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이 확인되면서, 36년간 이란 이슬람공화국을 이끌어온 권력의 정점이 비어버렸다. 세계의 시선은 이제 한 사람에게 쏠린다. 과연 누가 ‘포스트 하메네이’가 될 것인가.
혼돈의 한복판에서 가장 먼저 이름이 오르는 인물은 ‘분신(分身)급 측근’으로 불려온 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이다.
라리자니는 최근 수년간 하메네이의 대외 협상 창구 역할을 사실상 도맡아왔다. 러시아·중국은 물론 페르시아만 왕정 국가들과의 민감한 협상에서 대통령보다 더 자주 최고지도자의 뜻을 전달한 인물로 꼽힌다.
이란 헌법이 최고지도자의 권한 위임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그는 이미 ‘준(準)최고지도자’ 역할을 수행해 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1958년생인 그는 테헤란대 철학 교수 출신으로, 독일 철학자 칸트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은 학구파 정치인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지휘관을 지냈고, 2008~2020년 국회의장을 역임했으며 4개 부처 장관을 거친 권력 핵심이다. 혁명수비대·의회·내각을 모두 경험한 드문 이력은 그를 ‘체제 전반을 꿰뚫는 인물’로 만든다.
하메네이는 지난 6월 이스라엘과의 ‘12일 전쟁’ 당시 유사시를 대비해 후계 후보 3명을 지목해둔 것으로 전해졌다. 그중 한 명이 골람호세인 모세니-에제이 대법원장이었고, 또 다른 인물이 아스가르 헤자지 비서실장이었다.
그러나 일부는 이번 공습 과정에서 사망했거나 생사가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은 라리자니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습 직후 그는 “시온주의 범죄자들과 미국이 후회하도록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강경 메시지를 냈다. 온건·실용 이미지와 달리 필요할 때는 강경 노선을 택하는 ‘양면성’이 그의 정치적 자산이기도 하다.
갈리바프, 혁명수비대의 선택 받을까
라리자니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현 국회의장이 거론된다.
1961년생인 그는 혁명수비대 출신으로, 군 내부 기반이 라리자니보다 더 두텁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최고지도자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와 가까운 인물로 알려져 있다.
모즈타바 역시 일각에서 후계자로 거론되지만, 하메네이 본인이 생전에 세습에 부정적 입장을 밝혀 직접 등판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최근 보고서에서 “하메네이 사망 시 강경파, 특히 혁명수비대 출신 인사가 권력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 분석대로라면 갈리바프의 입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변수는 혁명수비대…‘단일대오’ 유지 여부가 관건
이란 헌법 111조는 최고지도자 유고 시 대통령·대법원장·헌법수호위원회 성직자 1인으로 구성된 3인 비상위원회가 임시로 권한을 대행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이번 공습으로 일부 핵심 인사의 생사가 불확실해지면서 임시 권력구조 자체가 재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향배를 가를 열쇠는 혁명수비대와 군부다. 단일대오를 유지할 경우 체제는 고위 성직자 집단 중심으로 재정비되며 큰 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내부 분열이 발생하면 예상치 못한 권력 이동이 벌어질 수 있다.
팔레비 복귀? 가능성은 낮아
해외 망명 중인 레자 팔레비 전 왕세자나 프랑스·알바니아에서 활동하는 반정부 조직 지도자 마리암 라자비 등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40여 년간 이란을 떠나 있던 팔레비 세력이나 해외 조직이 단기간 내 국내 권력을 장악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금 이란은 지도자 공백과 외부 군사 압박, 내부 강경 여론이 뒤엉킨 초유의 국면에 서 있다.
체제의 이념적 정통성과 국제 협상 경험을 갖춘 라리자니가 부상할지, 아니면 혁명수비대 기반의 강경 실세 갈리바프가 전면에 나설지.
하메네이 이후의 이란은 단순한 인물 교체를 넘어, 신정체제의 향방을 가르는 분수령에 들어섰다. 세계가 테헤란을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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