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8년 삼성서울병원에서 22주 만에 태어난 아기
삼성서울병원은 3일 지난해 10월 우리나라에서 가장 짧은 임신 주수인 21주 5일(152일)만에 490g으로 태어난 이은혜(女) 아기가 무사히 자라 지난 3월 퇴원했다고 밝혔다.
지난 1987년과 2011년에 캐나다와 독일에서 152일만에 태어난 아기가 보고된 이후 은혜가 처음이다. 현재는 병원에서 마련한 어린이날 행사에 부모와 함께 찾을 정도로 건강한 상태다.
은혜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성장은 의학계에서 기적 그 자체로 불린다.
아기가 세상으로 나오기까지 대개 40주(280일)가 걸리는 데 반해 은혜는 152일만에 태어나 생존한계선 범위 밖에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의학에서는 임신주기 23주를 생존한계로 보고 있다. 이보다 빨리 태어난 아기들은 여러 장기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상태여서 생존확률이 희박하다.
은혜 역시 처음에는 생존을 점치기 어려운 상태였다.
은혜의 부모는 결혼 13년만에 여러 차례의 인공수정 끝에 어렵싸리 은혜와 기쁨이를 얻었다. 하지만 두 아이는 너무 일찍 세상에 나온 탓에 폐가 제대로 펴지지 않는 등 몸의 각 장기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함께 태어난 기쁨이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하늘나라로 돌아간 것도 그래서다.
은혜 역시 호흡을 혼자서 못해 폐 계면활성제를 맞고 고빈도 인공호흡기를 달았지만 무사히 이겨냈고, 500g이 채 되지 않는 작은 몸으로 미숙아 망막증 수술을 비롯해 각종 치료를 견뎌냈다. 젖을 빨 힘조차 없어 튜브를 통해 코로 수유를 했지만 하루 하루 성장했다.
은혜를 치료한 박원순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빨리 태어난 경우가 없어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면서 “은혜가 지금까지 건강하게 잘 자라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라고 설명했다.
은혜가 이처럼 큰 고비를 여러 차례 넘길 수 있었던 것은 삼성서울병원 신생아 집중 치료실에서 그동안 쌓아 온 경험 덕분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은혜에 앞서 지난 2008년 22주 3일, 440g으로 태어난 허아영 양, 22 5일, 570g으로 태어난 김무빈 군 등 21주에서 22주 사이에 태어난 9명을 치료해, 이들은 현재도 잘 자라고 있다.
박원순 교수는 “신생아 생존한계인 23주를 극복하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한 두 사람의 노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신생아집중치료실 관련 모든 의료진들이 ‘아기중심, 가족중심 치료’라는 한마음으로 24시간 집중치료와 팀워크로 일궈낸 결과”라며 신생아집중치료팀 전체로 치료성공의 공을 돌렸다.
장윤실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생존한계인 23주 미만 신생아를 잘 살려낸 것이 의학성과 면에서 중요하지만 앞으로 태어날 더 많은 조산아 부모들에게 ‘우리 아이도 잘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는 점에 더 큰 의미가 있다”며 가장 빨리 태어난 이은혜 아기의 치료 성공 의의를 밝혔다.
어머니 안지환씨(42세)는 “의료진들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이렇게 작은 아기가 생존한 경우가 없다는 얘기를 듣고 오직 매순간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뿐이었다”며 “수많은 크고 작은 위기와 고비들을 무사히 잘 이겨내고 이렇게 기적처럼 우리 아기를 건강하게 잘 치료해 준 의료진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보살핌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은혜 이전까지 국내에서 임신주기가 가장 짧은 초미숙아는 부산백병원에서 22주 0일, 530g으로 태어난 아기(2011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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