에 있는데 실제 연구의 핵심은 대전에 남아 있는 것 아니냐”며 직설적인 질의를 던졌다.
이에 대해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대통령 질의에 직접 답변하며, 현재의 인력·기능 구조를 설명했다.
윤 청장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약 1천 명 규모의 연구 인력으로 구성돼 있고, 한국천문연구원은 약 300명 정도의 연구진이 있다”며 “이 두 기관이 우주항공 분야의 핵심 연구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주항공청은 연구기관이 아니라 정책·행정과 산업 육성을 담당하는 조직”이라며 “현재는 행정 인력 중심으로 약 400여 명 규모”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사천에 위치한 우주항공청에는 연구 인력이 거의 없고, 대전에 연구 기능이 집중돼 있는 이원 구조임을 정부 최고 책임자가 공식 석상에서 인정한 셈이다.
대통령은 이 같은 설명을 들은 뒤, 우주항공청이 국가 우주 전략의 컨트롤타워로서 충분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단순한 행정 조직이 아닌, 연구·정책·산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핵심 기구로 설계됐던 우주항공청이 출범 취지와 달리 ‘행정 허브’에 머물러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공개적으로 제기된 것이다.
이날 업무보고에서는 달 탐사 일정도 함께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제시한 2032년 무인 달 착륙선 발사 계획을 언급하며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너무 늦은 것 아니냐”고 질책했다. 미국·중국·인도 등 주요 국가들이 이미 달 착륙과 기지 건설을 논의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일정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문제 제기다.
이에 대해 윤영빈 청장은 “누리호 등 자체 기술을 활용한 자력 달 탐사를 목표로 한 일정”이라며 기술 축적과 안정성을 고려한 계획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연이은 질문은 단순한 일정 점검을 넘어, 우주항공청의 전략적 기획 능력과 속도감에 대한 근본적 문제 제기로 해석된다.
과학기술계와 정치권에서는 이번 질의응답을 두고 “우주항공청 출범 이후 처음으로 ‘사천은 행정, 대전은 연구’라는 구조적 현실이 대통령 질의를 통해 공식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지역 균형 발전 논리로 사천에 본부를 둔 결정이, 장기적으로는 정책·연구·산업 간 단절을 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통령 발언을 우주항공청 조직 재설계 또는 기능 재조정 논의의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연구 기능의 일부 이전, 실질적 권한 강화, 또는 대전 연구기관과의 통합적 운영 모델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향후 정책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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